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붕괴를 막는 지하 혁명, 싱크홀과 싸우는 상수도관 교체법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9-15 1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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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도심 한복판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지반 재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대부분 노후 상하수도관의 누수와 지반 침하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지하시설물의 안전 확보와 관로 교체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수도관 누수가 싱크홀을 부른다
싱크홀은 지하의 토사가 유실되면서 형성된 빈 공간이 무너지며 지표면이 꺼지는 현상이다. 특히 상수도관이나 하수도관에서 물이 새는 경우, 지하 토양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흘러내리면서 지반이 약화되고, 결국에는 지반 침하 또는 싱크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수관은 특히 부식과 노후화가 심각한 경우가 많고, 오수가 토양을 더 빠르게 훼손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서울, 부산, 인천 등 주요 도시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의 상당수는 노후 하수관 누수가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굴착공법 vs 비굴착공법…도시 안전을 위한 선택은?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노후 상수도관을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공법은 크게 굴착공법과 비굴착공법으로 나뉜다.

▷ 전통적인 ‘굴착공법’: 정확하지만 사회적 비용 커
굴착공법은 도로를 절단하고 지표면을 직접 파내어 관로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시공자가 직접 관을 확인하고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성과 시공 신뢰도가 높다. 특히 지하 여건이 복잡하거나 비굴착공법 적용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여전히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지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굴착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분진, 교통 통제, 시민 불편은 물론, 공사 이후 복구가 미흡할 경우 지반 약화나 2차 싱크홀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도로 포장, 인도 정비, 이설 공사 등의 부대비용이 크게 들고, 시공 기간도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 주목받는 ‘비굴착공법’: 시민 불편 최소화, 신기술 접목도 활발
비굴착공법은 도로를 파지 않고 지하에서 관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는 최신 기술이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CIPP(Cured-In-Place Pipe) 공법과 파이프 버스팅(pipe bursting) 공법이 있다.
CIPP 공법은 기존 관 내부에 특수 라이너를 삽입한 후 열이나 자외선으로 경화시켜 새로운 내관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구조물 보강이 필요한 경우에 적합하며, 시공 중 지표면 교통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아 도심지에서 활용도가 높다.


파이프 버스팅 공법은 기존 관을 파쇄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관을 밀어 넣는 방식이다. 관경을 기존보다 확대할 수 있어, 용량 증설이 필요한 지역이나 심하게 손상된 관에 효과적이다.

 


지자체별 기술 적용 사례
▷ 서울시: CIPP 공법 확대 적용
서울시는 2020년부터 노후 하수관로 정비사업에 비굴착 라이닝(CIPP) 공법을 본격 도입했다. 도심지 교통량이 많은 지역부터 시범 적용한 결과, 민원 발생이 줄고 공사 기간이 단축돼 2024년 기준으로 전체 하수관 교체의 약 45%를 비굴착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


▷ 부산시: ‘스마트 지하시설물 관리시스템’ 연계
부산시는 비굴착공법을 단순 시공 기술이 아닌, 지하시설물 통합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 중이다. GIS 기반으로 위험지역을 선제 파악한 뒤, 관 상태에 맞춰 CIPP 또는 버스팅 공법을 선택해 효율적 유지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 수원시·성남시: 공동주택지구 중심 확대 적용
수원과 성남 등 수도권 일부 지자체는 공동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비굴착공법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보행자 통행량이 많은 골목길에서 무굴착 교체를 실시해 시민 불편을 줄이고, 복구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하시설물 스마트하게 관리한다
국토교통부는 지하시설물의 안전성을 높이고, 싱크홀 등 지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수립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인 ‘지하시설물 안전관리 강화 종합계획’을 수립해 2022년에 발표하여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2027년까지 전국 모든 지자체에 스마트 GIS 기반 시설물 관리시스템 구축, ▲상하수도, 전력, 통신, 가스 등 모든 지하시설물의 공동 조사 및 통합 관리, ▲비굴착공법 적용 확대 및 표준화된 시방서 개발, ▲싱크홀 등 사고 발생 시 사후조치보다 예방 중심 정책 강화 등이 있다.


또한 환경부는 노후 상수도 정비를 위한 국고보조 사업을 통해 비굴착공법 도입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소 지자체를 위한 기술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좌)굴착공법을 적용한 관로교체 모습,  (우)비굴착 공법을 적용한 관로교체 모습

도시 안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싱크홀은 단순한 지반 문제가 아닌, 도시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경고다. 상수도관을 포함한 지하시설물의 안전성 확보는 시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적절한 공법 선택과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수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수적 교체'가 아니라, 선제적 관리와 스마트한 기술 도입이다. 노후관은 단순한 설비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도시의 혈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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