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이 녹색바다 주도한다

올해부터 선박 CO2 배출 규제 시행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3-02-04 11: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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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18일 선박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해양환경관리법 개정법률안’이 공포되면서 선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가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CO2 배출량을 오는 2025년까지 30% 줄이도록 의무화함에 따라 올해부터 신조선으로 계약되는 선박은 연비를 기존 선박보다 10% 이상 개선해야 한다.

이에 맞서 연비 경쟁력 등 친환경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선박업체가 향후 조선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소모가 비교적 적고, CO2 배출량 대비 많은 짐을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도 국제항해선박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는 다소 미흡했다.

2007년 IMO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CO2 배출량의 3.3%를 선박이 차지한다. 이중 내항선을 제외한 외항선이 2.7%(약 8억 7,000만 톤)로 우리나라가 배출하는 CO2 약 5억 7,000만 톤(2005년 기준)과 비교했을 때 보다 더 많은 수치다.

UN에서는 지구온난화 주범인 CO2 배출규제를 위해 매년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개최하여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률 및 감축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UN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항해선박의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추진하고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을 통해 선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중 이산화황(SOx)과 질소산화물(NOx) 등에 대한 규제를 이미 시행해 왔다.

그러나 CO2는 해운 및 항공 분야가 어느 특정 국가를 지정할 수 없는 산업이기 때문에 다루기 민감한 문제였다. 이런 가운데 2000년 중반 수면 아래 있던 선박 규제에 대해 덴마크, 일본 등을 중심으로 2008년부터 IMO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IMO는 선박의 에너지 효율(energy efficiency)측면에서 세 가지 협약을 제시했다. 첫째는 기술적 조치인 ‘선박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로 올해부터 시행되며, 둘째는 운항적 조치인 ‘현조선에너지효율운항지수(EEOI:energy efficiency operating index)’로 아직 발효는 되지 않았다.

마지막 조치는 ‘국제시장기반 조치(MBM :Market Based Measures)’로 도입될 경우 국제해운 분야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 되고 있다.

친환경 기술력을 가늠하는 핵심지표 ‘EEDI’

IMO는 마찰이 있었던 개도국과의 협의를 통해 우선적으로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을 개정해 국제항해선박에 에너지효율검사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고, 2011년 7월 MEPC(해양환경보호위원회) 62차 총회에서 EEDI와 선박에너지효율관리계획(SEEMP:Ship Energy Efficiency Management Plan)을 지난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강제규정으로 채택했다.

이에 올해부터 계약되는 국제항해 총톤수 400톤 이상 선박(11개 선종)은 에너지효율검사를 받고 증서를 선내에 비치해야 하며, 건조 및 개조하는 경우 EEDI를 계산해 기준값을 준수해야 한다.

앞으로 EEDI 동기준값에 대한 감축률을 연차적으로 강화해 2015년부터 10%, 2020년 20% 그리고 2025년부터는 기준값에서 30%의 CO2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EEDI는 선박이 1톤의 화물을 1해리(=1.852km) 운송할 때 배출되는 CO2량으로써 CO2 배출 감소를 위해 고안됐으며, 우수한 선박일수록 낮다.

이런 변화에 따라 선주들이 앞으로 개선된 성능의 신조선 발주를 늘릴 것으로 예상돼 조선업의 판도는 EDDI를 중심으로 뒤바뀔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경부 자동차조선과의 한 관계자는 “조선사 대부분이 시장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에너지효율적인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부도 2011년부터 친환경 기술 R&D에 적극 투자 중”이라고 전했다.

규제 기준 미달 시 중고 선박 폐선 가능성 높아

EEDI 발효에 따라 온실가스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중고 선박들이 폐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폐선 여부는 선주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운항비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료비가 오름에 따라 에너지 저감률이 높은 선박이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높은 선박은 시장에서 자연히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선주들은 같은 기준일 경우 EEDI 허용기준에 딱 맞출 수 있는 선박보다 EEDI를 더 저감할 수 있는 조선소에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EEDI 규제기준이 10%이더라도 한 조선회사가 뛰어난 기술로 EEDI를 20% 줄이면 선주들은 그 회사에 발주할 것이다.

