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납 오염 여전히 심각… 매년 3조4천억 달러 손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10-19 22:39:19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 세계 납 노출이 여전히 심각한 보건 및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며, 매년 3조4천억 달러(약 4,700조 원) 이상의 경제적 잠재력 손실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싱가포르국립대(NUS) 열대해양과학연구소의 첸 멍리(Chen Mengli) 연구원을 중심으로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옥스퍼드대, 워릭대, 미시간대, 브리스톨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납 노출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시급한 공중보건 및 경제 과제”라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는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납은 로마 제국의 배관 시스템부터 현대의 페인트, 파이프, 산업용 합금에 이르기까지 인류 사회 전반에 걸쳐 사용돼 왔다. 그 광범위한 활용은 인류 문명 곳곳에 유독한 흔적을 남겼다. 수세기 전 유럽에서 발생한 최초의 대규모 중독은 납에 오염된 음식과 음료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환경적 재앙은 1920년대 휘발유에 ‘테트라에틸 납’이 첨가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수십 년간 수백만 톤의 납이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

1970년대까지 전 세계 어린이들은 위험 수준의 혈중 납 농도를 보였고, 그 결과 신경 손상, 발달 장애, 조기 사망이 잇따랐다. 이후 2021년에야 납 휘발유의 전 세계적 퇴출이 완료되며, 이는 현대 공중보건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납 없는 세상’을 기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고소득국에서는 납 노출이 감소했지만,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정체하거나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토양과 노후 인프라에서 비롯된 기존 오염, 석탄 연소, 납 페인트, 납 함유 제품, 폐배터리 및 전자폐기물의 비공식 재활용 등이 여전히 주요 노출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첸 연구원은 “문제가 해결됐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새로운 노출원이 계속 등장하고 있고, 과거에 방출된 납은 자연 과정을 통해 여전히 재분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오늘날에도 납 생산량이 연간 1,600만 톤을 넘고 있으며, 그중 약 85%가 차량용·통신용 납축전지 제조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소득·중산층 국가에서는 이들 배터리가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재활용되고 있어, 가정과 학교 인근 지역사회가 고농도의 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납은 극미량이라도 성장기 아동의 뇌 발달을 저해하며, 지능지수 저하·학습장애·행동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이 매년 3조4천억 달러, 즉 전 세계 GDP의 2% 이상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 확대로 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관리 부실 시 납 오염이 다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활용 시스템이 불법적이거나 비공식적으로 운영될 경우, 납이 지역사회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납 함유 제품의 전 생애주기 관리 강화 ▲불법·비공식 재활용 근절 ▲모니터링 및 지역사회 참여 확대 ▲납 노출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반영한 정책 설계 등 네 가지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첸 연구원은 “납 휘발유 퇴출은 국제 협력의 상징이지만, 납 노출의 유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새로운 노출원과 환경 잔존 납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