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주도해야 할 6대 미래기술로 선정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석유소비 세계 7위, 석유 정제능력 세계 5위, 전력소비 세계 12위의 세계 10대 에너지소비국이다. 에너지수입액만 연간 600억~700억 달러에 이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에너지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영국의 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임스 러브록이 1978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저서를 통해 주장한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 즉 스스로 조절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소개한 이론이다.
이때 지구의 자기복원력을 상실하게 하는 가장 큰 문제가 CO₂인데, 러브록은 핵융합에너지가 CO₂를 발생시키지 않는 가장 깨끗하며 영구적인 궁극의 에너지원이라는 견해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2008년 3월 국가가 주도해야 할 6대 미래기술 중 에너지 분야로 핵융합을 선정했다.

핵융합연료 1g으로 석유 8톤 에너지 생산
핵 에너지원은 토륨과 우라늄, 플루토늄과 같이 큰 원자가 분열될 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핵분열과 수소나 그 동위원소 같은 가벼운 원소의 핵들의 융합으로 나눌 수 있다.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핵융합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별들의 중심은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다.
플라즈마 상태는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가 아닌 제4의 물질상태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자유로운 형태로서 태양을 비롯한 우주의 99% 이상은 플라즈마 상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이 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질량 감소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방출되는데 이를 ‘핵융합에너지’라고 한다.
핵융합발전은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삼중수소)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매우 유리한 에너지다. 또한 핵융합연료 1g은 석유 8톤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생산이 가능하며,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만으로 한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원자력발전의 0.04%에 불과한 소량의 방사능에 의해 중·저준위 폐기물이 일부 발생한다.
그러나 10년에서 길어도 100년 이내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처럼 장기적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1~2초 내로 운전이 자동정지해 발전소 폭발, 방사능 누출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초고온 플라즈마 담는 핵융합장치 ‘토카막’
하지만 지구는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고압 상태의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장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태양과 같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핵융합로’를 만들어야 한다.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핵융합장치와 연료인 중수소,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즉 수억℃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원자핵들이 융합해 태양에너지와 같은 핵융합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 핵융합장치는 이 같은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진공용기 속에 넣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가 벽에 닿지 않게 가둬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처럼 핵융합장치는 태양에서와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인공태양’이라 불리기도 한다.
인공태양 방법 중 국제적인 노력으로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방식은 ‘토카막(Tokamak)’이다. 토카막은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장치다.
또 토카막은 러시아말인 ‘toroiidalonaya kamera(chamber) magnitnykh(magnet) katushkah(coil)’의 첫 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로 구소련의 탬과 사하로프가 1950년대에 발명하고 아치모비치가 1968년 발표한 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작동중이거나 새로 짓는 실험용 핵융합로는 대부분 토카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라틴어로 길을 뜻하는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는 국제협력 하에 핵융합발전 실험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서 우리나라, EU,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ITER 사업은 지난 40년간 세계 핵융합실험 장치들이 이뤄낸 실험결과들을 종합하여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공학적으로 점검하는 것으로 이후 실증로를 거쳐 상용화 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1985년 11월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소련,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평화적 이용 목적의 핵융합에너지를 개발하는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제안했으며,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원아래 ITER 이사회를 조직하고 초기 ITER 국제공동연구개발 사업을 출범시켰다.
KSTAR, 세계유일 신소재 초전도체(Nb3Sn) 사용
국가핵융합연구소(NFRI·소장 권 면)는 미래 녹색에너지원으로 기대되고 있는 ‘핵융합에너지’의 개발을 이끌고 있는 국내 유일의 핵융합 전문 연구기관이다. 1996년 1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으로 시작된 국가핵융합연구소는 2005년 10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 연구소로 출범했으며 국가 핵융합에너지 개발 사업의 중심기관으로 성장해왔다.
또한 국가핵융합연구소는 나노기술, 정보기술, 환경·신재생에너지 기술 분야 등 산업체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는 플라즈마 응용기술의 산업화 촉진을 통해 신산업 창출과 국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기여하고 있다.
