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DMZ(비무장지대)의 오늘과 내일

전재경 대표‧황은주 박사(자연환경국민신탁)
박순주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09-03 08: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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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에 부는 개발바람

▲ 끊어진 경원선 월정리역에 앉은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

<사진=자연환경국민신탁> 

1953년 한국정전협정이 체결된 후 66년 동안 가끔 남북 인사들이 왕래했고,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기도 하였으나 비무장지대(이하 DMZ라 한다)의 경계를 상징하는 철조망은 여전히 굳건하고, DMZ와 민통선을 지키는 군비나 병력도 감축됐다는 보도가 없다.

북미관계의 변화에 따라 남북관계도 우호와 적대 사이를 오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조만간 DMZ가 모종의 국부 원천이 될 것으로 믿는다.

어느 방송사와 자동차 회사가 DMZ를 배경으로 광고방송을 촬영하다가 국방부의 불허로 중단된 사례가 시사하듯이, 일부 지역정치인들이 말하듯이, 오지로 두었다가 ‘뻥튀기(압축팽창)’ 방식으로 개발하건, 아니면 지속가능한 발전(ESSD)을 도모하건 간에 DMZ에 대한 관심이 현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정부는 DMZ 일원(민북지역과 접경지역을 포함한다)에 2030년까지 225개 사업 13조2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종합계획을 추진한다.

주요사업들을 살펴보면, 관광 부문에서 108개 사업에 3조원을 써서 ①DMZ 인근에 도보 여행길을 조성하고 ②한탄강변에 주상절리길(연천‧포천‧철원구간 119km)을 내고 ③양구에 펀치볼 하늘길(곤돌라‧전망대‧편의시설)을 설치하며, 인제에 병영체험공간(서바이벌게임‧사격체험존)을 만든다.

생활 SOC 부문에선 정주여건 개선 차원의 42개 사업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해 ①강화에서 고성까지 권역별 거점 10개소에 복합커뮤니티센터(민군 공동이용 문화‧체육‧복지시설)를 열고 ②LPG 저장시설 및 공급관을 설치한다.

지역균형발전 부문에선 54개 사업에 3조4000억원을 지출한다. 이를 통해 ①연천에 ‘은통산업단지’을 조성하고 ②화천에 상가밀집지역 환경개선사업을 전개하고 ③고양에 ‘청년 내일꿈 제작소’를 건설한다.

남북교류‧협력 부문에선 21개 사업에 5조1000억원을 지원해 ①옹진에 영종-신도 평화도로(왕복 2차로)를 건설하고 ②(경원선 남측구간 복원과 연계해) 철원에 통일문화 교류센터(남북문화체험관)를 개설한다.

현재 위에서 살펴본 주요사업들은 DMZ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아직 없다. 하지만 영종-신도 평화도로는 개성으로 뻗어나갈 서해평화고속도로 구상의 일부이다.

대부분의 시설들이 DMZ 아래 민북지역에 집중돼 있고 남북교류를 겨냥하고 있어, DMZ에 대한 잠재적 개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과 별도로, 1조원이 투입되는 도봉산포천선(옥정-포천)과 9000억원이 들어가는 제2경춘국도(남양주-춘천)도 북으로의 진출을 예고한다.

이러한 사업들은 모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받는다. 이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충실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DMZ를 단절하는 경제통로(도로‧철도‧케이블카‧송전선로‧송유관 등을 말한다)들은 이것뿐만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경원선뿐만 아니라 복원과 연장을 추진 중인 동해북부선(강릉-속초-제진-감호-외금강-원산)은 동해안의 DMZ를 관통한다.

경의선(서울-문산-개성-평양)이 복원되면 DMZ 서부를 관통한다. 이 사업들이 모두 성사되면, DMZ는 동서남북으로 갈갈이 찢어진다. 이는 한반도 3대 생태축인 DMZ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전후 질서 재편과 토지소유권 문제
▲ DMZ 남측 <사진=자연환경국민신탁>
DMZ 일원을 누비면서 남북으로 뻗어나갈 경제통로와 더불어 DMZ 생태축을 파괴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DMZ 내부와 민북지역에 위치한 토지들에 대한 개발 압력이다.

많은 사람들은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고 장차 통일이 이룩되면, 통일 독일처럼 “DMZ 일원의 구(舊) 토지 소유권을 회복하고 이를 개발에 넣겠다”는 꿈을 꾼다.

