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숨겨진 전자 고속도로, 오염 정화의 새로운 열쇠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9-29 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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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땅 밑 지하에서 화학 반응과 오염 정화를 가능하게 하는 ‘전자 고속도로’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자가 토양과 퇴적물 속을 먼 거리까지 이동하며 생태계 유지와 수질 조절, 오염 물질 분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선양농업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Environmental and Biogeochemical Processes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전자가 센티미터에서 때로는 미터 단위까지 이동하며 지하 환경의 화학 반응을 연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전자 교환이 미세한 광물이나 미생물 표면에서 국소적으로만 일어난다고 보던 학설을 뒤집는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전도성 광물, 천연 유기 분자, 그리고 ‘케이블 박테리아’로 불리는 특수 미생물이 전자 다리 역할을 하면서 지하 전자가 장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단계적 연결이 형성돼 수십 센티미터 이상에 걸친 ‘전자 전달(ET) 체인’이 구축되며, 사실상 지하 전자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송후 위안 교수는 “이제 우리는 산화환원 반응이 멀리 떨어진 구역 간에도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는 오염 물질 정화와 환경 지속 가능성에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거리 ET는 직접적인 화학 주입이 어려운 지하 환경에서도 오염 물질 분해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전도성 광물이나 바이오차르를 첨가하면 미생물 활동이 강화되고, 케이블 박테리아는 퇴적물 표면의 산소와 깊은 곳의 황화물을 연결해 유해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과제로 ▲다양한 규모에서 전자 흐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 개발 ▲나노 수준 반응과 현장 규모 과정을 통합하는 모델 구축 ▲자연 전자 경로를 활용한 정화 기술 설계 등을 제시했다.

공동 저자인 얀팅 장 박사는 “지하를 하나의 상호 연결된 산화환원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개념적 틀을 제시했다”며 “이를 통해 영양소와 오염 물질의 이동을 더 잘 예측하고, 지하수와 생태계 보호 전략을 고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 과학과 실용적 환경 공학을 연결하는 성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지구의 ‘전자 그리드’를 활용한 오염 토양 및 대수층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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