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성과에 가려진 인공하천의 실상
“응답자 특성에 상관없이 폭넓은 지지를 얻은 청계천 10대 히트상품 1위 기록 (삼성경제연구소)”, “조선, 동아, 한겨레, 경향, 서울, 국민, 한국, 문화, 연합뉴스 등 9개 언론사의 10대뉴스에 모두 포함 (기자협회보)”, “시민들이 뽑은 올해 으뜸 시정은 청계천 복원공사 준공 (하이서울뉴스)” …
타칭, 자칭 수도 서울에서 벌어진 2년 3개월의 대규모 토목공사는 성공리에 끝났다. 1월 10일 현재 청계천 방문객은 1천 2백만을 훌쩍 넘기고 있다. 47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청계천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기대이상이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네” “이명박 시장은 역시 대단해” 지난해 10월 통수식을 구경나온 시민들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청계천 인근에서 성장했다는 한 노인은 가는비를 그대로 맞아가며 천변을 따라 흐르는 물살에 넋을 잃고 있었다. “잘 흐르네~”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계천 복원공사는 매연에 찌든 서울시의 이미지를 일약 친환경 도시로 격상시켰다. 외신도 앞 다퉈 ‘녹색혁명’ ‘도시개조’ 운운하며 청계천 복원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본지는 복원 120일 맞는 청계천의 환경성에 대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생태전문가, 시민단체, 서울시, 그리고 도시계획학자가 바라보는 청계천의 진정한 ‘환경성’을 들여다본다. ‘청계천은 친환경적인가’라는 물음으로 청계천을 말한다.
생태학자 “친환경 복원 아직 멀었다”
청계천 복원이후 최초로 발표된 보도자료 “청계천 방문해보니 좋아요 98.6%”는 서울시가 얼마나 청계천복원에 스스로 자긍심을 느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시가 청계천을 방문한 시민 710여명에게 물어본 결과 ‘좋다’고 대답한 사람이 98.6%에 이른다는 얘기다.
축제기간 청계천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에게 ‘좋습니까?’라고 물어 본 질문도 그렇거니와 이를 ‘청계천에 대한 시민만족도’로 발표한 서울시의 발상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청계천 복원을 ‘환경복원’으로 포장하는데 외부전문가까지 동원한 능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4일 청계천 복원의 주역 서울시는 “청계천 새물길이 도심에 푸른 생명벨트를 둘렀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서울시가 복원이후 두 달에 걸쳐 주변생태를 조사한 결과 식물140종, 어류14종, 조류18종, 곤충류 41종 등 총 213종의 생물들이 청계천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짧은 기간에 이토록 빠른 생태회복을 이뤄냈으니 언뜻 보면 청계천은 환경적으로도 ‘성공작’처럼 보인다.
미디어는 가장 먼저 환경단체와 함께 청계천의 생태적 건강상태를 둘러보고 온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의 이학영 회장을 만나봤다. 하천생태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이 회장은 “청계천은 조성된 생태공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자신이 굳이 생태라는 단어를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생태적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그는 복원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었다. 청계천이 ‘생태계적 교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이 회장은 “앞으로 청계천에서 생각지도 못한 어종이 나타날 수 있다” 며 “한강물을 끌어올려 통수하는 하천인만큼 본래 청계천이 품을 수 있는 생태계와는 거리가 멀다”고 잘라 말했다.

양재천·안양천보다 못한 ‘인공하천’
이 회장은 “같은 종이라도 한강과 임진강 수계의 피라미를 섞으면 생존하지 못하듯, 어종의 특성과 적응력이 감안돼야 진정한 생태적 공간” 이라며 “만약 낙동강이나 가야 볼 수 있는 고기가 청계천에서 발견된다면 청계천은 단순한 ‘어종살포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초가 부족하고 어류들이 산란할만한 장소가 없는 것도 청계천의 생태적 한계로 지적됐다. 단순히 수량만 많다고 해서 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뜻이다.
이학영 회장은 “당장 보기에 좋은 인공조형물보다 실제 고기들의 은신처와 산란장소로 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며 “콘크리트 구조물 대신 일부구간에 붕어마름이나 검정말 같은 수초를 식재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고기가 살기 위해선 수초와 수서곤충이 먼저 살아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논리다.
