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의 경제성 검토
개인이든 국가든 곳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경제성 논리만을 가지고 곳간을 안 만든다면, 유사시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방이나 교육과 마찬가지로, 곳간은 단순한 경제성 논리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경제성을 검토할 때는 현재의 물건의 가격이 아니라 만약 그것이 없었을 때 고통을 받을 비용을 가지고 해야 한다.
물의 공급은 곡식의 공급보다 어렵다. 또한 필요한 곡식의 부피는 1인당 100~500g 정도인데 비하여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100리터(300kg)로 곡식부피의 1,000배 정도가 필요하다. 비상시 이 많은 양을 운반하거나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빗물이 곡식보다 좋은 조건도 있다. 곡식은 밭에서만 나기 때문에 모아서 소비자에게 운반해야 하지만 빗물은 도시나 농촌 어디에서나 떨어진다. 떨어지는 근처에 모아서 사용하면 운반을 하지 않아도 되고 조그만 곳간을 여러 개 지어도 된다.
서울대학교 기숙사에 만든 200t 짜리 빗물탱크는 지난 봄 가동 이후 약 7~8개월 동안 빗물을 사용한 양이 일년에 1,600~2,000t 정도 된다. 설치 후 유지관리비는 거의 들지 않으며 새로 짓는 건물에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든다.또한 빗물을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홍수나 가뭄을 줄이고 하천의 건천화를 방지하며, 친환경조성, 그리고 열섬의 방지 등 빗물이 가지고 있는 양적, 질적, 에너지적 가치를 머리만 잘 쓰면 얼마든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이 곳곳에 인공의 저수지를 파 놓은 것이 다 이 때문이고, 그 덕에 우리 후손들은 금수강산에서 잘 지내왔다. 지속가능한 삶을 이루어 온 것이다.
물공급의 새로운 패러다임 - Rainwater Harvesting
우리나라는 수돗물 값이 비싸기 때문에 빗물모으기 시설을 만드는 비용에 비하여 보급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것은 사실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는 그 반대이다. 즉, 홍수와 가뭄의 대비 환경친화적인 측면, 비상시를 대비하기 측면 등 많은 사회적인 이득이 있다.
물공급은 중요하므로 다소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공급을 하여야 한다. 대안들로는 댐, 중수도, 해수담수화시설, 인공강우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경제성이 좋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 앞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빗물모으기를 물공급의 대안에 넣고 경제성을 비교해야 할 것이다.
건물의 빗물저장시설은 작은 댐과 같은 효과가 있다. 댐을 만들 때 그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듯이 이를 개인이 설치하는 것을 국가에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그에 앞서 정부차원에서 빗물이용시설의 표준모델이나 관리기준을 개발하여 제시해야 한다.
빗물모으기는 영어로는 Rainwater Harvesting이다. 곡식을 정성껏 수확하듯 빗물도 한 방울, 한 방울 정성껏 수확을 하자는 개념이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적인 추세이다. 또 다른 추세는 분산화이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중적인 물 공습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보완책으로 빗물모으기에 의한 분산화 시스템을 구성한다면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비용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이번 가을에 거둔 곡식을 곳간에 저장하면서 빗물곳간은 어디에 어떻게 만드는 것이 우리 자식들을 위하여 좋은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 빗물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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