플라즈마 응용 연구는 연구 중심의 개발을 벗어나 산업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응용플라즈마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플라즈마 응용기술 분야를 개척하여 국가 기반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산·학·연간의 유기적인 인력 양성과 유지 공조 체제 수립을 주도하며 국가핵융합에너지 개발의 중심 기관으로서 핵융합 기술 인력 공동체 운영을 이끌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21세기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선도하기 위해 2007년 9월 가장 진보된 형태의 핵융합장치인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국내기술로 개발·제작했다. KSTAR는 설계, 개발, 제작까지 순수자체 기술로 개발했으며 완공 후 종합 시운전을 거쳐 2008년 7월 최초 플라즈마 발생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운영단계에 들어섰다.
그리고 2009년 9월 핵융합 공동 연구장치로서 KSTAR 본격 가동에 돌입했으며, 2010년 초전도핵융합장치로서는 세계 최초의 H-모드를 달성했다. 그리고 작년 초전도핵융합장치로서는 세계 최초로 핵융합플라즈마 불안정 현상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약 25분의 1 규모로 ITER 완공 때까지 ITER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기초실험 기술 자료를 상호보완적으로 제공하며, 한국형 핵융합 실증로 건설에 필요한 독자적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KSTAR 건설을 통해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전도자석 제작기술을 보유하게 되는 등 건설기간 동안 핵융합 관련 10대 원천기술을 획득하며, 단기간에 연구 주도국으로 성장했다. 이어서 KSTAR 개발로 핵융합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우리나라는 핵융합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검증하게 되는 국제공동프로젝트인 ITER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KSTAR에 사용된 신소재 초전도체(Nb3Sn)는 ITER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것으로 현재까지 모든 초전도 자석이 Nb3Sn으로 만들어진 핵융합 장치는 KSTAR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KSTAR는 ITER의 축소판으로 불리며 ITER의 본격적인 운영 전에 사전 시험 장치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ITER,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공동프로젝트
우리나라가 ITER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핵융합 선진국과 대등하게 참여함으로써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며, 첨단 핵심기술 및 대량 생산기술을 확보해 에너지 종주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미국(1996.6), 일본(2004.11), EU(2006.11) 등과 국가 간 협력약정을 체결해 현물유치(미국 2,600만 달러규모), 부대장치(일본 2,000만 달러) 공동개발 등 실질적 성과를 획득했다.
우리나라는 KSTAR 장치 건설과정에서 파생된 기술문서 1,165여 건, 학술지 400여 건(SCI급 250여건), 특허출원 91건(국내87건, 해외4건), 특허등록 46건(국내42건, 해외4건) 등을 D/B로 구축했다(2008.1 기준). 이 자료는 향후 한국형 실증로 및 상용핵융합로 건설을 위한 기준서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핵심부품을 국내 기술로 제작해 산업체 경쟁력을 강화하며, 이를 통해 수백억 원대의 생산유발효과를 낳을 전망이다. 또한 ITER 운영단계에서도 운영과정 참여를 통해 한국형 실증로 및 상용로 개발·운영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핵융합 선진국들이 20년간 축적한 핵융합로 공학적 설계기술을 습득·도입할 뿐 아니라 ITER 조달품목 납품을 통한 핵융합로 제작기술 이전한다.
한국 부담의 9.09% 현물조달분(약 3억 유로)에 대한 ITER 조달품목을 우리 기업이 ITER 국제기구에 납품함으로써 산업체의 첨단기술 이전효과를 가져온다. 한국 투자분 외에 다른 참여국에 할당된 ITER 조달품목에 대해 우리 기업이 수주하여 추가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제작과정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회가 마련된다.
앞으로 ITER 한국사업을 통해 2030년대 핵융합실증로(DEMO) 및 2040년대 상용 핵융합발전소 건설을 위한 원천기술 확보해 대용량의 친환경적 에너지원 확보로 국가 에너지 자립 및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핵융합발전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50년부터 핵융합발전소가 신규 전력수요를 대체, 2070년대까지 100만kW 핵융합 발전소를 60기 이상 건조할 경우 국내 전력수요의 30% 이상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2005. 12, 국가핵융합에너지개발기본계획).
우리나라는 현재 최적의 대체에너지인 핵융합발전을 상용화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으며 그만큼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어떤 길을 걷고 있고, 국내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호에서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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