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바라봐! 꾸구리의 이야기

그린기자단 설성검(과천중앙고등학교), 9월 우수기사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7-09-04 13: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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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월 15일 광복절, 본 기자는 비오는 섬강 상류의 한 지류에 서 있었다. 채집된 물고기 몇 마리 중, 한 마리가 오묘한 색깔과 무늬로 본인을 부르고 있었다. 그 부름에 눈을 확인해 보니, 고양이와 같은 세로로 긴 눈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기자는 목 놓고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멸종위기 2급 고유종 민물고기, 꾸구리의 눈이었기 때문이다.


△ 섬강에서 채집한 꾸구리를 관찰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이 날의 취재에서 꾸구리는 단 한 마리만 발견됐다.
<2017. 08. 15 섬강> 

꾸구리Gobiobotia macrocephala는 잉어목 모래무지아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전 세계에서 임진강, 한강, 금강 상류에만 서식하는 대한민국 고유종이다. 또한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희귀종이기도 하다. 꾸구리는 6월에 소개한 돌상어와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어종으로, 둘의 형태와 습성은 아주 비슷하다.

 

두 어종 모두 유선형 몸통, 두꺼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억센 가습지느러미에 4쌍의 수염이 있고, 임진강, 한강, 금강의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거센 여울의 자갈 사이에서 수서곤충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수질 및 용존산소량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그렇지만, 다부진 체형에 모든 지느러미에 점박이 무늬가 있으며 4쌍의 입수염도 길어 돌상어와 구분된다. 그리고 매우 오묘한 밝은 갈색의 몸체에 흰 무늬 3개가 등지느러미 뒤를 지나고 있어 눈썰미가 있다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 꾸구리의 모습<2017. 08. 15 섬강 관찰>
밝은 갈색 몸체에 꼬리 쪽에 흰 3줄의 띠가 도드라진다.

어렴풋이 보이는 지느러미에는 점박이 무늬도 보인다. 

△ 돌상어의 모습<2017. 06. 06 임진강 관찰>.
꾸구리보다 몸 색이 어둡고 몸체엔 눈에 띄는 무늬가 없는 대신 이마의 ‘선글라스’가 보인다. 지느러미엔 아무 무늬가 없다.


그러나 이 특징들보다도 두드러지는, 꾸구리만의 특징이 있으니 바로 ‘눈(目)’이다.

 

꾸구리의 눈은 흡사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세로로 길고 가늘어서 다른 물고기들의 둥근 눈과는 다르고 이질적이다.

 

왜 이런 고양이의 눈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면 더욱 놀랍다. 바로 꾸구리의 눈에 눈꺼풀의 구실을 하는, 좌우로 여닫히는 피막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꾸구리는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눈꺼풀이 있는 물고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숭어, 상어 등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대부분인 데다가 그 종류가 적고, 꾸구리의 피막은 좌우로 여닫힌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꾸구리가 얼마나 독특한 눈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한국 민물고기 연구의 거장 故최기철 박사는 저서 ‘민물고기(대원사, 1992년)’에서 “꾸구리는 희귀종이고 귀중한 학술 자원이어서 당장이라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꾸구리의 눈.<2017. 08. 15 섬강 관찰>

세로로 길쭉한 눈동자 덕에 고양이와 비슷한 눈을 가지고 있다. 밝은 곳에선 피막이 닫히면서 눈동자가

세로로 더욱 가늘어지고, 어두운 곳에선 피막이 열리면서 눈동자가 둥글게 변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고, 이들의 입장에선 꾸구리는 손가락만한 잡어에 불과한데다가 꾸구리라는 이름이 흔히 동사리 등 다른 어종의 방언으로 쓰이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꾸구리의 서식처인 얕고 거센 여울은 보, 댐 등 공사를 진행하면 제일 큰 타격을 받는 지형이라 보, 댐 공사와 4대강 사업 등으로 꾸구리는 많은 지역에서 사라졌으며, 같은 멸종위기 2급 어종인 돌상어보다도 훨씬 보기 힘들게 되었다.


예전에 모 대통령 후보가 “내 눈을 바라봐, 롸잇 나우”라는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는데 어쩌면 꾸구리가 너무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8월 섬강의 굵은 빗줄기 속에서 기자가 본 꾸구리의 눈은 자신을 살려달라고, 지켜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조금 둔감하다면 다른 물고기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 작은 이 물고기는 하루 종일의 탐어에서도 단 한 마리밖에는 볼 수 없었다.


여러분들이 어느 여울에서 물놀이를 하다 그다지 알록달록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평범한 물고기를 발견한다면 꼭 눈을 맞춰보기를 바란다.

 

점점 드문 일이 되어가고 있고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러한 행운이 함께 한다면 부디 이 물고기를 원래 살고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 주길 바란다. 그날 기자 역시 빠른 여울 속으로 사라지는 장대비 속의 꾸구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오래도록.

[그린기자단 과천중앙고등학교 설성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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