한편 다량의 폐선이 예상됨에 따라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IMO는 2009년 ‘선박재활용협약’을 채택한 바 있다. 협약에 따라 선박을 해체하는 재활용시설 사업자는 협약에서 정한 특정 시설 및 관리기준을 갖춰야 한다.

고유가 시대, 연료비 저감은 필수

이번 협약이 발효되기 이전부터 선사들은 연료비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을 자체적으로 시도해 왔다. 선박이 1년간 사용하는 연료비가 선박 가격의 20~30%에 달하는 가운데 주 연료인 벙커C유의 가격이 톤당 200달러에서 현재 약 600~800달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연료비가 전체비용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사업 유지를 위한 연료비 절감은 필수불가결한 사항이었다. 때문에 2000년 중반 조선시장의 호경기였을 때만해도 에너지 효율보다 속력에 중점을 뒀던 선사들도 ‘저속 운항’에 주력했다. 불경기로 물량이 줄어든 데다 값비싼 에너지를 소모해봐야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IMO는 ‘저속 운항을 하면 그만큼의 배가 더 필요해 나오는 CO2량은 비슷해짐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속력이 너무 낮을 경우 경쟁력을 상실하며, 해상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선박 스스로가 뚫고 나가지 못하고 넘어질 가능성이 높아 최소의 힘(minimum power)에 대한 규정도 같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EEDI 계산시에도 엔진의 75% 선속으로 운행해야한다라고 명시돼있다. 즉 EEDI 규제를 통과하려면 정해진 기준에서 속도를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저속 운항은 의미가 없으며 선박 운항 시 기계값 저감의 노력 중 하나일 뿐이다.


‘배의 성능’ 개발은 친환경 기술의 핵심

따라서 조선업들은 엔진 성능 및 저속 운항에 초점을 두지 않고 에너지 저감장치(Energy saving device)와 배의 성능에 맞추고 있다. 우선 에너지 저감장치를 예로 들면 프로펠러 두 개를 앞뒤로 달거나, 핀(Fin)을 달아서 부력을 통해 속력을 높이는 경우다.

또 ‘폐열회수장치(WHRS:Waste Heat Recovery System)’는 선박추진 엔진 작동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전기에너지 등 에너지원으로 전환, 재활용함으로써 연료절감 효과를 낸다. 가격은 타 기계에 비해 비싸지만 고유가를 고려하면 5~10년 후면 회수(payback)된다.

그러나 EEDI를 낮추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의 성능’이다. 조선사들은 대부분의 엔진, 에너지 저감장치, 폐열회수장치 등을 기자재 업체로부터 구매하는데 고가의 장비를 다량으로 구매하면 이미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한국조선협회 기술개발지원부 김성현 차장은 “우리 조선업이 고가의 장치를 달지 않고도 배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EEDI를 줄일 수 있으면 해외 조선업과의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사들은 선박 제조과정에서 친환경 기술의 핵심인 ‘화물적재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 설계를 필히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재 경량화 및 구조설계의 최적화를 통해 배의 두께를 얇게 함으로써 얇아진 두께만큼 화물 적재율을 더 높이면 EEDI를 낮출 수 있다.

조선업계 친환경·고효율 기술 바람 솔솔

국내 조선사들은 환경규제에 맞서 시장 선점을 위한 친환경·고효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형(船型)·프로펠러 형상 개선 등 각종 친환경 기술을 통해 선박의 연비를 개선시키고 있다.

지난 2010년 녹색경영 선언 이후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50여 척의 선박들은 이러한 친환경 사양을 장착, 선종별로 선박 1척당 최대 36억 원까지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선박외판에 장착하는 구조물인 ‘세이버 핀(SAVER-Fin)’은 선체 주변 물의 흐름을 제어해 운행에 소요되는 연료를 줄여주는 대표적인 연료저감 장치다.

