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위기의 악화로 전 세계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가 나와 눈길을 끈다. 영국 엑서터대학교와 런던대학교 기후행동부, 공공정책연구소(IPPR), 전략적 기후위험이니셔티브(SCRI)가 공동으로 발표한 새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1.5°C를 돌파하면서 산호초 붕괴와 같은 지구 시스템의 전환점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기후 행동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악순환이 2015년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 2°C 이하 유지”라는 목표 달성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기후 탈선(derailment) 위험’이 “위험할 정도로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로리 레이번(Laurie Laybourn, 엑서터대 글로벌시스템연구소)은 인류의 현 상황을 “폭풍 속에서 항해 중인 선원”에 비유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임무는 폭풍이 다가오고 있음을 설득하고, 방향을 바꾸며, 이를 반대하는 기득권층에 맞서는 일이었다”며 “이제는 폭풍 속에서 실제로 항해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레이번은 “1.5°C 초과라는 비유적이자 현실적인 폭풍 속에서 우리의 행동 역량이 분산되고, 그 결과 탈탄소화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며 “이때야말로 집중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 혼란이 커질수록 사회는 더 산만해지고, 결국 대응 능력을 상실하는 ‘탈선’ 상태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폭풍에 압도된 선원이 항해 능력을 잃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탈선 위험’의 실제 사례로 2024년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의 대홍수를 제시했다. 8시간 동안 한 해의 강수량이 쏟아져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십억 유로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연구진은 이 재해가 기후 변화로 인한 토양 건조와 극한 강우가 결합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복스(VOX)는 이번 재난의 원인을 “기후 광신도의 정책 탓”으로 돌리며 정부 불신을 자극했다. 복스는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강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정치적 반발이 기후 행동을 지연시키고, 재난을 악화시키며, 다시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탈탄소화 정책을 거부하는 정치가 확산되면, 결국 지역 사회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탈선의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강화의 기회(reinforcing opportunities)’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레이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불에서 피해를 최소화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를 사례로 들었다. “이 건물들은 에너지 효율이 높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극한 기후에도 견딜 수 있는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이중효과 전략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1.5°C의 ‘기후 폭풍’을 헤쳐나가기 위한 다섯 가지 핵심 기능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이는 선박이 폭풍 속에서 항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능력에 비유된다.
1.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
기후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조기 경보 시스템과 시나리오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2. 이야기(Narratives)
위기 속에서도 회복력과 연대를 강조하는 새로운 ‘기후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
3. 회복탄력성(Resilience)
단순한 인프라 보강을 넘어 사회적 결속과 빈곤 완화 같은 구조적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4. 속도(Speed)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은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며, 자연 복원은 이 둘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다.
5. 거버넌스(Governance)
정치·행정 시스템은 투명한 소통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보고서에서는 탈선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화석연료 감축 속도를 대폭 높이고, 동시에 사회의 기후 적응 역량을 강화해야만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탈선 위험은 단일 부문이 아닌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며, 정부와 시민, 기업 모두가 그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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