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나방떼 |
지난 봄, 강원도 춘천에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나방이 나타나 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들은 무슨 나방이고 어떤 이유로 나타났고 왜 이렇게 많아진 것일까?
지난 5월 말, 여느 때처럼 학교에 들렀다 집에 가려던 찰나 눈을 의심할 만한 광경을 보았다. 바로 이상할 정도로 많은 나방떼였다. 내가 다니는 춘천에 위치한 한림대학교는 평소에도 야간에 빛을 비춰두면 곤충들이 많이 날아오는 곳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기이할 정도로 많은 수의 나방들이 가로등에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야간 축구경기를 위해 라이트를 켜놓는 대운동장에는 더욱 많은 나방들이 몰려들었다. 나방은 원래 주광성(走光性)을 가져 빛을 향해 날아오는 곤충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그것은 전조에 불과했다. 며칠이 지나자 이제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나방떼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수만 아니 수십만에 육박할 정도의 나방떼가 구름같이 운동장을 메웠다. 당시 축구경기를 구경하던 관중들과 선수들 모두가 기겁했던 것은 물론이다.
![]() |
| △하늘을 뒤덮은 나방떼 (사진제공=강원도생태연구동아리 함동균) |
![]() |
△한림대 운동장 불빛을 보고 모여든 나방떼 (사진제공=강원도생태연구동아리 함동균) |
사람에게 질병 매개 등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혐오감을 주거나 불편을 주는 곤충을 뉴슨스(Nuisance)라고 부른다. 나방도 뉴슨스 곤충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나방들은 그저 보기에만 불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침이면 밤새 날아왔던 나방들이 시체가 되어서 바닥에 쌓였다. 매일 아침 등교할 때마다 학생들은 발 밑을 조심해서 걸어야 했고 미화원 분들도 아침마다 바닥을 뒤덮은 나방의 사체를 치워야 했다.
![]() |
| △땅 위에 죽어있는 나방들(사진제공=강원도생태연구동아리 이규근) |
또한 저녁시간 식당에서 식당 문을 열어놓으면 나방들이 불빛을 보고 날아와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줬고 반찬통 등에 떨어져서 반찬을 버리기도 했다. 밤새 불을 환하게 켜놓아야 하는 편의점의 경우는 편의점 유리창 전체를 덮고 있는 나방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나방 때문에 장사하는 편의점의 불을 꺼놓을수도 없고 문을 닫아도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나방들이 들어와 편의점 내부 전등에 달라붙어 있었다.
![]() |
| △주변 음식점이나 편의점에도 나방의 피해는 심각하다 |
춘천을 뒤덮은 나방은 ‘연노랑 뒷날개나방(Catocala streckeri)’으로 일본, 아무르 그리고 한국 전역에 분포하는 종이다. 날개길이 21∼22 mm의 중대형 나방으로 뒷날개가 이름처럼 연노랑색인 것이 특징이다. 성충은 6∼7월경에 나타나며 유충은 졸참나무 등 참나무류의 잎을 먹고 산다.
![]() |
| △연노랑 뒷날개나방(자료제공=네이버 지식백과) |
그렇다면 이 나방들은 왜 이렇게 많이 나타나게 되었을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3일에 한번꼴로 내리던 비로 인해 예년보다 강수량이 많아 먹이 식물이 잘 자랐고, 연노랑 뒷날개나방의 먹이인 참나무류가 강원도에 많이 자생했으며 때이른 무더위로 나방의 성장이 촉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나방의 천적이 딱히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러한 조건이 잘 맞아서 나방이 이상 발생한 것이다.
![]() |
△한림대 운동장 야간 축구경기에 몰려든 연노랑 뒷날개나방떼 |
민원이 계속되자 춘천시 지자체에서는 디플루벤주론이 포함된 살충제로 방제를 시작했다. 이 살충제는 곤충 알의 부화를 억제하고 곤충을 가해하는 새로운 살충 작용을 가진 농약인데 문제는 독성이 강해 나방 뿐만이 아닌 다른 공충과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방을 방역하다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는 즉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연노랑 뒷날개나방의 성충의 생애주기는 7일에 불과하다. 짧은 기간동안 산란을 마치고 모두 죽을텐데 독성이 있거나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나방을 굳이 방제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무조건적으로 모조리 제거하겠다고 덤비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 |
| △방역 2주 후 가로등 주위에는 연노랑 뒷날개나방이 보이지 않았다 |
이번 춘천을 뒤덮은 나방 발생사건은 자연이 인간을 향해 던진 경고는 아닐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폭염과 때이른 더위를 만들어내고, 천적을 없애버린 인간의 잘못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린기자단 김정훈·한림대〕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