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패션, 오히려 환경 부담 키울 수 있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9-12 22: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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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순환 경제가 패션 산업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환경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버밍엄 시티대 경영대학원의 에레즈 예루샬미(Erez Yerushalmi) 교수 연구팀은 학술지 비즈니스 전략과 환경(Business Strategy and the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의류 렌탈 플랫폼과 섬유 간 재활용, 인공지능(AI) 기반 폐기물 분류 등 혁신이 단순한 친환경 해법에 그치지 않고 ‘역반등 효과(rebound effect)’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역반등 효과란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생산 단가가 낮아지고,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제품’이라는 도덕적 정당성에 끌려 오히려 구매를 늘리면서 환경적 이익이 상쇄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를 수치화해, 순환 혁신이 1% 향상할 때 신규 섬유 생산량이 0.6% 증가하는 평균 1.6의 반등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진 자동차가 연료 절약 대신 운행 증가로 이어지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과 같은 원리다. 예루샬미 교수는 “재활용 의류가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를 촉진하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확장과 맞물려 환경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섬유 산업은 이미 세계에서 에너지 다음으로 오염이 심한 산업으로 꼽힌다. 매년 전 세계 물 사용량의 20%를 차지하고, 이산화탄소 17억 톤(전 세계 배출량의 10%)을 배출하며, 9,200만 톤의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새 의류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구팀은 반등 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피구세(환경 피해에 대한 부담금)나 생산 상한제, 제품 수명 연장 인센티브와 같은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섬유 분야에서 10% 효율성을 얻으려면 최소 1.25%의 생산세가 필요하며, 2.5% 수준이면 반등 효과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규제는 국가별 맥락에 맞게 조율돼야 한다. 방글라데시처럼 섬유 수출이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국가에 과도한 제약을 가하면 생계 타격이 우려된다. 따라서 부유한 국가의 소비 억제와 국제적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개입과 함께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미니멀리즘과 재사용 습관, 수선 장려 캠페인 등이 필요하며, 프랑스의 의류 수선비 환급 제도나 영국·호주·유럽의 공공-민간 파트너십 사례가 그 예로 꼽힌다.

이번 연구는 글로벌 차원에서 섬유 산업의 순환 혁신 효과를 정량화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순환 경제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책과 소비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를 가속화할 수 있다”며 “패션 업계는 좋은 의도를 넘어 실제 지속 가능성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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