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친구들 2부 - 멍청한 동물이라는 편견

그린기자단 정이준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8-07 16: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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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작은 물고기로부터

1부에서 물고기가 육상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세상 모든 척추동물의 근원은 물고기이고, 인간도 물고기에서 진화한 존재들이다. 우리의 신체에는 물고기 시절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이 흔적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공통된 설계도
동물의 팔다리 구조는 하나의 공통된 구조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뼈-이어지는 두 개의 뼈-작은 뼈 여러 개-손가락과 발가락.  

▲ 다양한 손발 골격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 - 내 안의 물고기 59p


손발의 기본 골격의 시작은 어류였다. 페어를 보면 지느러미와 몸통이 연결되는 부위에 하나의 뼈가 존재한다. 유스테놉테론은 하나의 뼈-두 개의 뼈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틱타알릭은 손발 기본 골격의 원시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손발의 구조는 물고기에서 유래하였고, 양서류와 파충류들이 이를 한차례 더 발전시켰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분화에 관여하는 '소닉 헤지호그(Sonic hedgehog)' 유전자는 사람의 손발가락 뿐 아니라 닭의 날개, 상어의 지느러미에도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동물들의 발생 과정은 공통된 한가지의 설계도를 따른다. 모든 동물의 기관은 내배엽, 외배엽, 중배엽에서 형성되며, 종에 상관없이 세 조직층이 형성하는 구조가 일정하다. 모든 동물의 심장은 같은 층에서 생겨났다. 모든 동물의 뇌는 또 다른 한 층에서만 생겨났다. 그것이 사람이던, 물고기이던, 형태가 아무리 달라도 배아들은 모두 동일한 발생단계를 거친다.
 

▲ 왼쪽-사람의 배아, 오른쪽-상어의 배아. 출처 - 내 안의 물고기 147p


모든 동물의 머리 형성에는 4개의 아가미궁이 관여한다. 제1궁은 턱을 만든다. 차이가 있다면 사람은 귀 뼈를 형성하는데 상어는 귀 뼈가 없다는 점 정도이다. 제2궁은 연골과 근육을 형성한다. 사람의 경우 중이(中耳) 속 뼈와 머리와 목의 작은 골격들을 형성하고, 상어의 경우 턱을 지지하는 연골을 형성한다. 3궁과 4궁은 사람은 말하고 삼키는 행동을 하는 조직을 형성하고, 상어는 아가미를 움직이는 조직을 형성한다.

상어의 뇌 신경과 사람의 뇌 신경은 겉으로는 달라 보일지언정 큰 틀은 유사하다. 사람의 뇌 신경 구조는 대부분 상어에게도 존재하며, 같은 신경이 같은 구조를 지탱하고, 뇌에서 나오는 순서까지도 유사하다. 

▲ 인간의 뇌 신경과 상어의 뇌 신경을 비교한 그림. 출처 - 내 안의 물고기 149p


사람이 숨을 쉬면 몸 바깥의 콧구멍을 통해 목 뒤의 통로로 공기가 넘어간다. 폐어나 틱타알릭 같은 원시적인 물고기 또한 몸 밖과 몸 안에 두개의 콧구멍을 가지고 있고, 이는 사람의 콧구멍 구조와 유사하다.
폐어나 틱타알릭보다 더 원시적인 무악어류들은 아주 적은 후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는 경골어류, 양서파충류, 포유류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늘어나 약 1000개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포유류는 어떻게 많은 후각 유전자를 얻게 되었을까? 포유류와 무악어류의 유전자를 비교해본 결과, 추가로 생성된 유전자들은 전부 무악어류의 후각 유전자가 조금씩 변형을 거치며 복사된 형태였다.

-물고기 시절의 잔재
인간의 딸꾹질 또한 물고기 시절의 잔재이다. 인간의 호흡을 주로 통제하는 기관은 '뇌간'이다. 뇌간은 물고기의 호흡을 조절하는 기관이기도 한데, 물고기가 진화하며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인간의 호흡을 통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는 뇌간 근처를 아가미와 목구멍이 둘러싸고 있는 데 반해, 인간은 흉곽을 거친 후에야 호흡을 주관하는 흉벽과 횡경막에 닿는다. 물고기에 비해 멀고 꼬인 구조를 따르다 보니 다른 요인에 의해 신경이 방해를 받아 딸꾹질이 일어나는 것이다. 질식이나 수면무호흡증, 탈장 또한 물고기 시절의 잔재가 남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인간과 물고기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비단 인간과 물고기 뿐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공통적인 설계도를 공유한다. 이는 지구상 동물들이 공통된 조상에서 유래했음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물고기의 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부터는 현재의 물고기들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인간이 바라보는 물고기

