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남극해의 미세조류가 과거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 변동에 예상보다 큰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AWI)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최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 약 1만4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말기 남극해에서 대규모 조류 번성이 대기 중 CO₂ 흡수를 크게 늘렸다는 사실을 고대 DNA(sedaDNA) 분석을 통해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남극 반도 인근 브랜즈필드 해협에서 2천 미터 깊이의 해저 퇴적물 코어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페이오시스티스(Phaeocystis)’라는 조류가 특정 기후 조건에서 폭발적으로 번성하며 막대한 양의 탄소를 흡수한 흔적을 확인했다. 특히 ‘남극 냉전(ACR)’으로 불리는 국지적 기후 냉각기 동안, 겨울철 광범위한 해빙 형성과 봄철 강력한 해빙 융해가 페이오시스티스 성장에 최적 조건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AWI의 수석 저자인 조세핀 프리데리케 웨이스 박사는 “해빙이 넓게 확장될수록 봄철 녹은 물이 풍부한 영양분을 바다 표면에 공급해 조류 개화가 활발해졌다”며 “이는 대기 중 CO₂ 증가 속도를 눈에 띄게 늦추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류 번성은 단순히 탄소 흡수에 그치지 않고, 구름 형성에 영향을 주는 디메틸설파이드(DMS) 방출, 남대양 먹이 그물 변화, 심해로의 탄소 이동 증가 등 복합적인 기후·생태적 연쇄 반응을 촉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오늘날 페이오시스티스는 해빙 감소로 서식지가 급격히 위협받고 있다. 최근 남극에서 관측되는 해빙 손실은 이들의 대규모 개화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해양 탄소 저장량 축소와 기후 변화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연구진은 “규조류 등 다른 조류가 빈자리를 차지할 수는 있지만, 먹이 그물 구조와 탄소 순환의 효율성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전통적인 지질·화학적 방법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미세조류의 과거 흔적을 고대 DNA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DNA 분석과 지질학적 기법의 결합이 과거 기후 변동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미래 기후 예측의 정밀도를 높일 것”이라며 “페이오시스티스와 같은 핵심 미세생물을 더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해양 생태계가 인류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지구 기후 조절에 기여해왔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에서 해양 생태 보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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