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5호기에서 방사능이 발전소 밖으로 유출된 초유의 사고(<한겨레> 12월30일치 2면)가 일어난 지 20일이 지났는데도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 원인이 설계 결함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는 상태여서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같은 기종인 영광원전 6호기의 가동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1일 현재까지 발전소의 자체조사 결과 지난달 22일 발견된 방사능 유출은 방사능을 포함한 1차 냉각수가 안전주입계통과 연결된 배관을 통해 순수한 물을 공급하는 관으로 역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방사능을 띤 고압의 1차 냉각수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여러 겹의 안전장치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김현수 영광원전 3발전소장은 지난 8일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 시민단체 조사단에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고가 났다”며 “격리밸브 하나에서 이물질 흔적이 발견돼 먼지알갱이 등이 밸브디스크에 틈을 만들어 냉각수가 유출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다른 3개의 밸브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이유와 이물질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선빈 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과장도 “역류방지 밸브의 미작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원자력안전기술원 등 전문기관에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기부와 발전소 쪽은 다른 원전에서 유사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설계 결함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열전달완충판 이탈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고에 비춰 영광 5·6호기와 울진 5호기 등 한국형 원전에서 근본적 설계결함이 드러났다”며 “또다른 방사능 유출 사고를 피하려면 원인규명 때까지 이들 원전의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발전소 쪽은 애초 방사능 검출 경보를 방사선 감지기의 오작동 때문인 것으로 판단해 경보가 난 뒤 기기의 성능을 점검하고 새 기기로 바꾸는 데 나흘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규제기관인 과학기술부에 사고내용을 통보한 것은 28일, 지역주민에게 사고를 알리고 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것은 경보 일주일 뒤인 29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방사능을 띤 3천여t의 물이 폐수처리장 등을 통해 바다로 유출됐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발전소가 정상가동중인데도 공기가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경보가 울려 감지기의 오동작을 의심했던 것”이라며 현재까지 발전소 인근의 방사능오염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광원전 주변 주민들은 13일 이장단과 사회단체 대표 400여명이 연석회의를 여는 등 원전반대 주민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일 예정이어서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영광/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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