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다른 물질을 포용하는 능력이 매우 높다고 한다. 여기에서 다른 물질을 포용한다는 것은 다음의 2가지 현상을 놓고 말하는 것이다. 하나는 ‘용해’이며, 또 하나는, ‘현탁(懸濁)’또는 ‘유탁(乳濁)’이다.
용해는 녹아 들어가는 물질이 분자이하의 작은 입자에 이르기까지 따로따로 개별적으로 포용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소금이나 설탕이 물에 녹아서 수용액이 되는 것이다. 녹은 뒤에는 투명하며, 녹아 있는 물질은 현미경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녹은 입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녹아있는 물질은 얼마동안 놔둔다고 하더라도 침전되거나 하지 않는다.
한편, ‘현탁’은 물 속에 된장을 조금 넣고 저었을 때나 물과 salad oil을 넣고 심하게 저었을 때와 같이 탁한 상태로 되는 경우이다. 이와 같이 탁하게 되는 원인 물질이 미세하게 부서진 콩 입자와 같이 고체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현탁’이라고 하며, salad oil과 같이 액체인 경우에는 ‘유탁’이라고 용어를 분리해서 쓰고 있다.
가령, 밀가루를 물에 녹인다는 말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현탁’과 ‘유탁’은 진정한 의미에서 녹이는 것은 아니다. 밀가루의 현탁액 속에서 밀가루는 분자와 같은 정도의 크기이거나 그 보다 작은 입자로는 되어있지 않다. 따라서 얼마동안 놔두면, 밀가루는 자연적으로 침전하여 밑에 고이게 된다. 또한 salad oil의 경우에는 상·하층으로 갈라지게 된다. 이 점이 ‘용해‘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가장 많이 있는) 액체인 물은 다른 물질을 포용하는 능력이 높기 때문에 그 영향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난다.
바다라고 하는 엄청난 대량의 물이 다종 다양한 것을 포용(용해)하여 녹아들어 온 이들의 물질이 복잡하게 얽혀서 ‘생명’이 탄생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산성비’도 빗방울이 대기 중에서 질소산화물이나 황화산화물과 접촉하면서 녹여 버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편, 우리들은 물이 갖는 이 성질을 일상 생활이나 산업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너무나 평범해서 의식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세탁을 할 때에 물을 쓰는 것은 물이 불순물을 의류로부터 자기 자신 속으로 포용(용해)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극히 미세한 불순물의 부착도 용서할 수 없는 LSI 등의 반도체를 세척할 때에도 ‘초순수(超純水)’라고 하는 불순물을 전혀 함유하지 않는 매우 순도가 높은 물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더러운 것을 물로 씻고 깨끗하게 했다 하더라도, 더러운 것은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더러운 것은 물의 다른 물질을 포용하는 성질에 의해서 물 쪽으로 이동한 것에 불과하다.
이 다른 물질을 포용하는 성질이란 당초부터 물이 갖고 있는 성질이지만, 자연계에는 없었던 물질이나 또는 자연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필요이상의 대량의 물질을 물 속에 들어가게 하여 바다나 하천에 방출하는 것은 자연의 균형을 깨트릴 우려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탁을 할 때에도 세제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과 기름은 어떤 사이인가
우리들이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물과 기름 같은 사이’ 라고 말한다. 어떤 기름이든지 물과 섞어놓으면 ‘기름’과 ‘물’로 즉, 비중 가벼운 ‘기름’은 위로, 그리고 비중이 무거운 ‘물’은 밑으로 가라앉는다. 그 사이에는 계면(界面)이 생기고 확실하게 분리된다. 이와 같이 절대로 섞여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기름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하자. 기름이라는 말을 우리들은 무심코 쓰고있지만 사실은 매우 애매한 것이다. 여러분들은 기름에서 어떤 것을 연상하는가?
‘연소하는 것’, ‘매끈매끈하다’, ‘걸직하다’ 또는 ‘영양분이 있다’ 그리고 ‘물과는 잘 섞여지지 않는다’라고 느낄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물과 섞여지지 않는 액체를 기름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에 서로 녹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이미지에서 늘 습관적으로 쓰고 온 관용어인 것이다.
과학적으로 기름으로 분류되고 있는 물질에는 탄화수소, 지방유, 정유 등 액체상의 유기화합물이 있다. 그렇다면 역으로 유기화합물은 모든 물에 녹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면, 알코올과 같은 종류인 메탄올, 에탄올 등은 어떤 비율이든 잘 녹는다. 이들의 분자에는 -OH라고 하는 물과는 아주 사이가 좋은 원자의 모임이 있다. 물분자의 -OH들의 사이에 있어서는 일종의 수소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분자의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알코올의 종류 중에서도 탄소수가 많아지면(butanol이상이 되면) 녹는 양에 한도가 있어 탄소수가 많아지면 급격히 잘 녹지 않게 된다. 이것은 분자 속에서 물에 잘 녹지 않는 부분의 영향의 비율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유기화합물의 분자 속에 -OH와 같은 물과 사이가 좋은 원자들의 집단(친수기 : 親水基)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점유하는 비율이 작은 것은 물에 잘 녹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녹지 않으면 물의 분자끼리는 강력하게 끌어당겨서 집단을 만들어, 기름의 분자는 물의 집단으로부터 퉁겨져 나오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다른 집단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때, 물보다 가벼운(밀도가 작은) 기름은 위로, 물은 밑으로(기름보다 밀도가 크다) 빠지게 되어 상하로 분리되는 것이다.
물도 절연체?
거의 모든 전기제품의 취급설명서에는 “젖은 손으로는 전기기구를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라고 하는 주의문구가 적혀 있다. 이것은 젖은 손으로 전기기구를 만지면 기기가 합선되어 못쓰게되거나, 만진 사람이 감전하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주의를 잘 읽거나 본 기억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물은 전기를 통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은 전기의 절연체’인 것이다.
그럼 손이 물에 젖어 있으면 왜 전기에 감전되게 될까?
사실은 물은 전기의 절연체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순수’의 경우에 한해서 해당되는 말이다. ‘순수’라 하더라도 미량의 불순물이 섞여있으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 컵에다 물을 넣고 좁쌀 만한 크기의 소금을 넣었다고 하면 전기가 잘 통하는 정도(전기전도도)는 금새 약 1만 배 이상이 된다.
한편, 사람의 몸 표면에는 땀 때문에 항상 염분이 부착해 있다. 여기에 물이 닿으면 전기가 통하기 쉬운 식염수(소금물)가 되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젖은 손이라는 말은 일반적인 물이 아니라 식염수에 젖은 손을 말하는 것으로 즉, 식염수가 묻은 손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식염수가 감전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히, 한 여름에는 땀에 젖은 손으로 전기를 만질 때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소금을 넣은 물은 전기를 통하기 쉽고 순수한 물은 전기를 통하지 않을까?
학교에서 이과시간에 배운 것을 되새기고 있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소금(염화나트륨)은 물에 녹아 들어가면 plus의 전기를 갖는 나트륨 이온과, minus의 전기를 갖는 염화이온으로 흐트러 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물 속을 전기가 흐른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이들의 이온이 전기를 갖고 이동하는(운반하는 짐꾼)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식염수를 얼게 하면 물 속의 이온이 움직일 수 없게 되어 그 결과 전기를 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전기를 운반하는 짐꾼인 이온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전기의 흐름을 좋게 하며, 반대로 이온이 없으면 충분한 전압을 걸어도 전기는 흐르지 않는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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