우리가 물고기를 볼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보는 물고기는 대부분 물 밖에서 물 속의 물고기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상당히 단편적이고, 좁은 시선만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물고기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물고기가 사는 '물'과 우리가 사는 '공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높아 중력의 영향이 적으며, 소리의 전달이 빠르고, 전기 전도가 잘 되며, 공기에 비해 시각의 제약(깊이에 따른 빛의 전달 저하, 높은 탁도 등)이 더 심하다.
물 속은 중력의 영향이 적으니 물고기들은 근육질과 유선형의 몸을 바탕으로 물속을 누비고 다니며, 소리의 전달이 빨라 외부 청각기관이 없어도 문제가 없으니 외부 청각기관이 발달하지 않았고, 시각적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하여 후각이 발달하거나 전기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등, 물속 환경에 최적화되어 진화하였다.

물고기가 우리의 생각 이상의 높은 지능을 가졌으며, 도구를 사용하고, 여러 가지 감각을 느끼고, 상호 간의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인간의 시점에서 보기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인간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생활하듯이, 물고기들은 물고기들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생활한다. 인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상당히 오만한 생각이다. 물고기들의 기준에서 보면 인간은 지느러미나 물갈퀴가 없으니 수영을 할 수 없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인간도 수영을 할 수 있으니까.

조너선 밸컴의 책 '물고기는 알고 있다' 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것은 우리가 물속에 빠졌을 때 울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고기는 그저 우리와는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제부터 물고기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포유류들도 종마다 생활방식과 지능에 차이가 있듯이 어류도 마찬가지이다.
즉 기사에서 든 예시가 3만종이 넘는 모든 물고기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의 편견보다 고차원적인 생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물고기의 감각


-시각
물고기들의 시력은 시력이 안 좋다는 통념과는 달리 좋은 편이다. 물고기들의 눈에 있는 굴절률이 좋은 구(球)면의 렌즈는 물 속에서도 사물을 뚜렷하게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 물고기와 사람의 눈 구조. 사진출처=http://heritance.me


예를 들어 황새치, 다랑어, 일부 상어 등 원양에서 서식하는 대형 포식성 어류들은 좋은 시력을 바탕으로 먹이를 사냥한다. 또한 이들이 사냥을 위해 깊은 물 속으로 잠수하면 빛이 줄어들 뿐 아니라 수온이 급강하해서 감각기관의 반응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근육에서 생성되는 열을 포획하여 눈의 온도를 올려 수온보다 높게 유지한다. 이를 통하여 먹이를 보고 반응하는 능력이 10배 정도 향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하여 꼬리 쪽에 눈 모양의 무늬를 발달시키거나, 알록달록한 색으로 혼란을 주는 방식을 택한 물고기들도 있다.

또한 어류는 시야각이 넓다. 일부 어종들은 넓은 시야각을 바탕으로 수면을 반사경으로 이용하여 구조물 너머에 있는 천적을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물고기들은 색을 구별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대부분의 현생 경골어류들은 인간보다 많은 색을 구별 할 수 있다. 인류는 RGB 3색을 보는 3색각(三色覺)이지만 현생 경골어류는 대부분이 3색에 자외선까지 볼 수 있는 4색각(四色覺)이다. 자외선을 볼 수 있으니 물고기들만 알아볼 수 있는 패턴으로 종을 식별하기도 하고, 몸 빛깔을 통해 기분이나 연령, 번식상태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물고기들이 착시현상을 경험한다는 것을 알면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일부 물고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물고기들은 에빙하우스 착시와 뮐러-라이어 착시, 카니자 삼각형 착시를 경험한다고 한다.
 

▲ 뮐러-라이어 착시 사진출처=네이버


착시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들의 정신 경험이 인간과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물고기가 착시를 경험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시각에 상당 부분 의지하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착시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청각
그렇다면 청각은 어떨까? 수중음향 탐지기술이 발달하며 물고기들의 소리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기 시작하였는데, 많은 물고기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리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레를 이용한다거나, 이빨이나 뼈, 아가미 뚜껑을 마찰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물고기는 외부청각기관이 없으니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물은 고성능의 음향전도체이다. 즉 외부 청각기관을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물 밖에서 내는 소리는 대부분 물 속에 전달되지 못하지만, 물과 맞닿은 고체를 통과한 소리는 잘 전달되기에(대표적으로 발소리) 물고기들은 이를 감지하여 물 밖의 위험요소를 감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리를 내는 물고기들은 상당수 서식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민어는 산란기가 되면 부레를 이용하여 '꾸룩꾸록' 하는 울음소리를 낸다. 어부들은 이를 이용하여 물속에 대나무를 넣고 민어의 소리를 들으며 민어를 찾아다닌다. 