오히려 청계천에 대한 생태적 갈증을 이 회장은 양재천이나 안양천과 같은 자연형하천복원 사례에서 찾고 있었다. 이 회장은 “양재천에서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산란하는 어류를 아이들과 함께 목격한 적이 있다. 그보다 더 좋은 환경교육이 없었다. 청계천이 지향해야 할 것은 경관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좋은 환경학습장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청계천’… 수생식물 살기에도 열악
· 조사자 : 서울환경연합 하천위원회 및 학계 전문가
· 조사일시 : 2005년 10월 7일
‘인공하천’ 무엇이 문제인가
1) 청계천의 식생분야는 대부분 수변이 좁고 급경사여서 다양한 수생식물이 생육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됨. 특히 수중도가 한 곳에만 있는 등 단조로운 서식처로 인해 종 다양도가 낮음. 또한 수변에 식재된 수생식물도 매우 빈약하여 다양한 수생식물군의 식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됨.
2) 1차 조사에서 발견된 어종은 버들치, 붕어, 잉어, 피라미, 메기, 미꾸리, 참붕어, 떡붕어, 블루길 등 9종이 관찰됨. 이들은 정릉천과 중랑천 하류에서 물줄기를 따라 소상한 것으로 사료됨. 이외 인공적으로 방류한 금붕어가 발견됨 향후 시민들이 청계천을 방생 대상지로 삼을 것이 우려됨. 좀 더 다양한 어종과 많은 개체수의 어류가 은신하고 산란 번식할 수 있도록 말즘, 붕어마름, 검정말 같은 수초의 식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함.
2) 조류는 흰목물떼새, 흰뺨검둥오리, 노랑할미새, 집오리, 해오라기, 노랑할미새, 쇠백로, 물총새, 까치, 비둘기, 참새 등 11종이 발견됨.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다리와 양쪽의 산책로, 빠른 유속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됨.
3) 육상곤충은 청계천 복개구조물 철거 전 구조물 내부에서 확인된 종은 빨간집모기 등 2종이었으나 철거 후 복원구간에 수변 초지, 관목, 교목 등 서식처 유형의 다양성이 높아져 정릉천, 성북천 합류부를 포함하면 100종 이상의 곤충종이 관찰될 것으로 예상됨. 그러나 복원구간의 수변 식재종이 매우 단순하고 곤충종 이입의 중요 경로인 하류 부분과 상이하여 곤충 다양성 증진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구간은 한강 수변의 자연초지 형태로 재조성을 검토하였으면 함.
4) 청계천 복원구간의 도로나 교량의 오염물질이 포함된 빗물이 그대로 청계천에 유입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물고기 떼죽음 등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비점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직접 유입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함 (본지 205호 94p 포토뉴스 참조)
5) 청계천 생태계 복원에 있어 시민들의 출입이 많지 않은 좁은 산책길을 폐쇄하여 관목. 교목을 포함한 보다 다양한 식물군을 식재하고, 폐쇄된 둔치 쪽에는 물길의 폭을 소구간별로 넓히거나 좁혀 다양한 서식공간을 조성하게 하며, 상류부 하상의 돌붙임 대신 모래, 자갈 등과 함께 빠른 물 흐름에도 견딜 수 있는 암석, 호박돌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함.

서울시 “청계천 새물길이 생명벨트 둘렀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청계천의 생태를 열악하게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본지는 시정개발연구원 측이 정책과제로 청계천의 생태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담당부서인 도시환경연구부를 찾은 바 있다.
당시 연구원은 “3월경 1차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계천 모니터링은 한강생태계 조사의 일환으로 당시 조사는 사계(四季)조사의 일부라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조사결과는 지난달 4일 ‘청계천 새물길이 도심에 푸른 생명벨트를 둘렀다’는 보도자료로 발표됐다.
지난해 시정개발연구원은 본지와 만난자리에서 “복원이후 1년 동안의 생태계 변화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이 결과에 대해 보도할 계획도 없고 미리 알려줄 수도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모니터링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결과를 낸 것도 그렇거니와, 공개하지 않겠다던 서울시측의 입장도 한 달 만에 달라진 이유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다.
