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월 15일 광복절, 본 기자는 비오는 섬강 상류의 한 지류에 서 있었다. 채집된 물고기 몇 마리 중, 한 마리가 오묘한 색깔과 무늬로 본인을 부르고 있었다. 그 부름에 눈을 확인해 보니, 고양이와 같은 세로로 긴 눈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기자는 목 놓고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멸종위기 2급 고유종 민물고기, 꾸구리의 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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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강에서 채집한 꾸구리를 관찰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이 날의 취재에서 꾸구리는 단 한 마리만 발견됐다. |
두 어종 모두 유선형 몸통, 두꺼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억센 가습지느러미에 4쌍의 수염이 있고, 임진강, 한강, 금강의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거센 여울의 자갈 사이에서 수서곤충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수질 및 용존산소량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그렇지만, 다부진 체형에 모든 지느러미에 점박이 무늬가 있으며 4쌍의 입수염도 길어 돌상어와 구분된다. 그리고 매우 오묘한 밝은 갈색의 몸체에 흰 무늬 3개가 등지느러미 뒤를 지나고 있어 눈썰미가 있다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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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구리의 모습<2017. 08. 15 섬강 관찰> 어렴풋이 보이는 지느러미에는 점박이 무늬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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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상어의 모습<2017. 06. 06 임진강 관찰>. 꾸구리보다 몸 색이 어둡고 몸체엔 눈에 띄는 무늬가 없는 대신 이마의 ‘선글라스’가 보인다. 지느러미엔 아무 무늬가 없다. |
그러나 이 특징들보다도 두드러지는, 꾸구리만의 특징이 있으니 바로 ‘눈(目)’이다.
꾸구리의 눈은 흡사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세로로 길고 가늘어서 다른 물고기들의 둥근 눈과는 다르고 이질적이다.
왜 이런 고양이의 눈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면 더욱 놀랍다. 바로 꾸구리의 눈에 눈꺼풀의 구실을 하는, 좌우로 여닫히는 피막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꾸구리는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눈꺼풀이 있는 물고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숭어, 상어 등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대부분인 데다가 그 종류가 적고, 꾸구리의 피막은 좌우로 여닫힌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꾸구리가 얼마나 독특한 눈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한국 민물고기 연구의 거장 故최기철 박사는 저서 ‘민물고기(대원사, 1992년)’에서 “꾸구리는 희귀종이고 귀중한 학술 자원이어서 당장이라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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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구리의 눈.<2017. 08. 15 섬강 관찰> 세로로 길쭉한 눈동자 덕에 고양이와 비슷한 눈을 가지고 있다. 밝은 곳에선 피막이 닫히면서 눈동자가 세로로 더욱 가늘어지고, 어두운 곳에선 피막이 열리면서 눈동자가 둥글게 변한다. |
그렇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고, 이들의 입장에선 꾸구리는 손가락만한 잡어에 불과한데다가 꾸구리라는 이름이 흔히 동사리 등 다른 어종의 방언으로 쓰이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꾸구리의 서식처인 얕고 거센 여울은 보, 댐 등 공사를 진행하면 제일 큰 타격을 받는 지형이라 보, 댐 공사와 4대강 사업 등으로 꾸구리는 많은 지역에서 사라졌으며, 같은 멸종위기 2급 어종인 돌상어보다도 훨씬 보기 힘들게 되었다.
예전에 모 대통령 후보가 “내 눈을 바라봐, 롸잇 나우”라는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는데 어쩌면 꾸구리가 너무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8월 섬강의 굵은 빗줄기 속에서 기자가 본 꾸구리의 눈은 자신을 살려달라고, 지켜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조금 둔감하다면 다른 물고기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 작은 이 물고기는 하루 종일의 탐어에서도 단 한 마리밖에는 볼 수 없었다.
여러분들이 어느 여울에서 물놀이를 하다 그다지 알록달록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평범한 물고기를 발견한다면 꼭 눈을 맞춰보기를 바란다.
점점 드문 일이 되어가고 있고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러한 행운이 함께 한다면 부디 이 물고기를 원래 살고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 주길 바란다. 그날 기자 역시 빠른 여울 속으로 사라지는 장대비 속의 꾸구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오래도록.
[그린기자단 과천중앙고등학교 설성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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