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은 AI로부터 안전합니까?' 노벨상 거장의 대답

송승수 기자 | mediahee@gmail.com | 입력 2025-08-03 22: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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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시대, 인간 기억의 최후 보루는 문학'임을 역설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그의 표정에서 깊은 고뇌가 엿보인다. (사진=ICLA 조직위원회 제공)

 

[이미디어= 송승수 기자] 수많은 정보가 스마트폰을 통해 흘러들어오고, 인공지능(AI)이 나의 취향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시대. 문득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나의 생각, 나의 기억은 온전히 내 것이 맞는가?

 

이 불안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듯, 지난주 고양 킨텍스에서는 특별한 지적 향연이 펼쳐졌다. 전 세계 1,400여 명의 석학들이 모인 제24차 세계비교문학협회(ICLA) 총회에서, 시대의 화두는 단연 '인간의 자리를 묻는 기술'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ézio)의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는 "문학은 기술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침범할 수 없는 인간 기억의 최후 보루"라고 말했다. 잊히고 왜곡되기 쉬운 우리의 경험과 감정,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내는 그릇. 그것이 바로 문학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 한국의 석학 김우창 교수가 기술 문명 속에서도 '문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ICLA 조직위원회 제공)

 

고려대학교의 김우창 석학 역시 기술 문명 속에서 '문학적 사유'만이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물론, 변화의 흐름을 거부할 수만은 없다.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댐로쉬(David Damrosch) 교수는 AI 번역 기술이 우리를 언어의 장벽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라 말했고, 동국대 윤재웅 총장은 AI로 과거의 시인을 불러내는 매력적인 미래를 제시했다. 

 

기술은 우리에게 더 많은 이야기와 만날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세계비교문학회장을 역임한 산드라 버먼(Sandra Bermann) 교수 또한 "문학은 언어의 자유를 지키고 윤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기술 시대일수록 그 책임이 더욱 막중해짐을 강조했다.

 

▲ 세계비교문학회장을 역임한 산드라 버먼(Sandra Bermann) 교수가 기술 시대 문학이 짊어져야 할 윤리적 책임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ICLA 조직위원회 제공) 

 

결국 선택은 우리에게 남는다. 수많은 이야기가 AI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쏟아지는 세상. 그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받아들여 '나의 기억'으로 만들고, '나의 정체성'을 구축할 것인가. 그 어느 때보다 주체적인 읽기가 중요해진 시대다.

 

▲ 강연을 경청하는 한 참석자의 모습에서 깊은 사색이 느껴진다. (사진=ICLA 조직위원회 제공)

 

오늘, 당신의 서가를 채우고 있는 책 한 권을 꺼내 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 안에, AI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당신만의 우주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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