당시 시정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생태학적인 측면과 친수공간 구성은 늘 배치될 수밖에 없는데 청계천의 경우 도시하천으로 상황에 맞게 복원된 것일 뿐”이라며 “도시적 맥락에서 청계천은 성공작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계획보다 앞당겨 조사·발표된 생태모니터링
당초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을 발표하며 줄곧 ‘생태복원’을 제1가치로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볼 때 청계천의 환경적 측면은 누가보아도 인공하천이란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련의 지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청계천이 도심에 생명벨트를 둘렀다’는 문구로 결과를 호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달 환경국이 발표한 자료는 이러한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보도자료에서 서울시는 “초본류 위주로 10~11월, 2달간 실시한 한시적인 조사만으로도 다양한 식물종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목본류에 대한 조사를 추가하면 식물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 질 것”이라며 청계천의 생태회복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어 시는 “청계천이 한강과 중랑천을 연결하는 하천녹지축 선상에 위치해 있고, 북한산, 창덕궁,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어 조류 서식환경이 현재보다 더 좋아지면 서울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조류의 이동통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사 결과와 무관한 청계천의 입지적 요소까지 새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 보도자료를 받고 “청계천에 생명의 소리”, “청계천은 살아있는 생물학습장”, “청계천 200여종 동식물 ‘생명합창’” 이란 제하의 기사를 내고 “복원된 지 두달만에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서울시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청계천 방문자를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있으며, 새물맞이 행사 이후 발표된 청계천 관련 보도자료만 30여건에 달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흘에 한번 꼴로 인공하천을 생태벨트로 각인시키는 ‘후반기 공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잘못된 하천복원의 선례를 남기다
본지는 ‘청계천은 무늬만 하천’이라며 서울시의 복원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조명래 교수를 만나봤다. 조 교수는 “청계천이 잘못된 하천복원의 선례를 남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일부 지자체가 하천을 끌어다 다량의 물을 흘리는 청계천식 하천복원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청계천 사례가) 어찌 보면 치러야 할 단계일수도 있다” 며 “복원이 짧게 이루어진데 대한 생태비용만 지불했을 뿐 절대 자랑할 거리가 아니다”라고 폄훼했다. 오히려 그는 “향후 과다한 유지비용이 지불되면서 청계천 복원은 반환경적 사례로 각성해야 할 일로 남을 것”이라고 전언했다.
조 교수는 또 “청계천은 황우석 사태와 너무 닮았다” 며 “드라마적 효과를 염두해 놓고 이뤄진 복원과정에 각계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됐다”고 언급했다. 본지는 청계천 복원성과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입수, 준공된 청계천에 얼마나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됐는지 확인해 봤다.
’04년 사단법인 시민환경연구소가 실시한 ‘청계천 복원 사업에 관한 서울시민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는 어떻게 시민들의 의견이 서울시에 의해 묵살됐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청계천의 지천은 본류와 단절된 채 한강물을 상류로 펌핑해 물을 흘리고 있다.
친수공간보다 생태하천을 원했던 시민들
당시 조사에서 “생태계의 연결을 위해 상류에서 청계천으로 흘러들어오는 작은 지천들도 이번에 함께 복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시민의 83.4%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거나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시민이 청계천 본래의 흐름을 복원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시민들의 욕구에 따라 상류에 친수공간을 확보해야 했다’는 서울시의 단골 해명도 변명에 가깝다. “청계천 복원을 통해 조성될 제방 아래의 둔치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시민의 56.6%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일부구간은 도로를 제한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시민출입을 완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9.3%에 달했다. 일정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청계천을 친환경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음을 말해주는 방증이다.
또한 시민들은 “서울시가 공기(工期) 준수를 위해 생태계와 문화재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70.1%가 ‘동의한다’고 응답했으며,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40.3%가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려는 이명박 시장의 공명심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결국 현재 불거지고 있는 문제점들은 이미 서울시가 인지하고 있었거나 시민단체에 의해 한번 이상 제기된 사안들로, 공기내 복원이란 그들만의 ‘성과’를 위해 철저히 외면당해 왔던 것이다.
