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는 룰을 지켜야 한다

수도법 시설기준을 개정하며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6-21 01: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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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 환 | 저널리스트, 시인, 수필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수 많은 법이 존재한다.
도로에서는 도로교통법, 산 앞에서는 자연법, 바다에선 해양법, 강에서는 하천법, 살고있는 내 집에서는 주택법, 떠다니는 공기는 대기관리법 등. 그래서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는 것인가. 어쩌면 우리 인간은 법의 테두리에서 살아가는지 모른다. 모든 운동경기에도 종목에 걸맞는 경기 규칙이 짜여져 있다. 축구에서는 반칙 두 번이면 퇴장이란 강력한 규칙이 있기도 하다.
골퍼들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규칙들이 부지기수다. 필드에 들어서는 순간 규칙에 준해야 하며 규칙에 준하지 않으면 벌타는 당연하다. 동료들에게서 그 룰이 어지간히 지켜질지 미지수이지만 내기골프가 되면 사정은 다르다. 150여미터 짧은 홀에서 앞서 티샷을 한 동료에게 몇 번 아이언을 사용했냐고 물어도 벌타가 2점이나 된다. 남의 볼을 쳐도 걸리면 왕창 2벌타에 다시 쳐야 한다.
솔직히 룰을 제대로 지키고 마지막 라운딩을 끝낸 위인은 얼마나 될까. 나 자신도 양심선언을 하면 분명 페어웨이 가운데로 잘 나간 볼을 찾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규칙대로라면 5분 정도 찾아야 하는데 뒤에서는 인상이 일그러져 보이는(그렇게 느껴진다) 후속 플레이어가 기다리고 있고, 케디피 8만원씩 받아 챙기는 케디 역시 그냥 치라며 준비한 볼을 던져주고 재촉을 한다. 동료들도 민망하고 법을 지키려야 지키기 어려워 그냥저냥 플레이는 이어진다. 오비를 내고 벌점을 먹는 예는 부지기수다. 하긴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오비말뚝을 많이 만든 나라도 드물 것이다.
요즘와서는 3명이 플레이하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 대신 5명은 된다나. 외국에서는 홀로서도 플레이하는 꾀나 낭만스러운 풍경을 수시로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우리나라 체형에 맞는 룰과 골프장 설계가 필요할 듯 싶다.
요즘 상하수도협회에서는 수도법관련 시설기준 개정작업이 9년 만에 이뤄지고 있다. 없는 예산에 일본 수도시설기준을 번역하는 것으로 끝냈던 과거의 시설기준이다. 그것을 근 10년만에 개정하고 있다. 아직도 일본 수도시설기준의 복사판이나 진배없다. 그간 역사성으로 운영체계나 기술개선문제에서 우리나라의 수도기술이 일본을 앞서간 분야도 있고 혹은 변형된 기술로 우리의 정수시스템과 맞는 기술들이 부지기수이다. 수 많은 특허나 신기술 받은 기술들도 상당수 있다. 그런데 수도법의 하위법인 시설기준조차 우리의 손 우리의 감각 우리의 기술로 터득한 새로운 기술과 운영체제의 개선조차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실지로 현장에서 적용되어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기준에 삽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유는 관련된 기술자나 전문가 학자 등이 소신이 없고 모든 것이 외국사례에 적용된 기술만이 타당한 것처럼 인지되기 때문이다. 혹은 반대세력에 대한 저항을 이겨내기 버겁다는 회피성도 내재되어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해외 정수장 견학시에는 한국이 더 잘 운영되고 있다고 외치면서 법 앞에서는 그리도 나약한지.
나뭇잎을 치우다가 볼이 굴러가도 벌타 하나를 먹는 골프의 규칙은 그리도 예민하면서 우리국민이 먹는 물을 안전하고 맛있게 공급해야 할 기기장치 등에는 예민함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하긴 일본이든 미국이든 관련 법규나 시설기준이 그쪽 나라에선 어떤 문제가 없는지 애로점은 없는지 제대로 연구하거나 조사된 자료 하나 없는 수도 1백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이다.
수도시설기준의 내실화, 현대화, 전문화 그리고 지속적인 발전을 포용하는 한국실정에 알맞은 기준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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