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크루즈선과 호텔의 대규모 세탁 공정에서 배출되는 극세사 오염이 새로운 환경 문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를 줄이기 위한 산업용 여과 기술의 실제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초기 현장 시험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미세 플라스틱 섬유가 포집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향후 분석을 통해 중수도로 흘러가는 극세사 오염 규모와 저감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가 주도하는 이번 연구는 산업 현장에 이미 적용된 클린 시즈 그룹(Clean Seas Group)의 여과 기술을 활용해, 크루즈 및 호텔 세탁 시설에서 발생하는 극세사 배출 실태를 조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진은 특히 세탁 후 배출되는 중수도에서 얼마나 많은 미세 섬유가 제거되는지, 또 어떤 종류의 섬유가 주로 포집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가정용 세탁기 한 번 사용만으로도 의류에서 70만 개 이상의 극세사가 떨어져 나올 수 있다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훨씬 더 큰 규모로 운영되는 상업용 세탁 시스템으로 시야를 넓혔다. 연구진은 산업용 세탁이 처리하는 섬유량이 방대한 만큼, 이에 따른 잠재적 오염 규모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첫 현장 시험의 예비 결과는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여과 시스템에서 채취한 초기 하위 샘플에서는 파운드화 동전보다 작은 면적 안에 수백 가닥의 미세 플라스틱 섬유가 촘촘히 들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몇 달 동안 크루즈 및 호텔 부문에서 수집한 전체 샘플을 대학 실험실에서 정밀 분석해, 산업용 세탁에서 배출되는 일반적인 극세사의 양과 조성을 밝혀낼 예정이다.
초기 조사를 수행 중인 포츠머스대 레볼루션 플라스틱 연구소의 펠리시티 웹스터 연구원은 “첫 번째 하위 샘플만 봐도 포획된 섬유의 양이 너무 많아 놀랐다”며 “앞으로 산업용 세탁에서 발생하는 섬유의 규모와 성분, 그리고 여과 기술이 실제로 이를 얼마나 차단하는지를 더 명확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업계 파트너의 협조 아래 향후 4개월 동안 실제 상업 환경에서 세탁기를 시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구진은 여과 시스템이 해양과 육상 환경으로 배출되는 극세사 수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 배경에는 크루즈 산업과 대형 숙박업의 세탁 규모가 있다. 크루즈 관광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2022년 한 해에만 약 170만 명의 영국인이 크루즈 여행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약 6000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우는 대형 선박의 경우 하루 폐수 발생량이 90만~120만 리터에 달한다. 이는 욕조 최대 80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으로, 상당 부분이 선내 세탁 시설에서 발생한다. 이들 세탁실은 매일 수만 장의 시트와 수건, 베갯잇, 유니폼 등 여러 톤의 세탁물을 처리한다.
포츠머스대 토목공학 및 측량대학의 페이 쿠세이로 교수는 “극세사는 심해 퇴적물부터 우리가 먹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적인 세탁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양이 방출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이를 매일 엄청난 양의 섬유를 세탁하는 크루즈선과 호텔 규모로 확대해 보면 환경적 영향은 매우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원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장기적인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업계도 규제 강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클린 시즈 그룹의 데이브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물과 폐수 문제는 이미 크루즈 및 관광 업계의 핵심 운영 이슈가 됐다”며 “극세사 오염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 규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도입하고 실제 영향을 측정해야 할 때”라며 “해양과 생태계, 인간의 건강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원 헬스’ 원칙에 따라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산업용 세탁기와 직접 연결된 극세사 여과 기술의 효과를 보여주는 추가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물과 폐기물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 가능한 저감 기술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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