조명래 교수는 “이명박 시장은 복원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에 ‘뜯고 물을 보내면 되는 쉬운 일을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옳은 방향인줄 알면서 수용하지 않은 것은 섬세한 도시경영과 거리가 멀고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P1@06@PE@
연간 유지비 70억 … 끝나지 않은‘복원’
청계천은 잘 알려져 있듯 하루 12만t의 물을 양수해 흘러 보내는 유지용수 방법을 택했다. 24시간 가동되는 150마력짜리 펌프 4대가 하루에 쓰는 전기료만 238만원에 달한다. 서울시측은 운영비용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준공이후 “연간 18억이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뒤늦게 시의회에 상정된 비용은 당초 유지비를 3배 이상 초과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공개된 ‘2006 청계천 유지·관리 계획’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청계천에 들어가는 유지비는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금액은 지난해 서울시가 차상위 저소득 계층을 특별지원하기 위해 집행한 68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지난해 12월 30일, 청계천 복원공사의 중심축 ‘청계천복원추진본부’가 3년 6개월간의 활동을 접고 간판을 내렸다. 수많은 시민들이 방문하는 청계천은 시설관리공단의 종합상황실을 통해 수량과 수질이 24시간 감시된다. 하지만 청계천 물길은 동구 밖을 휘돌아나가는 향수속의 하천과 근본이 다르다. 동력이 멈추거나 수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콘크리트 바닥을 드러내고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던 지난해 말, 시민환경연구소 안병옥 부소장은 “청계천복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청계천복원의 진정한 의미는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인간적인 삶과 자연과의 공생을 배울 수 있는 거대한 사회적 학습의 장이라는 데에 있다”며 “청계천복원이 가깝게 누릴 수 있는 자연, 혹은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자연만을 선호하는 효용 위주의 패러다임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정홍식 의원도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것이 참여 민주주의 시대의 행정추세인데 청계천은 그 흐름을 역행했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는 시급성을 이유로 의회가 예산을 지원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선집행을 단행했다” 며 “성과를 위한 신속성은 있을지 모르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청계천 복원은 결코 모범적 선례가 아니다” 라며 “향후 막대한 유지비가 들어가면서 개발을 선두로 한 보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 이상복 기자
@P1@05@PE@
재조명 / 홍제천 생태복원을 위한 종로구청의 힘겨운 몸싸움
홍제천, 꼬마청계천으로 전락하나
생태하천복원 위한 종로구 공무원의 ‘소신 있는’ 투쟁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보였던 홍제천 복원사업이 ‘생태복원’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환경미디어는 종로구의 홍제천 복원사업에 대해 소개를 한 바 있다. 당시 종로구에서 계획하고 있던 홍제천 복원은 빗물을 받아 저장시켜 흘리는 저류시설과 소형하수처리시설을 만들어 물을 흘려 하천을 복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세운 홍제천 복원사업의 골자는 복류수 취수방식. 복류수 취수방식이란 상류부터 내려오는 오·우수 관로를 통해 하류까지 가져와 한꺼번에 정화 처리를 한 후 거꾸로 상류로 끌어올려(역펌핑방식) 다시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특히 서대문구에서는 홍제천과 한강이 만나는 난지도 주변에 정수처리장을 만들어 처리수와 한강주변의 복류수를 이용해 물을 흘리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먼 거리에서 하수를 이송해 한꺼번에 처리하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장거리 하수관의 관리부실로 처리율이 떨어지고 홍제천을 비롯한 중소하천이 건천화 되는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시민단체로 구성된 홍제천살리기운동연대는 “서울시와 서대문구의 행정편의주의가 홍제천을 죽이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종로구, 홍제천 상류에 위치해 반드시 생태복원 이뤄져야..
