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고로 인해 태백시 등 해당지역 주민이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받지 못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일부 접객업소는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어 연말 특수에도 손님을 되돌려 보내야 했다. 더욱이 사고확인 9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단수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지자, 시민들은 시측과 태백관리단의 ‘늑장대응’을 맹성토 하고 나섰다. 수돗물의 신뢰도가 여지없이 무너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태백시의 한 시민은 최근 시정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을 통해 “그날 수돗물로 끓인 차도 많이 마셨고 목욕도 했는데 아직까지 머리가 뻣뻣하다”며 “사안은 다르지만 95년 공무원들의 25억 수도요금 횡령사건이 떠오를 만큼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가 발생이후 한 달 이상 경과한 현재까지 ‘태백사고’의 후유증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 수자원공사와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간의 합의가 결정되지 않은데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공사측의 여러 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응집제 성분에 노출됐다는 시민들의 불신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공사 감사실측은 인사위원회를 소집, 태백권 관리단의 책임자 7명을 정직·감봉하는 등, 수위 높은 문책성 징계를 단행할 예정이나 한번 불신에 휩싸인 민심은 쉽게 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태백 사고건과 관련해 다각도로 자료를 입수하여 당시 사고 발생 경과를 되짚어보고,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진단하여 향후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찾아보고자 했다.
시민들 항의로 발화된 수질사고 … 사업소(市)도 ‘허둥지둥’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9시. 강원도 태백시의 한 아파트의 주민은 수돗물로 머리를 감다 미처 다 감지도 못하고 그만두었다. 유난히 머리가 뻣뻣하고 손에 닿는 감촉이 평소와 달랐던 것. 이 주민은 잠시 후인 9시 30분경 시청 상하수도사업소로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사실상 최초 제보였던 셈이다. 이후로도 신고는 잇따랐다. 인근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서 유사한 내용의 민원이 새로 접수된 것.
시측은 곧 사업소에서 자체 수질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를 받아보고 시측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준치 5.8~8.5를 가리켜야 할 PH는 4.8, 탁도는 3NTU(기준 0.5NTU), 알루미늄은 기준을 무려 220배 초과한 44를 가리켰다. 더욱이 경도는 아예 계측치를 벗어나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문제가 된 지역은 수자원공사 태백권관리단의 광역상수도를 공급받고 있는 권역이었다.
태백시는 자체 정수장을 5개소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 소규모라 전체 수요의 60% 이상을 광역상수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급해진 시측은 정오까지 세 차례에 걸쳐 관리단으로 이상 유무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관리단 측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겠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물론 이 시간에도 물 공급은 계속돼 광역상수도의 첫 공급지역인 황지배수지는 물론 삼척, 사북, 영월인근까지 송수관을 통해 흘러갔고 이상을 감지한 시민들의 항의와 해명요구는 계속됐다. 하지만 태백시나 수자원공사의 어떠한 해명이 없어 시민들의 불안을 한층 가중시켰다.
민원이 빗발치자 결국 시 상수도사업소장을 비롯한 직원 4명은 오후 1시 30분경 태백 관리단을 방문하고 이 자리에서 정수장 응집제가 기준치 이상으로 과다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시측과 관리단은 즉각 계속해 용수를 공급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했고 오후 2시, 이들은 최종적인 급수중단을 결정하고 시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른바 ‘수용가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유포된 내용은 ‘음용수로의 사용을 금지해 줄 것과 별도의 통보가 있을 때 까지 물을 배수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간략한 내용의 보도자료였다.
태백권관리단,‘이상감지 05:30분-원인규명 08:30’
같은 날 05시 30분 태백권관리단의 황지정수장. 당일 제어실 근무자였던 P씨는 여과지와 수질자동계측기에서 이상신호를 감지하고 서둘러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단수를 결정한 시간보다 무려 9시간 가까이 앞선 시간, 상황실 근무자는 이보다 앞선 시간(01시 추정) 수질상태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여과지 역세척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
그는 일차적으로 수질자동계측기의 기계고장을 의심하고 측정장비를 보정하며 점검에 나섰지만 기계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도무지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 근무자는 이른 새벽 수질담당자를 불러 원인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공정별 수질점검에서 원수는 탁도 15.6NTU, PH 7.9였으며 정수된 물은 탁도 1.6NTU, PH 4.8까지 떨어진 산성물을 가리켰다. 이상 징후가 발견된 새벽부터 한 시간여 흐른 06시 30분, 수소이온농도(PH)가 비정상적이란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비정상적 수치에 대해 실무자들도 정확한 원인을 가늠하지 못했다. PH가 저하되면 대게 여과수 탁도가 증가하고 동시에 잔류염소량이 증가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 근무자들의 의견이다. 이때부터 근무자는 약품 투입량 적절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해 응집제 투입량과 염소투입량을 우선 점검했다.
