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는 홍수로 성처럼 단단해 보였던 하천의 제방이 터져 나가는가 하면 더 없이 안전해 보이던 아파트가 일부이긴 하지만 물에 잠기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 선진국 미국 국토의 한 부분이자 세계적인 휴양지 하와이가 일주일 넘게 불에 탄 적도 있다. 기후위기가 유발하는 환경재앙에 대한 인간의 대응능력이 한계에 이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여름 제방붕괴로 지하차도가 잠기며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미호강을 방문해보니 복단면의 두 번째 제방 상단에까지 물에 잠긴 모습이 보였다 (사진 1). 제방너머를 보니 주거지가 물에 잠겼고, 같은 높이의 농경지도 당연히 물에 잠겼다 (사진 2). 제방 위에서 하천의 바닥과 다른 한편의 주거지와 농경지 높이를 비교해보니 오히려 하천 바닥의 높이가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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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1. 홍수가 지나간 미호강의 모습. 복단면의 두 번째 제방 상단에까지 물에 잠긴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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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 미호강 주변 농경지의 침수 모습. 같은 위치의 주거지도 여기처럼 침수되었다. |
하천에 자라는 식물들을 보니 홍수터의 식물은 정상부까지 물에 찬 모습이다. 다행히 그곳에 본래 자라는 버드나무들은 홍수가 밀려 올 때 물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몸을 구부려 모두가 굽은 모습이다. 그러나 위치에 맞지 않게 도입된 양버즘나무는 한 줄기는 홍수에 버티지 못하고 넘어져 있지만 다른 줄기는 곧추 서 있어 버드나무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 흐름을 방해한 모습이다. 벚나무는 통째로 넘어져 있으며 이 나무 또한 넘어지기 전까지 물의 흐름을 방해하였을 것이다. 파크 골프장을 만드느라 세워진 간판과 자전거 도로 안내 간판, 각종 체육시설과 야영객들이 버린 텐트 등도 물의 흐름을 방해하며 홍수 피해를 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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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송 지하차도 침수 피해 유발 책임을 묻는 화살의 방향은 온통 제방관리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곳이 직접적 피해를 준 것으로 눈에 띄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게 즉 간접적으로 피해를 준 경우도 많다. 우선 위에 언급한 물의 흐름에 방해를 유발한 모든 행위가 피해를 유발한 경우에 해당한다.
또 피해를 준 경우는 필자와 같은 전문가다. 하천 본래의 공간적 범위는 충적토 (우리가 소위 골재라고 부르는 모래와 자갈이 많이 섞인 흙)가 위치하는 공간으로서 대단히 넓어 대부분 산과 산 사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주식인 벼를 재배하기 위한 논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공간의 대부분을 논으로 전환하며 하천의 폭을 좁혀 왔다.
그러나 근래 기후변화의 영향을 바르게 인식한 선진국들에서는 폭우의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하천 본래의 공간적 범위를 확보해주는 참 복원을 실시하고 있다. 소위 하천을 위한 공간 확보 프로젝트 (room for the river)다. 이러한 하천복원 사업이 시작된 지도 벌써 20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정부와 국회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바르게 알려드리지 못해 우리의 하천 복원 사업은 이러한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하천 복원 사업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어 이런 피해를 키운 데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전문가의 책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호강에는 미호종개라는 이 지역 특산 물고기가 살고 있다. 미호종개는 전 세계에서 이곳에만 사는 물고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생태자원이다.
한편, 미호강에는 그 유역에서 발생하는 토지이용 때문에 유입되는 토사량이 크게 늘어났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강수량과 미호강의 통수단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하여 미호종개를 보호하기 위해 준설을 할 수 없는 미호강의 특성에 어울리는 홍수 대책을 마련하거나 준설을 하면서도 미호종개에 피해를 주지 않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홍수대비를 위해 준비된 침수지도가 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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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1. 홍수 시 침수 범위와 정도를 보여주는 지도. 이 범위 대부분이 본래 하천의 공간적 범위에 해당한다. |
이 지도에 표시된 침수 우려지역이 실은 하천의 공간적 범위에 해당한다. 우리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을 설득하여 우리도 선진국의 사례처럼 진정한 하천복원을 실천에 옮겨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했다.
또 다른 잘못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하천에는 전문가의 그릇된 인식으로 하천에 어울리지 않는 육상식물을 많이 도입해 왔다 (사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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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의 세종시 구간의 모습. 하천 내부에 많은 육상식물이 도입되어 있다. 이들 육상식물은 하천 본래의 식물들과 달리 유연성이 떨어져 홍수 소통에 지장을 초래하며 그 피해를 키운다. |
그 식물들은 앞서 언급한 경우처럼 홍수 소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며 홍수 피해를 키우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도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더 큰 잘못도 있다. 우리나라 하천에는 상수원 보호를 목적으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여 확보한 수변 매수 구역이 있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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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2. 금강수계의 수변구역 현황도. |
이러한 공간 확보는 유역의 토지이용을 줄여 수질오염원 발생을 줄이는 것이 주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왕에 확보한 그곳을 그들의 원래 위치인 하천의 공간적 범위에 포함시켰다면 홍수 시 불어난 물을 저장하여 유속을 늦추며 홍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더구나 그러한 공간에는 대부분 그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육상식물을 도입하여 홍수방지를 비롯해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해 왔다 (사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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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10. 수변구역에 도입된 육상 식물 및 외래 식물. 이 식물들은 하천 본래의 수변식물과 달리 유연성이 떨어져 홍수 피해를 키울 수 있다. |
예산의 낭비와 공간의 낭비를 보고도 눈감은 채 방치해 왔다. 전문가로서의 직무유기를 해 온 것이다.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 지면을 통해 홍수피해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마음 깊이 사과드리며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도 성심을 담아 깊이 사과드린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여러 가지 여건 상 지금 당장 모든 하천의 폭을 넓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앞서 언급한 수변 매수 구역을 활용하는 것이다. 수변 매수 구역이 장소에 어울리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천에 포함시켜 통수단면의 폭을 넓히고 육상식물 식재를 비롯해 그릇되게 관리된 그곳을 생태적 원리에 바탕을 두고 정비하면 본래 목적인 상수원 보호는 물론 홍수 피해를 줄여 국민이 납부한 혈세를 제대로 보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전문가들도 제 역할을 하여 직무유기의 멍에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실 것을 모든 관련자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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