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구 표면의 단 3%만 차지하지만 전 세계 토양 탄소의 30% 이상을 저장하는 ‘이탄지(peatland)’가 기후 변화와 극심한 가뭄으로 거대한 탄소 방출원으로 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온난화된 기후 조건에서 가뭄이 발생하면 이탄지의 탄소 손실량이 최대 4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는 미네소타 북부의 한대수 늪지에서 진행 중인 ‘SPRUCE(기후 및 환경 변화에 따른 스프루스 및 이탄지 반응)’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미래 기후를 모방한 조건에서 수행됐다. 연구팀은 온도 상승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결합할 때 가뭄이 이탄지의 탄소 배출을 폭발적으로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는 단 몇 달 만에 90~250년에 걸쳐 축적된 탄소 저장량이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루오 교수는 “기온 상승으로 가뭄이 더 잦고 심각해지면서 이탄지는 이전보다 훨씬 취약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극단적 현상은 수백 년 동안 저장된 탄소를 한순간에 대기 중으로 방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탄지는 과거부터 탄소 흡수원으로 평가받아왔지만, 이번 연구는 가뭄과 온난화가 결합할 때 탄소 배출이 어떻게 증폭되는지를 정량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다. 연구팀은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작할 수 있는 ‘유르트형 챔버’를 활용해 10가지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재현했다. 2021년 여름 실제 발생한 극심한 가뭄 기간 동안, 물 테이블이 낮아지며 이탄이 공기 중 산소에 노출되어 탄소 배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오 교수는 “놀라운 점은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 자체가 탄소 손실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라며, “이전 연구와 달리 CO₂가 가뭄의 영향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박사후 연구원 콴 콴(Quan Kuan)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늪지대 내 용존 탄소와 기질의 양이 증가해, 가뭄 시 산소와 접촉하면서 더 많은 CO₂가 방출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앞으로 극심한 가뭄 발생 확률이 현재보다 1.7~7.2배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루오 교수는 “이탄지는 지구에서 어떤 생태계보다 밀집된 탄소 저장고”라며 “기후변화 완화와 온난화 곡선 완화를 위해 이탄지의 보전과 복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코넬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CALS)과 오크리지국립연구소가 주도했으며, 250명 이상의 연구진이 참여한 장기 국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연구팀은 향후 이탄지의 환경 변화 반응을 예측하기 위한 통합 모델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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