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물감으로 녹색을 칠하려고 하는 우리 정부

64 | eco@ecomedia.co.kr | 입력 2008-12-08 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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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돈형
한국교원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사)한국환경교육학회 명예회장

얼마 전 정부에서는 “저탄소 사회, 녹색 성장”을 우리나라의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대학교에서 예비 환경교사를 지도하고, 환경관련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또한 이제야 우리나라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지금껏 고생하면서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한 제자들이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펼칠 날이 왔다는 기쁨, 묵묵히 환경과 환경교육을 위해 노력한 동료 연구자들의 고생이 이제야 빛을 볼 수 있겠다는 위안이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기대와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아 물거품이 되었다.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을 위해서 환경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된 마당에 당장 2009년 신규 교사 임용 시험에서 환경교사는 단 한명도 뽑지 않는다고 발표한 것이다.
“羊頭狗肉(양두구육)”이라는 말이 있다. 양의 머리를 걸어두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인데, 겉과 속이 다르거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에 이보다 정확한 말이 또 있을까? 아니 지금 우리 상황은 어쩌면 이 고사성어보다도 못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고사성어 대로라면 그 가게에 들린 사람은 양고기 대신에 개고기라도 사가겠지만, 교사를 한명도 뽑지 않으니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판이다. 혹자는 “혹시 지금껏 환경 교사를 많이 뽑아서 내년에 안 뽑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비참한 현실은 올해 만의 일이 아니다.
환경교사는 2000년도에 처음으로 임용시험을 통해 뽑기 시작했는데, 2005년도에 뽑은 교사는 1명, 2006년도에는 0명, 2007년도에는 7명, 2008년도에는 6명, 2009년 0명까지 합해서 최근 5년간 단 14명의 환경교사를 뽑았다. 16개 시․도교육청에서 5년 동안 뽑은 환경교사가 총 14명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저탄소 사회, 녹색 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을 교육, 홍보하겠다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신기할 정도이다. 이는 “내 목표는 사법 고시 합격인데, 공부는 안할 것이다” 라고 공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혹시나 이러한 상황에서 저탄소 사회, 녹색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야 말로 “기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지금까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지금의 상황은 좋지 않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들의 역량이 필요할 때가 올테니, 그 때까지 묵묵히 전문성을 쌓아라”,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을 수없이 해 왔다. 벌써 10여 년을 말이다. 이젠 점점 이런 말을 하는 내가 학생들에게 괜한 기대를 하게 해서 되지도 않을 목표를 세우게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자괴감이 든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모 드라마의 주인공 ‘강마에’처럼 차라리 “현실은 냉혹하고, 너희들의 실력으론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다”라고 단번에 꿈을 깨뜨려버리는 것이 차라리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이미 내 제자인 학생들은 내가 더 조각낼 꿈조차 남아있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며 지금에 이른 것의 1등 공신이 교육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국가 비전을 이룩하기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교육”이다. 저탄소 사회, 녹색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교육 목표, 내용, 방법이 수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교육을 이끌 가장 적합한 교사가 바로 환경교사이다. 따라서 예비 환경교사들이 학교 현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제부터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능력 있는 환경교사를 양성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환경교사를 학교 현장에서 마음껏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도와주자는 것 뿐이다. 이 정도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녹색 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자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우리의 어느 누구도 검은색 물감으로 녹색을 칠할 수는 없다. 녹색을 칠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붓과 녹색 물감, 하얀색 종이가 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녹색을 칠하겠다고 말하면서 검은색 물감을 준비하고 있다. 검은 색이 칠해질 것이 뻔한데, 녹색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정부. 이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녹색성장은 기본은 교육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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