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후 정책, 각국 상황에 맞게 설계돼야

400여 명 전문가 국제 조사, “보편적 해법 없다” 결론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10-05 22: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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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정책은 모든 나라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으며, 각국의 경제 수준과 지역적 여건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펜하겐대학교의 프리크 네세(Frikk Nesje) 경제학 부교수 연구팀은 독일과 스위스의 학자들과 함께 국제 기후정책 전문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효과적이고 공정한 기후 정책의 조건’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환경 및 자원 경제학(Environment and Resource Economics)》에 게재됐다.

조사에서는 탄소세(CO₂ tax)와 배출권 거래제(CO₂ trading), 국경 탄소조정(border carbon adjustment), 세수 활용 방식 등 주요 기후정책 요소에 대한 전문가들의 선호와 의견을 분석했다.

네세 부교수는 “기후 정책은 환경 효율성과 경제 효율성, 그리고 공정성을 모두 갖추면서 각국의 현실에 맞게 맞춤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며 “정책 결정자들에게 이를 위한 근거 기반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전 세계 전문가 다수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보다 탄소세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역별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과 덴마크 등 고소득 국가는 세금 부과 방식을 선호한 반면, 저소득 국가는 할당량 거래제를 더 지지했다. 네세 부교수는 “저소득국 전문가들은 세금 제도보다 쿼터 도입이 더 쉽고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국가 간 수익 이전이 가능한 구조도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응답자의 74%는 국경 탄소조정, 즉 수입품의 탄소 배출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하고 수출품에는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네세 부교수는 “국경 탄소조정은 탄소 누출(carbon leakage)과 산업 경쟁력 왜곡을 막는 데 핵심적인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법적·기술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도 이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이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 중이다.

탄소세나 배출권 거래로 확보한 재원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이 분분했다. 가장 선호된 선택지는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R&D) 투자’였으며, 그다음으로는 ‘기후 정책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는 저소득 가구에 대한 지원’이 꼽혔다. 반면, 세수를 국민에게 직접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일명 ‘탄소배당’)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를 보였다.

네세 부교수는 “경제학자들은 세금 왜곡을 줄이거나 가계로 송금하는 등 경제 효율성을 중시하지만, 다른 분야 전문가들은 공공의 녹색투자 확대를 더 선호했다”며 “이는 경제 이론과 정치 현실주의 간의 고전적인 균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탄소세와 배출권 거래, 국경조정 등 기후정책 수단의 효율성과 수용 가능성을 비교한 가장 포괄적인 국제 설문조사로 평가된다. 참여한 전문가들은 경제학, 정치학, 환경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 출신으로, 모두 관련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자들이다.

네세 부교수는 “기후정책의 보편적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각국이 자국의 경제 구조와 사회적 합의에 맞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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