▲ 민어를 찾는 어부들. 사진출처=네이버블로그


대부분 물고기들의 가청범위는 50~3,000Hz 이지만 (인간의 가청범위는 20~20,000Hz이다.), 저주파나 초음파를 감지하는 물고기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청어 종류는 최대 180,000Hz의 초음파에 반응하며, 이는 돌고래의 초음파를 감지하기 위한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구,농어,넙치 등은 1Hz의 초저주파에도 반응을 보인다. 이들이 초저주파에 반응하는 이유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움직이는 물(해류,파도,밀물 썰물)이 만들어내는 초저주파를 감지하여 이동방향을 잡는것과 관계가 있을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후각
물 속에서 후각은 매우 유용하다. 흐리거나 어두운 물속에서는 시각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물고기들의 후각은 정교하게 발달되어 있으며, 그 기능 또한 상당히 뛰어나다. 예를 들면 상어의 후각은 우리보다 1만배가량 뛰어나며, 홍연어는 1억분의 1로 희석된 새우 냄새를 감지한다고 한다.

잘 발달한 후각은 포식자 감지에 큰 역할을 한다. 많은 물고기들은 위협을 받으면 '슈렉스토프(schreckstoff)'라는 화학물질을 생성한다. 이 물질은 일종의 경보기 역할을 한다. 슈렉스토프는 물고기의 피부에서 생성되는데, 피부를 0.001mg만 잘라서 14L의 물 속에 넣어도 물고기들은 슈렉스토프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포식자가 슈렉스토프를 생성하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배설하면, 배설물에 함께 배출된 슈렉스토프를 통해 근처에 포식자가 있음을 감지하기도 한다.

고통을 느끼는 물고기

'물고기가 통증을 느끼는가' 는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이것이 그냥 반사적인 행동인지, 아니면 진짜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해 많은 실험이 진행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고기는 통증을 느낀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상태이다.

송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송어의 신경에는 포유동물들이 통증을 느끼는 'A-델타 섬유'와 'C 섬유' 가 존재하였고, 유해 자극에 활성화되었다. 그 후 송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 벌 독과 식초로 자극을 주자, 먹이를 거부하고 호흡이 빨라지며, 가끔 물체에 부딪히기도 하는 등 불안정한 행동을 보였고, 이 그룹의 이상행동은 모르핀(진통제)을 투여하자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은 먹이를 잘 받아먹고 이상행동도 발견되지 않았다.

금붕어를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을 보자. 금붕어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만 모르핀(진통제)을 주사한 후 금붕어에게 소형 포일 히터를 부착한 후 온도를 올린 결과 두 그룹 모두 같은 온도에서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후 금붕어들을 원래 수조로 돌려보낸 결과 모르핀 그룹은 평소와 다름없이 헤엄쳤지만, 일반 그룹은 도피 반응을 보였다. 이는 물고기들이 초기의 예리한 통증과 그 이후의 지속적인 통증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뜨거운 물체를 만졌을 때 반사적으로 손을 떼고 그 이후에 지속적인 통증이 오는 것과 유사하다.

이를 비롯한 수많은 실험을 토대로 하여 물고기가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많은 기관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의 과학연구회와 미국 수의사협회는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물고기의 기억력은 3초가 아니다

'물고기의 기억력은 3초다.' 수십번을 듣고 수십번을 반박했던 말이다. 물고기의 기억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멍청하지 않다.

낚시에 낚인 물고기들은 '갈고리 기피증'을 겪는다. 한번 낚인 물고기는 오랫동안 낚싯바늘을 회피한다. 배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낚싯바늘을 피하는 법을 신속히 학습하여 6개월간 낚싯바늘을 회피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들이 낚싯바늘에 낚이는 이유는 배고픔이 통증에 대한 트라우마를 압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프릴핀 고비. 사진출처=wikipedia


대서양 조간대에 서식하는 '프릴핀 고비(Bathygobius soporator)'는 썰물에 해안가에 생긴 웅덩이에서 먹이를 먹는다. 하지만 좁은 웅덩이는 새를 비롯한 포식자들의 위협에 노출되어있다. 이를 피하고자 프릴핀고비는 해안의 다른 웅덩이로 점프를 하는데, 이 물고기의 기억력은 조간대 지형을 전부 암기할 만큼 뛰어나 밀물 때 보아둔 지형을 바탕으로 점프한다고 한다. 프릴핀 고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만조 때 헤엄친 경험이 있는 고비들은 97%가 안전한 웅덩이로의 탈출에 성공하였지만, 헤엄친적이 없는 고비들은 15%만 성공하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단 한 번의 실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0일 이후에도 도피경로를 기억했다고 한다.

