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배수구에 버려도 될까

‘작은 습관’도 큰 영향 미칠 수 있어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10-28 22: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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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최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 리치먼드 자치구가 길거리 배수구에 커피를 버렸다는 이유로 한 여성에게 150파운드 벌금을 부과했다가 철회한 사건을 계기로, 일상에서 버려지는 커피가 수계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도마에 올랐다. 사건은 리치먼드역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자치구는 논란 끝에 과태료를 취소했다.

영국에서만 매일 약 9,800만 잔, 전 세계적으로 하루 20억 잔의 커피가 소비된다. 환경·수문 시스템 전문가 케빈 콜린스(영국 열린대학)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개인의 한 컵은 사소해 보여도, 배수구로 흘러드는 커피가 누적되면 하수·하천의 카페인 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은 자연에서 빠르게 분해되지 않는 ‘신종 오염물질’로 분류되며, 2003년 스위스의 호수·강에서 광범위한 검출이 보고된 바 있다. 최근 대규모 조사에서도 전 세계 104개국 258개 하천의 절반 이상 지점에서 카페인이 확인됐다. 이런 농도는 담수 조류·수생식물·파리 유충의 대사·성장·이동성을 교란해 폐사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온다.


영국 곳곳의 ‘복합 하수 시스템’도 문제를 키운다. 도로 빗물과 생활하수가 한 배관으로 합쳐지는 구조라 폭우 시 처리되지 않은 오수가 강으로 우회 방류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카페인 등 오염물질이 정화 없이 수계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수처리장의 카페인 제거 효율은 설계·계절·온도 등에 따라 달라 처리수에도 잔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디카페인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커피 자체가 물의 pH를 낮추고, 분해 과정에서 용존산소를 소모하는 유기물 부하를 높여 수중 산소 고갈을 부추길 수 있다. 우유·설탕, 코코아·향신료 등 첨가물이 섞일수록 영양염 유입이 늘어나 조류 번성을 촉진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전문가들은 “도로 배수구는 곧바로 강·호수·해양으로 이어지는 수도 인프라의 일부”라며, 커피·커피찌꺼기·기름·페인트·세제·표백제·공사 세척수 등은 배수구가 아닌 적정 방식(일반폐기물·재활용·퇴비화 등)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커피는 필요한 양만 추출하고, 남은 액체는 충분히 희석해 소량만 토양에 주거나(지속적 반복은 금물) 되도록 퇴비·음식물 재활용으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일상에서의 대안은 명확하다. 우선 남길 커피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양만 추출하는 습관이 권장된다. 집에서 남은 커피는 충분히 희석해 소량을 화분이나 정원 토양에 사용할 수 있지만, 같은 토양에 반복적으로 커피나 찌꺼기를 투입하면 카페인과 고형물이 축적돼 식물 생장과 토양 기능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를 유념해야 한다. 가장 권장되는 처리 경로는 퇴비화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으로, 해당 시설이 없는 경우에는 액체와 분쇄물을 밀폐 용기에 담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영국 정부 조사도 강과 연안 수계의 열악한 상태를 개선하려면 대대적인 제도개선과 투자,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공공 인프라의 개선과 별개로,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누적될 때 수질관리의 효과가 커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매일 9,800만 잔의 커피가 소비되는 나라에서 배수구와 강, 그리고 해양으로부터 커피를 멀리하는 선택은 단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수생 생태계와 도시 하수 시스템의 회복력을 지키는 ‘생활형 환경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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