이 장치를 장착한 선박은 최대 5% 가량 연비개선 효과와 선체 진동이 약 5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구조적 안정성과 적용성이 뛰어나 다양한 종류의 선박에 부착할 수 있다. 통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연간 사용 유류비용은 400억 원으로 추정할 때 5%를 절감하면 선박 1척당 20억 원의 연료비를 절감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선박용 배기가스 저감 설비’를 국내 처음으로 선박에 공급하며 친환경 설비 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이 설비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NOx를 촉매를 이용해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SCR 방식으로 NOx 배출량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

또 가스의 일부를 재순환시키는 방식(EGR)의 저감설비 개발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앞서 디젤엔진보다 CO2와 NOx 배출량을 각각 20%, 97% 이상 줄인 친환경 가스엔진을 독자 개발하고,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자외선살균 방식과 전기분해 방식 등 두 가지 방식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상용화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름이 아닌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하는 선박용 추진 시스템을 통해 해당 동급 출력의 디젤 엔진에 비해 CO2 23%, NOx 13%, SOx은 최대 92%까지 감소시킬 수 있수 있으며 1만 4,000TEU급 컨테이너운반선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1,200만 달러 이상의 연료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각국의 선주들로부터 천연가스 추진 엔진을 적용한 선박에 대한 견적 의뢰가 들어오는 등 시장성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앞으로 추가 테스트와 확인 작업을 통해 본격적인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선박의 연료전지 기술도 연구 중으로 2009년 포스코파워와 함께 공동 개발하기로 한 선박용 연료전지는 300kW 이하로 LNG선 등에 보조 동력으로 탑재되어 출항이나 도착 선박 내 사용 전력으로 쓰이게 된다.

STX조선해양은 각종 친환경 기술이 접목된 신선형 개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선박은 프로젝트명 ‘STX GD(Green Dream Project) Eco-Ship’이라 불린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와 1만 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선박 배출가스의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연료비용을 최대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장치개선과 친환경 에너지원 활용 등의 혁신을 통해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성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2011년 수주한 신개념 탱커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설계에도 적용됐다.

또 기존 VLCC에 비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CO2 배출량은 45% 절감 가능하고, 연료 효율은 40% 향상했다. 아울러 장치 개선의 측면에서도 3중날 프로펠러를 개발해 추진기의 효율을 향상시켜 선박 후미의 유동을 개선하는 ‘에너지 절감형 부가 날개 장치’를 설치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선박 대체에너지 이용 기술 향상에 힘써야

한편 친환경 연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선박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대체에너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LNG(액화가스) 연료’를 선박에 적용할 경우 배출규제대상인 SOx와 NOx가 90% 이상, CO2가 15% 가량 줄어들어 친환경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석유연료가 효율과 연비면에서 더 유리하다. 또 LNG를 기체 그대로 사용할 경우 엄청난 크기의 용기가 필요하며, 액화할 경우 냉각때 보관하는 탱크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압축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가장 큰 문제는 LNG를 공급할 수 있는 충전인프라 구축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연료전지(수소전지)’는 SOx, NOx의 배출이 전혀 없고 CO2 저감효과도 뛰어나며, 디젤엔진 대비 발전 효율이 5% 이상 높아 연료비가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배가 요구하는 출력을 못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대형화의 문제가 남아 있다.

셋째, ‘핵 연료’는 현재 가장 실효성있는 대안이지만, 일본의 원전 사고 때문에 업계에서 핵연료 선박을 꺼리는 상황이다. 조선협회 김성현 차장은 “선박은 더 이상 화석연료로만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에너지를 사용한 선박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힘든 문제지만, 2020년쯤에는 한 가지 이상의 실용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선박은 이제 생존의 문제

EU가 최근 본영역에 들어오는 모든 선박에 대해 ETS(배출권거래제) 규제를 계획하고 있음을 밝힘에 따라 그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협회 김성현 차장은 “EU가 항공에 ETS를 적용한 것처럼 선박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이번 선박 온실가스 규제를 기점으로 선박의 환경규제는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이 조선업계의 선택에 따른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서의 생존 가능성으로 결부되는 이유다.

따라서 세계 조선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친환경 기술에 아낌없이 투자해야할 것이다. 특히 우리 조선업계가 새로운 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조선시장의 불황을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는 국면을 맞이하고 국가 경쟁력과 위상까지 높일 수 있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국면을 위기로 맞을 것인지, 성장통의 계기로 만들 것인지는 각 조선사의 여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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