다른 실험을 보자. 호주의 민물고기인 레인보우피시에게 그물을 들이대며 도망가는 경로를 찾게 하자, 실험을 거듭할 때마다 노하우가 생겨 5번째 실험에선 전부 그물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11개월 이후 그물을 갖다 대자 11개월 전에 했던 5번째 실험과 비슷한 시간대로 모두 그물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이들의 평균 수명이 3년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기억한 것이다.

물고기들이 좋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면, 과연 학습능력은 어떨까?
물고기를 키우며 일정 시간, 일정 장소에 먹이를 주다 보면 이를 기억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시간-장소 학습이라고 하며 학습하는 시간은 골든샤이너(Notemigonus crysoleucas)와 엔젤피쉬(Pterophyllum scalare)는 약 3~4주, 쥐는 19일, 정원솔새는 11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물고기는 하루에 1~2회 먹이를 먹지만 새는 하루에도 수십번의 먹이를 먹기에, 먹는 빈도에 따른 습득시간의 차이를 고려하면 결코 느리다고 할 수 없다.

학습능력 테스트의 경우 흑백을 구별하는 문제에서 수염상어와 쥐는 호각을 다투었고, 5일 후의 재시험에서 둘 다 80%의 성공률을 보였다. 장완흉상어를 대상으로 비디오를 보여주는 학습을 시도해본 결과, 경우 엔진을 끈 어선을 학습한다고 한다. (엔진을 끈 어선은 고기를 잡고 그물을 걷어 올린다는 의미이니, 다가가면 먹이를 얻을 수 있다.)

남아메리카 민물의 카스텍시 가오리(potamotrygon castexi) 치어 다섯 마리를 대상으로 파이프 속에 담긴 먹이를 주고 관찰한 결과, 물을 빨아들이거나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파이프 안에 있는 먹이를 끌어냈다.

다음 실험에서 두 가지 색의 연결구를 달아 하얀색 연결구에는 먹이가 나올 수 있게 하였고 까만색 연결구에는 그물망을 달아 먹이가 나올 수 없게 한 후 실험을 한 결과 여덟 번의 실험 끝에 마지막 실험에선 전부 먹이를 꺼내는 것에 성공했다고 하며, 이전에 학습했던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으로 파이프 속에 물을 밀어 넣어 먹이를 꺼내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도 사람마다 지능의 차이가 있듯이, 물고기들도 같은 종임에도 지능의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냇물에 사는 등목어(Anabas testudineus)와 연못에 사는 등목어를 대상으로 미로를 탈출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첫 실험에서는 냇물에 사는 등목어가 빨랐으나 미로 구석구석에 식물을 심어 이정표를 만들자 연못에 사는 등목어의 성과는 급상승하였다. 하지만 냇물에 사는 등목어의 성과는 변함이 없었다. 이는 냇물과 연못의 차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물살이 빨라 주기적으로 구조물이 바뀌는 냇물에서 이정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변화가 적고 정체된 연못에선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 고차원적인 실험을 보도록 하자. 내용은 같지만, 색만 다른 빨간색과 파란색 먹이를 놓고, 파란 먹이를 먹는다면 빨간 먹이를 치워버리고, 빨간 먹이를 먹는다면 파란 먹이도 먹게 해주는 실험을 기획했다(즉, 빨간 먹이를 먹어야 두 먹이를 먹을 수 있다).

청소놀래기와 카푸친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을 활용한 실험에서 가장 먼저 이 규칙을 습득한 것은 45번 만에 습득한 청소놀래기였다.
침팬지는 60번과 70번 만에 두 마리만이 학습에 성공하였고, 카푸친원숭이와 오랑우탄 세 마리는 100번 만에 학습에 성공하였다.
또한 어린 청소놀래기와 어른 청소놀래기의 습득력 차이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나, 정신능력의 발달에는 나이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물고기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면 많은 사람들은 놀랄 것이다. 도구 사용과는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물의 특성과 물고기의 신체구조상 도구 사용에 제약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없지는 않다.
산호초에 사는 양놀래기과 어종 중에선 조개를 깨기 위하여 바위를 활용하는 물고기도 있으며, 물총고기는 물을 발사체로 이용한다. 먹이를 맞춰서 떨어트리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계산함은 물론이고 비행하는 곤충을 떨어뜨리기 위하여 회전 사격도 한다. 또한 이들의 사냥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어서 학습을 많이 한 개체일수록 명중률이 늘어난다고 한다.



