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지하수는 대수층을 재충전, 작물은 장기체류 지하수 흡수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11-04 22: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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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온대 농경지에서 내린 비가 불과 1~2주 만에 지하 대수층을 재충전하는 반면, 실제로 농작물이 흡수하는 물은 훨씬 오래 머문 장기체류 지하수에서 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결과는 지하에서 물이 이동하는 경로와 속도에 관한 통념을 뒤집으며, 비료·영양분 관리와 지하수 오염 예측 모델의 전면 재점검 필요성을 시사한다.

코네티컷대학교 연구진은 성장기 동안 ‘호스반 힐’ 농업 유역을 대상으로 토양 수분과 지하수의 동위원소 조성을 분석해 물의 ‘나이’를 추적했다. 산소-18/산소-16 비율을 이용한 연대 측정 결과, 성장기 강우가 불포화대(바도스 존)를 빠르게 통과해 며칠~수주 안에 대수층을 재충전하는 신생 지하수(young water) 흐름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강우가 토양층을 천천히 내려가 오래된 물과 섞인 뒤 수개월~수년에 걸쳐 대수층에 도달한다는 기존 수문 모델의 가정과 상충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빠른 재충전이 균열·거대 기공·뿌리 경로 등 선호 유로(preferential flow)를 따라 이뤄진다고 해석했다. 반면 작물은 뿌리대를 통해 주로 장기체류 지하수(old water)에 접근하는 경향을 보여, 지하에서는 ‘신생 지하수의 빠른 유입’과 ‘작물의 오래된 지하수 이용’이 공존하는 이원적 수지가 작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는 비료 및 오염물질 이동을 예측하는 농업·수문 모델에 중대한 함의를 남긴다. 특히 강우 직전 살포된 비료가 예상보다 빠르게 심부로 이송돼 대수층으로 유입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지표수·지하수의 부영양화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동시에 작물 생육은 신선한 강우와 동기화되지 않은 오래된 토양 저장수에 더 의존할 수 있어, 표면 강우 타이밍만으로 작물의 수분 스트레스를 가늠하는 관행은 실제 가용 수분을 왜곡할 수 있다.

연구는 불포화대의 이질성과 선호 유로를 모델링에 반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불포화대를 균일한 ‘스펀지’로 가정하면 빠른 재충전과 느린 매트릭스 흐름이 공존하는 현실을 놓치게 되고, 그 결과 지하수 취약성·영양염 이동·작물 급수 예측의 오차가 커질 수 있다. 호우의 강도·지속시간 변동을 함께 고려한 고해상도 모델과 현장 동위원소 모니터링의 결합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기후 변화로 강한 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계절 분포가 요동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메커니즘의 중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강우는 신생 지하수의 급속 재충전과 오염물질 심층 이송을 가속할 수 있고, 동시에 작물의 실제 가용 수분은 장기체류 지하수의 상태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개, 비료 시비, 작부체계 설계에서는 빠른 재충전 경로와 느린 토양수 경로를 함께 고려하는 ‘이중 경로’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연구진은 신생 지하수와 장기체류 지하수의 분리된 경로를 전제로 한 관리 체계가 작물에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물·영양 공급을 보장하고 지하수 자원을 보호하며, 변동성이 커지는 강우 패턴 속에서도 농지의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지구물리학연합(AGU) 발행 학술지 Water Resources Researc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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