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처리 기술 주변을 되돌아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산업 애쓰는 이 들을 위해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07-03 14: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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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겸 K-water 해외사업 PM

인생의 대부분은 일상이 차지한다. 몇 해전 집사람이 '원인불명열'이라는 병 때문에 정밀검사를 위해 열흘간 입원을 했다.

 

나는 마침 그때 휴가철이라 '이 기회에 집사람 입원시키고 집에서 느긋하게 낮잠이나 자면서 책이나 실컷 봐야지'하는 마음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6권의 책을 주문하고, 집사람의 간호를 핑계로 1주일간 휴가를 냈다.

 

처음에는 책도 보고 TV도 보면서 나름대로 여유 있게 지냈다. 그러나 문제는 월요일부터 시작됐다. 

 

그때는 큰애가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중이었고, 작은 애는 고등학생이라 아침밥은 물론 점심도시락까지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애들 아침 먹여서 보내고 나면 8시. 이때부터 1차 세탁이 시작된다.

 

산더미 같은 빨래를 분류해서 세탁기를 돌리고, 마른 빨래를 걷어 들인다. 하나씩 개서 각자의 서랍에 넣고, 세탁이 끝난 젖은 빨래를 꺼내 하나씩 털어서 널고 나면 11시.

 

집사람이 말한 물건을 가지고 병원에 달려가면 12시. 같이 병원식사를 나눠먹고 차 한 잔 하면 1시 반. 집에 오면 2시.

 

다시 2차 세탁 사이클로 들어간다. 찾아서 넣고, 돌리고, 걷고, 개고, 넣고, 꺼내고, 널고 나면 4시. 간단히 청소하면 벌써 저녁 준비할 시간이다. 오늘 뭘 먹지하고 고민이 30분. 먹고 싶은 것은 많지만 대부분 뒷감당이 안 되니까 된장찌개나 카레로 결정하고 인근 슈퍼와 반찬가게로 간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8시. 아무 생각이 없다. 몸이 노곤해 잠시 TV를 보다가 그냥 잔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다! 다시 똑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휴가가 끝났다.

 

기술 VS 외적인 요소, 어느 것이 더 큰가

 

그 때 깨달은 것은 집사람 없이는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낯이 뜨거워진다. 나는 내 덕분에 우리 네 식구가 먹고산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나 혼자 밥해 먹고, 빨래하고, 청소 등 일상적인 일을 해야 한다면 회사 다닐 시간도 모자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그 동안 이뤘던 성과 뒤에는 집사람의 헌신적인 내조라는 안 보였던 역할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우리 회사(K-water)가 존재하는 근거중의 하나인 수처리기술에 적용시켜 본다. 기술 때문에 모두가 먹고 산다는 신념이 흔들린다.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서 기술의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기술이 효과를 보기 위해 어떤 활동이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한 갑작스러운 의문이 생겨난다.

 

물산업의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이 산업에서 기술의 역할은 천차만별이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약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제품의 순환이 빠른 ICT산업과 비교하여 보자. 우리가 잘 아는 사례는 퀄컴의 CDMA기술로서 지난 10년간 5조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특허료가 지불됐다.

 

하지만 우리 시설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래식처리기술에서 앞과 같은 거액의 특허료를 지불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왜 그런 것일까? 내 생각으로는 다루는 소재의 가치,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크기, 해당산업의 경쟁구도, 기술의 수준이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재래식처리기술은 차별성이 미약하여 시장에 주는 영향이 적기 때문에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핵심은 아니라도 기술의 역할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기업매출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위상을 알아보려면 기술 자체 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창출되는 과정에서 이해해야 한다.

 

특정 산업에서 제품과 서비스는 특정한 공급 사슬을 통해서 생산되고 제공된다. 물 산업에서 기술에 대한 공급사슬은 발주자, 계약자, 하도급자, 대리점, 설비제작자, 부품제작자로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기술로 인정받으려면 사슬의 상위자가 기술의 존재를 알아야 하고, 또한 요구하는 바를 효율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술 하나 좋다고 사슬상의 모든 존재가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동의한다고 해도 구매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기술 적용 위해 보이지 않는 곳 노력 감사해야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핵심기술 말고도 수많은 요소와 절차 및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누가 수돗물에서 맛과 냄새를 잡는 획기적인 기술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 원리만으로는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없다.

 

우선 실제로 작동하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작동한다면 다음은 현장적용이 가능한지를 타진한다. 현장구조와 맞지 않는다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인데, 자본주의 체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비정상이다.

 

현장적용이 가능하다면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경제적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게다가 새로운 제품을 알리는 데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위생적 측면과 보수적인 물 산업 특성으로 인해 영국에서도 신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는 데 평균 7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말은 7년 동안 제작 라인과 인력을 유지하고 홍보 및 현장테스트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기업 형태 유지를 위해서 다각적인 경영자원의 투입이 필요하고, 특허기술 보호 노력에도 비용이 수반된다.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은 몇 명일지 몰라도 이를 실용화하는 데는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한다. 즉 아이디어만 좋다고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이라도 기술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다. 특히 먹는 물을 취급하는 물 산업에서 기술이 현장에 적용돼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기술 이외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뒤에서 묵묵히 내조해주는 아내의 헌신 없이는 지금의 내가 없듯이 묵묵히 안 보이는 곳에서 신기술의 현실화를 위해 참고 기다리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한번쯤은 감사의 마음을 보낼 때가 되지 않았나? 

 

김자겸 K-water 해외사업처 해외사업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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