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사랑에 빠지다.’ ·
경기도 파주시 대골길(오도리) 한적한 시골과 장명산 아래 자리한 ‘꾸룩새연구소’. 여느 시골집 같은 곳에 연구소를 차리고 주인이 된 ‘새박사’ 정다미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곳의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일명 꾸룩이), 제비와 삶을 같이 했다.
또한 그의 주변엔 어머니이자 이 연구소 부소장인 임봉희씨와 최근 이사를 맡으면서 어려운 일을 도와주고 있는 아버지가 든든한 후원자 역을 맡고 있다.
집안 곳곳엔 정 소장과 가족이 지금까지 새와 함께 살아온 흔적과 가치있는 업적들이 고스란히 배어있었다.
![]() |
| △정다미 꾸룩새연구소 소장 |
수리부엉이-제비와 함께 살아서 행복한 아이
![]() |
| △할머니와 함께 |
어릴 때부터 새를 좋아했던 정다미 소장이 새에 미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동네에서 조부모께서 터를 잡으셨고, 3대째 살아온 정 소장에게 어릴 적 수리부엉이와 제비와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수리부엉이의 꾸룩꾸룩 울음소리가 좋았던 정 소장은 나중에 이곳을 ‘꾸룩새연구소’라 이름지었다.
아주 어린 일곱 살 즈음, 어느 날 마당에서 바늘꼬리도요새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무서움보다는 호기심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찾아왔단다. 새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던 어린 소녀가 농약을 먹고 죽은 독수리를 보고는 새와 인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정 소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새를 관찰하기 시작했고, 늘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기록하는 습관으로 그 기록물은 지금도 큰 재산으로 남아있다.
중학생이 돼서는 전문 장비도 갖춰 전국 곳곳의 새를 찾아 나섰다.
제비, 같은 집에 7년 연속 찾아와 반해
“놀랍게도 이웃 할머니 댁에 어미 제비가 7년을 계속 찾아오는
![]() |
| △상장과 인재상 |
것이었어요. 제비 발목에 표식(정 소장은 가락지라고 표현했다)을 해놔서 알 수 있었죠. 그때부터 제비에 반했어요.”
흥부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행운을 가져다 준 새이지만, 제비가 좀 꺼림칙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 소장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재학 때 전국과학박람회에 2년 연속 참가, ‘제비의 귀소율에 관한 연구’로 교육과학부장관상을, ‘수리부엉이의 펠릿(먹이를 먹고 소화되지 못한 것들을 덩어리로 토해낸 덩어리)을 통한 먹이분석과 소화 특성 연구’로 국무총리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남다른 새 사랑과 열정으로 새 연구에 몰두해 온 정 소장은 그녀만의 독창성과 실력을 인정받아 2010년 이화여대에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으로 합격, 생물학을 전공했다.
2013년 졸업을 앞두고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을 받았고,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 에코과학부에서 수리부엉이와 제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가족들 모두 든든한 사랑-후원
이곳 입구와 연구소, 강당, 그리고 주변은 온통 자연 그대로다.
![]() |
| △ 각종 수집물 |
작은 창고를 개조해 연구소와 강당이 만들어졌고, 주위엔 온갖 꽃과 식물과 과일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그 중에서 ‘다미나무’라는 배나무가 특별하게 눈에 들어왔다.
“2012년 3월 9일, 대학 2학년 때 이름을 붙였어요. 4년 전 연구소 시작과 함께 말이죠.”
그러고 보니 꾸룩새연구소를 개설한 지 4년이 됐다. 정 소장은 연구소가 올해 봄부터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귀띔했다.
알고 있던 대로 정 소장은 가족들의 든든한 사랑과 도움에 매우 고마워했다.
“평생교육사인 어머니는 친구이자 영혼과 같은 존재이시다. 지금까지 잘 공부하고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신 것이 아니라 자연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셨다.”
정 소장의 모친 임봉희씨는 이 연구소의 부소장이면서 여전히 정 소장과 하루하루를 함께 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여러 곳에서 자녀교육 등 강연을 하고 있다.
또한 그녀의 곁에서 궂은 일과 힘든 일을 도맡아 해주시는 아버지가 계시다. 올해부터 연구소 이사가 된 부친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창고를 개조해 강당을 만들어 줬고 풀 깎기, 주변 청소 등을 도맡아 해준다.
연구실 온통 채집일지-펠릿 분해 등 ‘감탄’
![]() |
| △각종 관찰일지 |
꾸룩새연구소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정다미 소장이 초등학교 때부터 채집한 각종 자료와 지금까지 기록한 관찰일지(채집일지)일 것이다.
얼핏 보아도 정 소장의 보통 이상의 열정과 노력이 연구소 안에 가득 차 있다.
20년 이상 된 온갖 펠릿과 분해된 뼈 조각들, 제비·수리부엉이 등 새들의 깃털도감, 둥지 표본, 50여종이 넘는 관찰기록장 등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제비와 수리부엉이의 머리깃부터 날개깃, 배깃, 등깃, 꼬리깃 등 상상도 못했던 깃털과의 만남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직접 주변과 전국 각지를 돌며 수집한 것이라 하니 가히 그녀의 지독한 발품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서 정 소장이 말해 준 상식 한 가지.
“제비는 절대 빈 집엔 살지 않지요. 그만큼 사람을 좋아한답니다.”
유난히 제비를 좋아하고 그리하여 제비 연구에 푹 빠진 정 소장은 한국을 찾는 개체 수가 해마다 줄어 안타깝단다.
진정한 조류학자 꿈꾸며 한 길 연구
![]() |
| △펠릿 분해 |
지금까지 새 연구와 함께 꾸룩새연구소를 운영해 온 정다미 소장은 조류학자를 향해 오직 한 길만을 가고 있다. 야생 조류들을 체계적,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발전·보전시키는데 늘 고민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또한 정 소장은 새들의 생태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그리하여 이 연구소를 항상 개방하고 여러 사람들이 체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강연,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자연과 환경이 새를 위해 만들어진 꾸룩새연구소, 작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터다. 70여종의 야생 조류와 야생동물들이 찾는 옹달샘, 먹이대, 인공둥지, 곤충호텔 등 을 관찰할 수 있다. 이어 제비 만들기, 올빼미과 새들의 펠릿을 분석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늘 진지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새박사’ 정다미 소장을 만날 수 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