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쓰레기 만두’ 파장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모든 국가가 그렇겠지만 식품으로 총칭되는 ‘먹거리’에 대해서만은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식품자체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므로, 이들의 안정성은 위협하는 어떠한 오염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만두파동은 국내의 식품관리체계에 대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남다르다.
같은 식품이라도 식품의 종류에 따라 소관부처와 해당법률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축산물이나 그 가공식품은 농림부의 축산물가공처리법에 해당하며, 어유 및 수입수산물의 검사는 해수부의 수산물품질관리법으로 관리된다. 또한 소금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산업자원부의 염관리법이 소관법률이며, 학교급식의 경우 교육인적자원부의 학교급식법에 해당한다. 이처럼 똑같이 ‘먹거리’범주안에 속하면서도 이들은 각기 다른 부처의 소관법률을 적용 받고 있다.
그렇다면 식품으로서 ‘먹는샘물’은 어떠한가. 먹는샘물이 국내에 최초로 등장한 것은 ’74년 식품위생법에 보존음료수 제조업 항목이 신설되면서부터다. 그러나 먹는샘물이 등장과 함께 법의 테두리 속에서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먹는 샘물이 시판될 경우 수돗물의 신뢰성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에 당시 보사부는 시판 허용과 유보를 반복하면서 무허가 샘물업체를 난립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은 먹는 샘물은 ’94년의 낙동강 수계 식수오염사고를 계기로 수질관리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식약청의 식품위생법이 아닌 환경부의 먹는물관리법으로 이관된다. ’95년 제정·시행하게 된 환경부의 먹는물관리법은 먹는샘물의 허가요건과 관리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식품별로 다원화된 관리체계가 결코 식품의 안정성 향상과 인력의 효율성 면에서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현행 7개 부처로 나눠있는 식품관리업무를 이미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식약청에서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T/F팀에서도 이미 물밑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관련부처의 이해관계와 반발이 확실시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사실상 공개되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같은 식품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이 추진되게 되면 각 식품별로 흩어져 있는 현행 관리체계가 식약청으로 통합 관리될 가능성이 농후하게 점쳐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각 부처의 반발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경부‘먹는샘물’포기 못하는 사연
각부처가 사실상 본 업무와 무관하거나 비교적 상관관계가 적은 ‘식품’을 떠안고 있는 이유를,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다분히 정치적 논리”라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정치성’이란 조직내 담당부서의 인력 보전과 영향력, 그리고 각 식품을 둘러싼 각종 부과금 등의 경제적 측면을 의미한다. 사실 ‘식품안전 관리 일원화’논의는 국민의 정부 출범당시 논의가 진행되려 했으나 부처간의 이견이 지나쳐 서둘러 봉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애당초 샘물이 먹는물 관리법에 포괄된 연유는 사실 이런 이유와는 거리가 있다. 먹는물 관리법의 입법취지를 살펴보면 수질관리 일원화 정책에 따라 공중위생법, 식품위생법등에 분산되어 있던 관련규정을 통합하여 먹는물에 대해서 합리적인 수질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되어있다. 즉, 수질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토양·지하수 오염등의 환경적 요인을 물관리 일원화 차원에서라도 환경부가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샘물의 경우 지하암반수가 대부분 광천수의 개념이므로, 수자원 보호와 전체적 환경영향을 고려한다면 환경부가 이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물은 식품으로만 볼 것이 대기와 토양을 아우르는 환경요소로 관리돼야 한다”며 “만약 물을 식품으로만 본다면 수돗물도 식약청등에서 관리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또한 안정성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원수 및 수질관리는 시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철저히 관리되고 있으며, 유통중인 생수 또한 각 시도에서 수거검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측은 이에 덧붙여, 먹는 물은 상수원수의 수질관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먹는 샘물이 식약청으로 이관되면 건교부의 지하수개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식약청의 병입수관리등으로 지하수 관리가 분산되어 효율적인 업무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식품안전 관리면에서라도 식약청의 전문성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립환경연구원은 먹는물 관리에 있어 노하우와 전문성이 축적돼 있으므로 식품 연구기관과 통합하는 것은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되레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특히 안전관리가 분산 수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등은 각각 여러 부처에서 업무가 분산처리되고 있으나, 먹는물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환경부가 통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환경부는 현행법상 먹는샘물로 허가받지 못한 기능성음용수, 해양심층수 등을 포함한 먹는물 전반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먹는물 다원화’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식품체계 일원화 논의가 표면화되더라도 양부처의 이견은 좀처럼 좁히기 힘든 문제로 남을 전망이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안전에 대해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서도 환경부는 늘 독자적으로 일해왔다”며 “가장 큰 우려는 안전관리의 다원화에서 비롯된 사각지대(死角地帶) 발생 문제”라며 식품안전관리 통합의 궁극적 목적을 이해하는 일이 부처의 이해관계보다 앞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식품안전체계 ‘생산자보호’에서 ‘소비자보호’로
