[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걷거나 발로 차는 단순한 보행자의 움직임이 의도치 않게 쓰레기를 하천으로 밀어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플라스틱 오염에 있어 인간의 간접적인 역할을 조명한 첫 사례로 주목된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올해 템스강을 따라 펼쳐진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보트 레이스’가 열리는 동안 GPS 태그를 부착한 플라스틱 병 9개를 활용해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5개의 병은 도보 통행의 영향을 받아 상당한 거리를 이동했고, 이 중 2개는 결국 강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수석저자 랜다 카체프 박사는 “이번 연구는 누군가 고의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더라도, 보행자의 일상적인 행동이 쓰레기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쓰레기를 그 자리에 두면 괜찮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 경종을 울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병들은 평균 2.4미터를 이동했으며, 일부는 12미터 이상 움직였다. 병의 이동 방향은 인파의 흐름과 일치했고, 실험 당시에는 바람이나 비 등 외부 환경 요인이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도보 교통만으로도 쓰레기가 강둑에 도달하거나 하천으로 유입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논문은 쓰레기 관리에 대한 기존 전략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접근을 제안한다. 단순히 쓰레기 발생 지점이나 축적 지점에서의 청소에 집중하기보다는, 쓰레기의 '이동성' 자체를 제어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쓰레기의 굴러가는 특성을 줄이기 위한 사각형 단면의 병 디자인, 하천 진입을 막기 위한 저준위 장벽 설치, 그리고 보행자 인식 개선을 위한 대중 캠페인 등이 제안됐다.
카체프 박사는 “플라스틱 병을 발로 차는 행동만으로도 그것이 강으로 떠밀려 들어갈 수 있다면, 보행자 역시 수동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을 단순한 쓰레기 배출자로 볼 수 없다. 도시 경관을 통해 쓰레기의 흐름을 형성하는 행위자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환경 과학 저널 넥스트 리서치(Next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도시 설계, 보행 동선, 쓰레기 통 배치 등에서도 인간-쓰레기 간의 상호작용을 반영한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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