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부터 고민하는 상생 : 조류 유리창 충돌사고 줄이기

그린기자단 11월호, 이우고등학교 2학년 권순호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7-10-31 14:26:16
  • 글자크기
  • -
  • +
  • 인쇄

어느 주말이었다. 거실 창문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별 생각 없이 하던 일을 하였고, 얼마나 지났을까. 창밖을 보니, 싸늘한 주검이 된 흰배멧새가 쓰러져있었다. 흰배멧새는 창문에 비친 숲을 보며, “숲속의 어느 나무”에 앉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새를 맞이한 것은 숲의 풍경이 비친 유리창이었고, 죽음이었다.

 

△ 키 작은 나무가 우거진 숲이나 덤불 등에서 활동하는 흰배멧새가 낮게 비행하다가 창문에 부딪히고 말았다. 창문 맞은편에는 단풍잎돼지풀, 밤나무 등이 우거져 있다.


우리 집 거실 창문에서 새가 부딪힌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는 이보다 더 큰 호랑지빠귀가 부딪혀 죽은 적이 있었고, 인근에 있는 우리 학교에서도 보기 드문 흰눈썹황금새가 같은 이유로 죽어서 사체로 발견된 적이 있다.
조류의 유리창 충돌사고는 수많은 새의 목숨을 앗아간다. 생물학 교수이자 조류학자인 대니얼 클렘 2세 박사는 서식지 파괴를 제외하면 인간의 활동이 관련된 다른 어떤 원인보다도, 유리창에 충돌하는 사고로 인해 죽는 새의 수가 가장 많다고 주장한다. 그럴만도 하다. 미국에서는 유리창 충돌사고로 인해서 1년 동안 약 10억 마리의 새가 목숨을 잃는다는 통계가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한 고층 건물에서 매년 철새 이동철마다 창문에 부딪혀 죽은 새가 한 해 평균 약 1,480마리나 된다고 한다. 14년 동안 이 건물에서 약 2만 700마리의 새가 창문에 부딪혀 목숨을 잃은 것이다. 「Fatal Light Awareness Program of Toronto(토론토 야간 조명 끄기 운동)」의 책임자인 마이클 머슈어는 “이 건물에 부딪혀 죽은 새들은 비둘기나 갈매기, 기러기와 같이 흔한 새가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새가 상당수였다”고 말한다.


다른 예시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서식하는, 전세계적으로 2,000여 마리만 서식하는 앵무새의 일종인 Lathamus discolor는 약 30마리가 2008년 한 해 동안 유리창에 부딪혀 죽었다. 지금은 멸종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Vermivora bachmanii (Parulidae-신대륙개개비과 에 속하는 새)의 표본들을 미국의 많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 대부분은 플로리다에 있는 한 등대에 부딪혀 죽은 개체이다.

 

 

△ 미에서는 매년 약 10억 마리의 새들이 창문으로 날아들었다가 죽는다. 화려한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토론토는, 세계에서 가장 철새들에게 치명적인 장소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Short Docs


사람들은 여전히 유리를 쓰고 있으며, 사용하는 범위가 더 광범위해져서 건물 전체가 유리창에 둘러싸인 모습을 갖춘 곳도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유리창에 부딪혀서 죽게 될 불쌍한 새의 수는 늘어날 것이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히는 횟수가 잦은 새가 있다. 명금류(참새목에 속하는 새들의 총칭)는 먼 거리를 수일, 수주에 걸쳐 이동할 경우, 대부분 밤에 목적지로 날아가며 별을 보고 방향을 설정한다. 따라서 고층 건물에 켜져 있는 밝은 불빛이나 반사된 불빛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


명금류 가운데 몇몇 개체는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다가 탈진하여 낙오하기도 한다. 그리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이 낀 밤에도 낮게 비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 높은 건물 유리창에 부딪힐 위험이 커진다.


부산 야생동물치료센터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일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리창을 닦지 말라고 권고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굳이 투명한 유리창을 설치하는 이유는 바깥을 투명하게 보기 위해서 설치하는 것이니, 이는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 대안은 무엇일까.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낙동강하구에코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인근에 있는 곳으로서, 철새도래지 보전과 관리, 야생동물 치료 및 보호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건물의 규모가 제법 크다. 큰 유리창을 여러 곳에 설치해서, 햇볕이 건물 안 깊은 곳까지 들어오도록 설계하였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주위는 철새가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런데도 이곳에서는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 중 두 가지를 손꼽자면, 건물을 높게 짓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물을 불가피하게 지어야 할 경우에 최대한 높이를 낮게 지을수록 새들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지 않으며, 그만큼 충돌사고 역시 줄어든다.


두 번째 이유는, 맹금류의 모양을 형상화한 검은 색 버드세이버를 창문에 부착하였다. 이를 붙여두면 맹금류를 두려워하는 새들이 창문 가까이 오지 않기도 하며, 자신이 날아가려고 한 곳에 창문이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다. 버드세이버를 부착하여 효과를 본 장소가 여러 곳 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도 마찬가지이다.

 


△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창문 곳곳에 약 1m 간격으로 붙여놓은 버드세이버

 


창문에 버드세이버를 붙이더라도, 버드세이버를 붙이지 않은 빈 곳이 있으면 충돌 위험이 남아있다. 대안이 버드세이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외선 영역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새들의 특징을 이용해서 자외선 반사 테이프를 창문에 붙이기도 하며, 창문을 완전히 덮을 수 있는 “One way film(타공필름)”이라는 재질이 있다. 이는 대형 건물의 벽면 부착 광고나 버스 유리창에 광고를 위해 붙이기도 하지만, 최근 조류 유리창 충돌을 방지하는 탁월한 재질로 조명을 받고 있다. 이 재질의 장점은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 버스 창문에 붙인 One way film. 바깥에서 안이 보이지 않으며, 창문에 바깥 풍경이 반사되지 않는다.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용역 운영하는 서산버드랜드 야생동물재활센터에서는, 야생동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One way film을 활용하였다. 가까이서 보면 사진과 같이 안이 흐릿하게 보인다.

△ 멀리서 보면, 가까이서 보았을 때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유리창 너머의 삶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새를 사랑하는 우리 집에서 벌써 두 마리의 새가 목숨을 잃어서 마음이 아프다. 이런 일이 전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니 무척 속상하다. 이 기사를 다 쓰면, 더 이상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버드세이버를 장만해서 집과 학교 유리창문에 붙여봐야겠다.
_
이 기사를 읽어주신 분들도 집 유리창에 버드세이버를 함께 붙여보아요! 

 

[그린기자단 권순호 기자]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