사실 식품안전관리체계에 대한 일원화 논의는 앞서 언급했듯 ’97년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논의에 참가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에 대한 공감대는 일부 형성되었으나, 이해당사기관 및 이해당사자의 상반된 견해와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식품안전관리의 경우 업무의 중복으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미관리 분야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며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통합화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의 생산 중심적 관리체계가 질적·안정성 향상을 추구하는 소비자 안전중심 관리체계로 개선되고 있는 추세에, 국내처럼 업무의 다원화는 사전예방 기능 및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대처가 뒤떨어 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품안전체계에 대한 조직 개편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도 국립과학기술원이 통일된 법령 체계하에 단일기관이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나,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엇갈려 진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광우병과 허위표시 사건 등의 식품안전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서둘러 후생노동성과 농림수산성이 관련업무를 협의·조정할 수 있는 ‘식품안전기본법’의 제정을 추진, 장관급 식품안전위원회를 내각부에 설치하는 새로운 조직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97년 농수산식품부와 보건부 공동으로 합동식품안전규격화작업반을 구성하여 ’00년에 식품규격청(FSA)을 발족한 바 있다.
이밖에 많은 국가들이 식품안전관련 조직을 전면 개편하거나 개선을 고려중인 것으로 밝혀져, 국내에서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향후 행정체계의 일원화와 관련 법규의 일원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먹는 샘물에 대해서 환경부는, 각국이 하나의 부처에서 음용수, 병입수, 천연광천수등에 대해 통일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예로 들며 환경부가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안전업무를 충실히 이행해 왔으므로 안정성과 일관성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통합관리 대상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리체계 ‘통합’만이 능사인가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먹는 샘물에 대한 소관부처가 식약청으로 재차 이관될 경우, 원수수질관리와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사전관리와 사후관리 주체가 달라짐에 따라 되레 일관성을 잃는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먹는샘물 제조업 허가를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 및 심사제도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은 환경부 고유의 업무로 사실상 타 부처로 이관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관리체계의 일원화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이 부분은 환경부가 계속해서 업무를 진행시켜야 하는 ‘부분통합’의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청의 관계자는 “관리기준과 같은 큰 테두리의 규제는 환경부가 담당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지만 효율성과 안전에 관하여는 식약청이 샘물을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해 기존의 환경부 업무를 식약청이 고스란히 떠맡는 완전통합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또한 ’98년 발족이후 단순히 보건복지부의 정책기능을 제외하고 집행기능만 담당해온 식약청이 조직과 자원의 보강 없이 통합식품관리체계를 이끌어나가는 일은 무리가 따르므로, 조직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나 새로운 신설조직의 구성도 향후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다.
식품안전관리 통합을 추진해온 각국은 일차적으로 이해당사부처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히 인력의 재배치에 실패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차원의 강력한 의지와 전담구성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새롭고도 통합적인 조직구성에 성공했다. 분명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식품의 안전에 관한 행정체계가 일원화하는 추세이며, 부처 이기주의를 뛰어넘는 조직과 인력의 합리적 재배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무리한 통합은 늘 진통을 뒤따르게 만든다는 사실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통합과정에서 신설조직에 대한 투명성은 부처간의 공감대 유지와 신뢰구성에 필수 사항이다. 전담 관할 부처의 의견도 사전에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업무의 효율성만을 내세우면 실질적 내실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고려한 식품안전체계 일원화의 목적을 각부처가 충분히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