그리고 사고발생으로부터 3시간이 흐른 08시 30분, 비로소 관리단은 약품투입 세척배관밸브가 응집제 주입설비배관 철거작업 중 작업자의 오작동에 의해 열려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사고조사를 담당한 공사의 관계자는 “전날 밤 자동주입설비를 철거하던 외부 작업인부가 무의식중에 배관세척밸브를 개방시켜 발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 착수한 정수장 자동화설비교체 공사의 완공을 불과 몇 일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사고였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던 관리단의 모 책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무지 원인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후미진 곳에 위치해 드물게 한번 사용될까 말까한 밸브가 작업 인부에 의해 열려 있을 것이란 사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몸서리쳤다.
단수 망설이며 ‘5시간’추가소요 … 관리단 “Ⅱ급 상황이었다”
담당자는 그 즉시 세척배관 밸브를 잠그고 정수지 배수밸브를 개방하는 한편, 소석회를 긴급 투입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원인 파악이후가 더 큰 문제였다. 각 지자체의 배수지로 유입되는 실시간 수질데이터가 없어 이 물이 얼마나 어디까지 공급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사실상 사고확대범위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것이다.
관리단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지만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더욱 난감했다. 현행 수도법과 환경부령에선 정수장에 오염물질이 유입되거나 수질기준을 초과할 경우 급수를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비상급수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수돗물 수질항목별 특성”에 따라 발령기준을 Ⅰ·Ⅱ급으로 나눠 사안에 따라 즉시 급수를 정지시키거나 주민경보를 발령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이온농도(PH)와 알루미늄, 탁도등은 수돗물 수질오염물질별 특성에 따른 판단 기준에 Ⅱ급 사안, 즉 심미적 영향 물질로 구분돼 위해성이 낮은 것으로 구분돼 있다. 결국 단수여부는 현장 실무자들의 몫이며, 그들의 주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결정을 더욱 어렵게 했던 실질적인 이유는 이것 때문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수처리제 과다투입으로 수질기준을 초과해 급수중단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광역상수도를 공급하는 수자원공사 입장에서 ‘공신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했다.
관리단은 정수 유출량을 조절하는 등의 응급처치를 계속해 나가며 단수여부를 계속해 고민해야 했다. 이미 태백시 상수도사업소로부터 몇 통의 문의 전화가 답보한 상태였다.
그리고 사건발생 8시간 후인 오후 1시 30분, 태백시 직원들이 결국 관리단을 찾아왔고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고 논의한 양측은, 문제가 일파만파 확대될 것을 우려해 최종적인 공급중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실제 강원남부 4개 시·군(태백, 삼척, 정선, 영월)에 단수가 실시된 것은 이보다 30여분 더 지난 오후 2시였다.
民, “의도적 은폐”, 바로 단수 했어야"
公, “원인파악에 지연, 상황기준 따랐다”
현지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왜 신속히 단수조치를 내리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태백시민연대 측은 “수공이 시측의 확인 요구전화를 받으면서도 사실을 은폐하려했던 의도가 짙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태백권관리단은 의도적 은폐가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사고 발생 나흘 뒤인 27일, 수자원공사는 시민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페놀유출이라든지는 상황이라면 1급 비상사태로 당장 단수하는 것이 원칙이나 PH나 알루미늄은 심미적 영향물질로 구분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규정돼 있고, 정확한 원인진단을 하느라 불가피하게 조치가 늦어지게 되었다.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라 전 직원이 비상이 걸려 대책을 강구하느라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시민들은 태백시측에도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시민연대는 “신고가 접수돼 PH농도가 낮게 나오고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검사결과가 나왔다면 상수도 관리사업소에서라도 선조치를 취하고 수공과 원인분석 및 대책을 협의해야 했다”며 “오후에서야 뒤늦게 수공을 찾아간 것은 비상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관리단 측의 초기 대응은 정수장내 행동요령에 근거해 문제가 될 것은 없는가. 우선 환경부가 ’03년 발행한 ‘정수장내 오염물질 유입시 행동요령’ 을 살펴보았다. 정수장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였을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지침은 실무자들이 긴급사태의 대응기준으로 삼고 있어 단계별 조치사항과 사후처리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별첨된 ‘수돗물 수질항목별 특성 및 처리’에서는 각 물질별 기준과 위해성, 발령기준까지 제시돼 있다. 이 자료에서는 일반세균, 대장균, 바이러스 등의 기준을 제시한 미생물 4개항. 납, 수은, 벤젠 등의 건강상 유해영향유기물질로 구분된 36개항. 그리고 경도, 냄새, PH, 알루미늄 등의 심미적 영향물질로 구분된 16개항에 대한 대처법을 적시하고 있다.