물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유지되는 것이 진정한 생태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계획은 종로구에서 당초 계획한 소형하수처리시설과 저류시설을 설치해 물을 흘리겠다는 계획과 전혀 다른 방향이다. 홍제천에서 흘러나오는 수량이 많지 않아 마지막 마포구에까지 물이 도달하려면 충분한 수량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복류수 취수방식을 이용해 물을 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로구 환경위생과에서 홍제천 복원추진팀을 이끌고 있는 서재학팀장은 서울시의 이런 방침과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종로구는 서대문구, 마포구와는 달리 상류에 홍제천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생태복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재학 팀장은 “물은 그곳 지역의 특성에 따라 그 성질이 다르다”며 “서울시의 계획대로 한강의 물을 상류에서 흘린다면 원래 그 장소에서 흐르고 있는 물과는 다른 성질의 물이 흐르게 된다. 미미한 것처럼 보이지만 생태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작은 요인들로 인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 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계천에 흘러야 하는 물은 청계천의 발원지에서 나오는 물이어야 하고 홍제천에 흐르는 물은 홍제천의 발원지에서 흘러야 진정한 그 곳만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서팀장의 생각이다.
또한 서 팀장은 하천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각각의 식생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물을 따라 내려가면서 식생하고 있는 식물들과 동물 등 작은 미생물까지도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각 과정은 그 곳의 생태를 이야기 해준다는 것이다.
서재학 팀장은 “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유지되는 것이 진정한 생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한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흘리는 물을 이용해 홍제천복원을 하겠다면 차라리 지금 이대로 두는 것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제천 지류는 20여개다. 이런 지천들의 물이 북악터널로 흐르는데 이 물들을 모으고 부족한 물은 저류시설과 소형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로 보충해 준다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하천복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이러한 저류시설은 후에 관광자원으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천은 발원지에서 하류에 이르기까지 물길이 자연스럽게 흘러야 진정한 하천이다. 그러나 청계천 상류인 인왕산의 백운동천과 삼천동천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청계천으로 흐르지 못하고 있다.
청계천 중간지점부터 전기를 사용해 한강물을 끌어올리는 인공역류하천이기 때문이다. 청계천의 발원지에서 생명을 받은 생물들은 청계천으로 향하지 못한다. 청계천에 지금 흐르고 있는 물은 인왕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아닌 강원도 태백에서 오는 물이다.
홍제천, 관리하천 아닌 생태하천으로 거듭나야 …
하천복원 위한 전담부서 필요
하지만 홍제천 복원사업은 사업규모가 커 구의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을 해야 가능한 사업이다.
한편 홍제천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하천정비에 관한 사업은 현재 서울시 치수과에서 주로 담당하고 이밖에 공원과, 조경과, 자연생태과에서도 일부 담당하고 있다. 토목공사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각각의 부서들이 기능적인 부분만 담당하고 있어 전체적인 복원사업운영을 위해서는 하천복원을 전담할 부서가 따로 설치되어야 한다고 토로한다. 각 업무에 대한 담당과 별로 일을 처리하려니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즉 생태, 토목, 치수, 조경등 하천복원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종합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있어야 체계적이고 일률적인 행정처리와 하천복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재학 주임은 “청계천은 복개되어 있던 하천이므로 그 복개된 부분을 연 것 자체만으로 성공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제천은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홍제천은 이미 지상에 드러나 있는 하천이며 자연상태도 어느 정도는 보전되어 있는 하천이기 때문이다.
청계천은 생태하천보다는 관리하천에 가깝고 시각적 효과도 관리하천이 더 크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하천복원에 힘쓴 일본은 콘크리트 포장 위주로 개발했던 하천들을 1990년대에 들어 다시 뜯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었다.
청계천이 콘크리트를 거둬내고 관리하천으로서 1단계를 밟았다면 홍제천은 그 다음 단계인 2단계로 오르는 진정한 의미의 생태하천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서재학 팀장은 말했다. 종로구는 현재 서울시에 홍제천 사업예산으로 신영상가 철거와 보상, 홍제천 복원으로 철거된 검문소 이전, 저류시설 등에 대한 예산을 청구했으나 이에 대한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서울시는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성과중심의 밀어붙이기식 복원을 강행해 인공하천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친환경적 복원이 가능한 홍제천에도 청계천식 복원을 유도해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종로구청의 소신 있는 한 공무원의 싸움은 의미가 있다. 이 싸움이 진정한 생태하천 복원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이 공무원의 소신대로 결론지어지길 기대해 본다.
취재 / 이유경 기자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