오랜 세월 동안 장롱 속에 들어있던 DMZ 내부의 옛날 토지문서들이 부동산 업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38선 이남의 강원도 민북지역과 접경지역의 토지 소유권 분포로 미루어 한국전쟁 전 DMZ 내부에도 적지 아니한 사유지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사유지 문서를 보관하고 있던 종전 소유자들이나 이들로부터 문서를 양도받은 사람들은 현재 UN군이 행사하는 DMZ의 관할권이 대한민국에 속하는 날에 옛 토지질서가 전쟁 이전의 상태로 복원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자연환경국민신탁’의 연구와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흡수 통일이 이뤄진 독일의 사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우리 DMZ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흡수통일은 여러 시나리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통일이나 관할권 이전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건 간에 옛 토지질서의 온전한 복원은 불가능하다. 전쟁은 혁명처럼 힘(무력)에 의해 초래된 사실관계가 종전의 법률관계를 압도하고 변경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혁명을 겪은 국가들이 예외 없이 사유 토지를 모두 국가(정부)에 귀속시켰었다. 힘에 의한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종전의 헌법체계를 유월하고 새로운 헌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권력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을 반추해 보면, 전쟁에 의한 토지질서의 재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 국가들에서 토지질서가 아직도 동요를 겪고 있는 저간의 사정이나, 1991년 옛 소련이 붕괴된 후 소비에트에 속했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젠, 벨 라루스,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14개국의 현황을 보면, 전후에 또는 구체제 붕괴 후에 옛 토지질서가 고스란히 복원되기란 지난한 일이다.

전후의 경우에는 점령국이나 전쟁 당사국의 영유권 주장이 대두될 수 있다. 전쟁과 평화의 국제법에 따라 전체 토지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민법 질서에 기반을 둔 옛 토지질서의 복원은 백년하청이 되기 쉽다.

DMZ 활용 지속가능한 발전
▲ 철원 두루미네논(국민신탁지) <사진=자연환경국민신탁>
DMZ 일원에 개발의 바람이 불지만 DMZ가 한반도 유일의 동서 생태축이며, 전후 토지질서가 우리 정부의 정책적 접근과 민법 질서의 원용만으로 재편되기 어렵다는 사정 등을 고려한다면, DMZ를 정의(justice)의 원리에 따라 지속가능하게 보전하고 이용할 수 있는 사고의 변화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DMZ 일원의 개발을 염려함은 경제통로를 가로막자는 뜻이 결코 아니다. 경제통로가 DMZ를 관통하더라도 생태통로를 자르지 않고 지나가야 한다.

경제통로가 DMZ 생태축을 훼손하지 아니하면서 DMZ를 기반으로 남북이 지속가능한 공동의 번영을 이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DMZ 일원에서 경제통로와 생태통로의 교차와 공존은 두 통로의 교차 원칙을 규정한 자연공원법의 준칙을 원용하면 예컨대, 경제통로가 공중이나 지하로 DMZ를 관통하면 생태축 훼손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경제통로와 생태통로의 교차만으로 DMZ가 당면한 토지질서의 각축이나 개발 압력이 사라지지는 아니한다. 보다 근원적이며 장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어떤 대안이 있는가?

법률적‧정책적인 측면에서 신기원을 여는 접근 방안이 있다. 이 방안은 국제법과 국내법에 기반을 둔 접근을 전제로 DMZ의 자연자원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자는 구상을 골격으로 한다.

첫째, 남북평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쟁 당사국들의 합의에 따라 DMZ 전역이 영구 중립지대로 전환돼야 한다.

둘째, DMZ 내부의 토지는 공유수면처럼 ‘공유지’로 규율돼야 한다. 현행 자연환경보전법(제2조제13호 자연유보지역) 규정을 고쳐 자연유보지역으로 현재화시켜야 한다.

셋째, 환경부장관은 DMZ 일원을 대상으로 종합계획 및 방침을 세울 수 있다(법 제22조). DMZ 일원의 토지질서를 안정화시킨 다음에는 DMZ를 활용해 경제적 소득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 철새평화타운 <사진=자연환경국민신탁>
DMZ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엄격하게 보전함은 냉전시대 철조망 너머의 모습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DMZ는 전쟁과 그 후의 무력 대치로 인한 인위적 개입이 상존했기 때문에 울타리는 외려 생태적 건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DMZ 일원의 자연혜택, 즉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s)를 활용하면 환경도 지키고 국부를 창출할 수도 있다.

‘생태계서비스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한다’는 방안(황은주 박사, 2016년)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정부는 DMZ의 보전과 함께 지속가능한 이용을 이끌어야 한다.

DMZ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및 경관이, 흔히 오해하는 바와 같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훼손된 곳일지라도 산림과 산악에서부터 초지와 습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군계(biome)를 형성하고 있어 생태계서비스의 보고이다.

생태계서비스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으로부터 유출하지만 별개의 자산이다.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이 본원자본이라면 생태계서비스는 파생자본이다.

지역주민들은 토목‧건축 일변도를 넘어 DMZ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거기에서 유출되는 생태계서비스를 활용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

DMZ를 찾는 관광객들이나 도시의 소비자들은 주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임산물과 같은 공급서비스를 거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합의에 따라, 남측은 북측이 조성하거나 제공하는 산림자원이나 물과 같은 생태계서비스들에 대해 보상을 실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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