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포장, 음식물 쓰레기보다 더 나빠?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10-31 21:54:59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최근 영국 랭커스터 대학교 연구진과 환경 단체는 소비자 사회가 오랫동안 ‘부도덕한 낭비’의 상징으로 지목해 온 음식물 쓰레기보다, 일회용 플라스틱 식품 포장이 더 오래 지속되는 피해를 남긴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내용은 더컨버세이션에 게재됐는데 음식물은 결국 분해돼 토양으로 돌아가지만, 플라스틱 포장은 수세기 동안 분해되지 않은 채 생태계와 인체에 축적되며 다음 세대에까지 유해한 유산을 남긴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폐기물 감축 캠페인 ‘Love Food Hate Waste’를 운영하는 WRAP(폐기물·자원 행동프로그램)에 따르면 영국 가정에서는 매년 식용 가능한 음식 약 470만 톤이 폐기된다.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식품은행 의존 가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이러한 낭비는 사회적 공분을 산다. 그러나 연구진은 “유통기한 연장과 완충·밀봉·보호를 위해 쓰인 플라스틱 포장이 버려진 뒤 남기는 누적 피해는 더 집요하다”며 “도덕적 상상력의 초점이 음식물에서 플라스틱으로도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가정은 해마다 약 900억 개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버린다. 2024년 플라스틱 포장 재활용률은 53.7%로 추정되지만, 나머지는 소각·매립되거나 폐기물 관리 체계가 취약한 해외로 반출된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은 강과 해양으로 유출되거나 무단 소각·방치돼 미세플라스틱과 난분해성 화학물질로 남는다. 북극 해빙에서 사막, 바닷새의 위에서 인간의 혈액·폐·태반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이어진다. 반면 영국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는 생산부터 보관에 이르는 공급망 전 과정의 탄소 배출을 키워 약 1,6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유발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부패·분해의 경로를 통해 자연 순환으로 복귀한다.

연구진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는 행위는 역사·종교·공동체 윤리 속에서 명백한 ‘죄’로 각인돼 왔다”며 “배급·긴축의 기억을 지닌 영국 사회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강한 도덕적 낙인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플라스틱 포장은 소비 행위의 ‘승객’처럼 인식돼 눈에 잘 띄지 않고, 재활용통에 ‘폐기’하는 순간 도덕적 책임감이 희미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 27가구를 인터뷰한 결과, 응답자 다수는 ‘맛있는 음식이 쓰레기로 가는 일’엔 분노하면서도, 플라스틱 포장 폐기의 결과에 대해선 “분산되고 지연된 피해”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도덕적 우선순위를 재정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식물 쓰레기 감축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플라스틱 포장 폐기 문제도 동등한 무게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공동체 정체성이나 윤리적 규범과 결합된 오랜 서사가 없고, 결핍·기근 같은 집단적 트라우마와 연결되지도 않는다. 그 결과 무분별한 사용과 폐기가 일상적 편의의 영역에 머물러 왔다”는 해석이다.

빈곤 퇴치 단체 트루셀 트러스트에 따르면 2024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1년간 영국에서 약 1,400만 명이 기아 위험에 직면했다. 연구진은 “기존의 도덕적 틀만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의 만성적·세대 간 위험을 포착하기 어렵다”며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아 수로를 떠돌고, 야생동물의 위장을 막고, 먹이망을 파고들어 결국 인체에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력히 ‘서사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론적으로, 식량 안보와 기후·건강 위해를 동시에 줄이려면 소비 단계의 행동 변화를 음식과 포장 모두에 적용해야 한다. 구매·보관·조리 단계의 식량 손실을 줄이는 한편, 재사용·재충전(리필)·무포장 전환과 같은 시스템적 대안을 확산하고, 생산자책임제 강화와 수출 폐기물 관리의 국제 공조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리의 쇼핑 습관이 바뀐 뒤에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남아 생태계와 신체를 잠식한다”며 “이 오래 지속되는 ‘죄악’에 상응하는 새로운 도덕경제와 정책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