이중 기준을 초과할 시 급수정지를 규정하고 있는 항목은 납, 비소, 셀레늄, 수은, 시안, 6카크롬, 카드뮴, 보론 등 8개 항목이다. 이들 물질이 함유된 물을 마실 경우, 즉각적이거나 장기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건강상 유해영향무기물질로 구분돼 있다. 이에 반해 심미적 영향물질로 구분된 항목들은 그 위해성을 대부분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음’ 이나 ‘일부 사람이 ~’ 또는 ‘~을 경험할 수 있다’며 낮은 수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지침대로라면 PH와 알루미늄이 초과된 이번 사례는 즉시 급수를 중단하지 않은 사실을 과실로 추궁하기 어렵고, 충분히 면책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여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수돗물 사고가 워낙 얘기치 않은 상황에서 비롯되어지는 바, 규정에 근거하더라도 상황에 맞는 조치를 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사고 발생시 내리는 현장 근무자의 초기 판단이 암묵적인 지침인 셈이다.
한편 “수돗물 수질오염 물질별 특성에 따른 상황판단 기준” 항을 살펴보면 Ⅱ급 상황은 “주민들의 건강에 단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위급 상황은 아니며 수질기준을 일시 초과한 상황으로 오염인지 후 조속 시일내 주민공고를 실시” 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맛·색도·알루미늄 등 심미적 영향물질 기준 초과’는 일반세균, 불소항목등과 함께 사실상 위급 사안으로 보고 있지 않다.
기준초과 ‘PH, 알루미늄’ 정말 무해한가
알루미늄은 지구표면의 약 8%를 구성하는 원소로 토양과 바위로부터 침출돼 지표수에도 0.016~1.17ppm 가량이 함유돼 있다. 주로 산업용이나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의약품에도 다량 함유돼있는데 일반에게 잘 알려진 위장약 겔포스의 경우 2500mg(수질기준 0.2mg)의 인산알루미늄을 함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수자원공사측은 “알루미늄의 경우 인산염과 함께 흡수돼 배설되므로 인체에 악영향이 없고 중금속이 아니어 인체에 축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또 한국이 0.2mg/ℓ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반면, 법적 기준이 아예 없는 미국의 예를 주지시켰다. 물론 태백 정수장에 사용된 폴리염화알루미늄규산(PACS)은 이와 동일한 성형을 이루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PH와 유해성에 대하여 현재 상수도 전반에서 관대한 편이다. 심미적 영향물질로 구분됐다는 사실 자체가 인체의 유해성보다 수돗물의 품질을 위한 충족조건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서울상수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PH의 경우 사이다, 콜라 등의 탄산음료가 산성인데다 서울 근교의 약수가 대부분 5이하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유해성의 근거가 부족한 이들 성분은 정말 무해한 것인가. 태백시가 사고당일 10시 채수해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수질검사 자료에 따르면, 황지배수지의 경우 46.58mg/ℓ의 알루미늄을 함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물을 음용해 설사 등의 직접적인 이상 반응을 보였다는 시민은 드물었고 신체 증상이 악화돼 보상을 요구하는 보고도 없었으나, 정확한 유해 정도나 영향이 완벽히 가려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희석된 응집제 PACS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보고나 의학계의 해석은 전무한 실정이다. PACS는 폴리수산화염화규산알루미늄으로 염산, 수산화알루미늄, 제오라이트라는 부재료의 합성물이다. 무기응집제조합의 한 관계자는 “원액을 섭취한 경우의 유해성은 말할 것도 없겠으나, 물에 희석된 양의 유해성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질사고, ‘실수’는 인정해도 ‘방관’엔 용서없어
인력 전문화·직무교육강화 ‘급선무’