물고기의 사회생활

물고기들의 사회생활. 무엇이 있을까? 간단하고 보기 쉬운 예부터 들면 '무리 짓기' 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무리를 지으면 이동의 편리함, 포식자 감지, 정보교류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무리 짓기에도 친밀한 구성원들끼리의 무리와 그렇지 않은 무리는 사냥 능력이나 움직임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물고기들은 자신들의 구성원을 어떻게 구별할까? 감각기관들의 개별적 혹은 복합적(시각, 촉각, 호르몬 등)인 작용을 통하여 알아본다고 한다. 또한, 일부 물고기들은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기도 하는데, 물총고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먹이를 주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다고 하며, 물고기를 사육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이를 주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꽤 많이 들려온다.

무리를 짓는 물고기들에게 구성원의 식별은 위계질서 형성에 중요하며, 이들은 서열이 높은 구성원과 낮은 구성원을 구분할 수 있고, 일부 종들은 구성원끼리의 싸움을 구경하여 삼단논법(A가 B를 이기고, B가 C를 이기면, A는 C를 이긴다) 판단도 가능하다고 한다. 베타의 경우 동족의 싸움을 지켜보며 강자인 수컷에게는 싸움을 걸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전적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싸움을 걸기도 한다.

산호초 사이에는 다른 물고기들의 몸에 붙어있는 기생충을 먹이원으로 삼는 청소놀래기가 서식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서식하는 곳에 청소를 받으러 오는 많은 손님을 기억하고 구분한다. 친숙한 손님과 친숙하지 않은 손님 중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친숙한 손님 곁에 더 오래 머물렀으며, 장기간 방문하지 않은 손님과 얼마 전 방문했던 손님이 있으면 장기간 방문하지 않은 손님을 선택한다고 한다. 자주 방문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청소해서 먹을 게 많다는 의미이다. 

▲ 청소 중인 청소놀래기. 사진출처=한산신문


반대로 손님들은 청소부를 기억하기보단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장소를 기억하며, 청소부가 있는 곳 근처에서는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라이언피시는 협동사냥을 하는 물고기 중 하나이다. 지느러미를 흔들며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 함께 사냥을 나서며, 구석으로 먹이를 몰아 잡은 후 먹잇감을 분배한다. 굳이 같은 종이 아니더라도 협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곰치와 그루퍼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루퍼는 탁 트인 공간에서 민첩하며 곰치는 틈새를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루퍼는 곰치를 발견하면 몸을 흔들어 사냥을 제안하고, 바위 틈에 숨은 먹이를 발견하면 물구나무서기로 해당 방향을 가리킨다. 그러면 곰치는 그 방향으로 다가가 먹잇감을 공격한다.

이를 이용한 실험도 있다. 곰치 모형 두개를 이용하여 하나는 먹이를 잘 찾고, 하나는 먹이를 못 찾도록 움직였다. 둘째날이 되자 그루퍼들이 사냥을 잘 하는 곰치 모형에게 협동사냥을 제안한 경우는 83%였다고 한다. 사냥을 잘하는 파트너를 구분하는 것이다.

물고기들은 각자의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다른 동물에서 발견되는 문화는 범고래의 방언, 코끼리의 이동 경로, 박쥐의 먹이사냥터 등이 있으며, 물고기의 경우 파나마의 산호초에서 서식하는 블루헤드놀래기의 번식지점 87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장소가 12년동안 일정하다는것을 발견하였다. 이들의 평균수명을 고려할때 12년은 최소 4세대에 해당하며, 근처의 블루헤드놀래기를 모두 잡아들이고 새로운 블루헤드놀래기를 방류한 결과 새로 방류된 개체들은 새로운 산란처를 형성했다고 한다. 그 후 방류했던 개체를 전부 잡아들이고 원래 있던 개체를 다시 방류한 결과 기존에 있던 산란처를 다시 찾아갔다고 한다. 관습에 따른 번식지 유지는 청어, 그루퍼, 독가시치, 페럿피시 등 많은 어종들에게 해당되며, 물고기 집단의 조정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회적 단결과 정보에 능통한 개체인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남획에 따른 문제로 효율적인 이동 경로와 목적지를 알고 있는 나이든 물고기들이 사라지며 전통의 승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한번 파괴된 물고기 집단의 수를 늘려도, 집단기억을 이미 상실한 상태이기에 완전한 회복이라고 볼 수 없다.

물고기는 인간의 편견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생물이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남획과 환경파괴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해있고, 하등하다는 편견 때문에 그들이 처한 위험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다음 기사에서는 위기에 처한 물고기들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그린기자단 정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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