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대 맛!

한·미·싱가폴의 수돗물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7-02-13 16: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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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물?
미국 위스콘신주의 오크 크릭 정수장은 그리 크지도 않았고, 1974년에 지어졌으니 최신 시설도 아니었다. 겉모양만 봐서는 미국의 수천 개 정수장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시설을 방문한 이유는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물’이 생산되는 곳이란 설명 때문이었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수돗물이 ‘맛있는 물 콘테스트’에서 시민들이 뽑은 최고의 물이었다. 수돗물이 어떻게 내로라하는 생수를 제칠 수 있었을까. 세계 최대의 생수(bottled water) 소비국인 미국에서, 전체 생수의 1/4 정도가 수돗물로 만들어진다는 데 하나의 실마리가 있었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수돗물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던 것이다. 오크 크릭의 수돗물 역시 인근의 생수 공장에서 병에 담겨 시판되고 있었다. ‘클레어 베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정수장만큼이나 병도 모양은 평범했다. 또 다른 실마리는 입상활성탄 등을 활용한 고도정수처리에 있는 듯하다. 맛과 냄새를 발생시키는 물질들은 기존의 공정으로는 잘 걸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싱가폴에서 마시는 물은?
싱가폴은 대표적 물 부족국가이다. 싱가폴 사람들에게 시간에 따라 물이 공급되는 제한급수는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현재도 안정적인 상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지금까지 찾아낸 상수원만도 네 가지에 이른다. 첫 번째는 빗물인데, 열대지역의 특성상 비가 많이 내리기는 하지만, 좁은 국토에 400만 명의 시민들이 마시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두 번째는 이웃나라인 말레이시아에서 사온 강물이다. 하지만 물과 같이 생존에 직결되는 것을 마냥 이웃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한 번 쓰고 버린 물을 재활용하는 ‘뉴워터’와 바닷물을 원수로 하는 것이었다. 뉴워터를 생산하는 정수장은 싱가폴에 네 곳이 있다. 하수를 처리해 만든 뉴워터는 쓰임새가 여러 가지다. 반도체 생산공장 등에 공업용수로 공급하기도 하고, 병에 담아 바로 마실 수 있는 생수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는 상수원수에 더해져서 기존 정수장에서 한 번 더 정수를 거친 후 수돗물로 공급된다. 기존 정수장으로 공급되는 양이 작년까지는 전체 뉴워터의 1%에 불과했지만, 올해부터는 1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가장 최근에 완공된 뉴워터 정수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뉴워터 전체의 생산량도 몇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물은?
’05년 9월 한국상하수도협회와 서울 YWCA는 서울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시음행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정수장 물, 수도꼭지에서 받은 물, 정수기로 거른 수돗물, 먹는 샘물(생수), 이렇게 네 가지 종류에 물을 마셨다. 물론 자신이 마시는 물이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맛을 평가하도록 했다. (서울신문, ’05.10.17일자 22면)
이 행사에서 시민들이 제일 맛있다고 뽑은 것은 ‘수도꼭지에서 받은 물’이었다. 수도꼭지에서 받은 물을 마신 응답자의 59%가 ‘맛있다’라고 평가했고, 먹는 샘물(2종류, 각각 50%와 42%)과 정수기 수돗물(49%), 정수장 물(2종류, 각각 47%와 46%)은 그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았다.
신문은 시음행사와는 별도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 ‘평소 마시는 수돗물이 맛있다’는 응답이 8%에 불과했었다고 비교했다. 서울 수돗물의 현 주소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수도관이 얼마나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유수율은 1995년 63%에서 ’06년 90%로 크게 상승했다. 90%는 파리나 오사카와 같은 선진국 도시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유수율을 끌어올리고, 시민들에게 더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서울시는 총연장 14,146km의 수도관 중 96% 이상을 지난 20여 년에 걸쳐 교체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의 수돗물은 세계보건기구 수준인 145개 항목에 걸쳐 수질검사를 실시하여 공급되고 있다. 수돗물 품질의 대표적 기준 중 하나인 탁도도 법정 기준치의 1/10인 0.05NTU 수준에 도달해 있다. 또한 얼마 전에는 해외 수질 검사기관인 STL(미국 육해공군 수질분석기관)과 Weck Lab(캘리포니아 주정부인증 분석전문기관)에서도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가 먹는 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아직 한국, 미국, 싱가폴 3개국의 물맛을 동일한 조건에서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콘테스트는 없었다고 알고 있다.
언젠가는 서울의 수돗물이 세계의 물과 경쟁해서 제일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뉴스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앞으로 서울의 정수장들도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영등포 정수장을 시작으로 더 좋은 시설과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싹트는 공간으로 앞으로 서울 정수장이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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