수돗물 사고로 인해 흉흉해진 태백시의 민심은 보상협의 추진을 기점으로 현재 진정국면에 접어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돗물 급수중단에 따른 영업손실에 대해 공사측이 적절한 보상 수준을 검토하고 있고, 시 측은 당시 배수량을 산정 상수도 요금을 경감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관리단의 실무자들에게는 시민의 요구대로 징계가 내려졌다. 또 태백경찰서 측은 당시 교체 작업을 담당했던 작업인부를 불러들여 조사했으나 불순한 의도가 없어 단순한 부주의로 빚어진 일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유사한 사안이 재발했을 경우 이보다 더 큰 사고가 나지말라는 법이 어디 있냐며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태백시민연대 허신학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에서 수자원 공사와 수도사업소가 보여준 긴급 대응체계는 물을 다루는 사업자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믿을 수 없는가 여실히 보여줬다”고 성토했다. ‘믿을 수 있는 수돗물’에 가라앉은 불신의 앙금이 쉽게 걷어낼 수 없을 만큼 두껍게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역대 대표적 수질사고의 사례를 보면 우리는 사고 초기대응이 얼마나 위중한 결과를 낳는가 하는 사실을 알려준다. 최대의 사고로 기록되고 있는 미국의 밀워키 수질사고와 이로 인한 사망자 발생은 결국 정수처리 과정이나 조건의 급작스런 변화에 효과적이고 즉각적인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초기대응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얘기다.
태백시의 한 시민은 “원인이 규명된 이후 대응할 것이 아니라, 선 조치 후 원인을 찾아내는 시스템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재의 대응체계가 이러한 형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급수중단의 판단기준이 해당자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은 가급적 사견이 개입될 폭을 줄이는 보완이 필요하다. 머뭇거릴 시간을 줄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논리다.
또한 사고 발생시 실무자의 책임으로 치부돼 문책으로 일단락되는 사고처리 형태가 ‘일단 쉬쉬하고 보는 식’의 사고은폐를 조장하고 있다는 일선 근무자들의 지적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됐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처리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정수장을 비롯한 수도인력 전문화와 사례별 전문 직무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최소 수만명 단위의 시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문제라면 응당 전문가에게 책무를 맡기는 것이 옳다.
효과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빼놓을 수 과제다. 각종 계측제어설비의 보완, 조기경보 시스템 확보, 긴급차단 원격제어 시스템 구축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아울러 향후 수처리제의 안정된 관리 시스템 구축과 품질의 기술적 연구·발전도 동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례를 통해 기타 정수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예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사고은폐 의혹을 낳게 하는 잠복기는 더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공사측의 세심한 사후관리가 요구된다.
더불어 책임소재를 두고 관리단 측에 일방적인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측의 움직임보다, 비상 상황발생시 유관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갖춰나가는 태백시의 모습에서 시민들은 신뢰를 쌓아 나갈 것이란 사실을 태백시도 염두해야 한다.
이번 사고의 경우 관리단 측은 원인을 밝혀내기까지 3시간, 그리고 단수를 결정하기까지 6시간, 합 9시간동안이나 결단을 내리지 못해 화를 키웠다. 관리단 측은 사고 경위를 통해 최초 이상 발견시간을 05:30분으로 밝히고 있으나, 장비 교체 작업이 전일 오후에 이뤄졌다는 관계자들의 진술, 그리고 당일 근무자가 수질이상으로 이미 01시경 여과지 역세척을 실시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상당량의 응집제가 12시간 이상 혼화지로 유입됐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수자원공사는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된 사례가 있으며, 이와 같은 일은 언제든 재발할 소지가 있다. 식수가 주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로 이에 대한 솔직한 대처와 현장지휘자의 명철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수질사고는 언제나 관계자들에게 같은 교훈을 반복하고 있는지 모른다. 물을 다루고, 물을 공급하는 일은, “늘 물처럼 투명해야 한다”고.
취재/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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