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수자원, 지하수의 가치제고와 활용

하규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연구실장
이동민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04-10 11: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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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규철 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연구실장

지하수, 가뭄과 물 부족 문제의 실질적인 대안 

 

지구상의 물은 97.5%가 바다에 있다. 그러나 바닷물은 염도가 높아 그대로는 수자원으로 이용할 수 없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담수다.

 

 

담수의 2/3는 빙하나 만년설이고, 하천이나 호수 등은 담수의 1%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1/3의 담수가 바로 땅속에 있는 지하수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우물이 있어 이곳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먹는 물과 생활용수로 이용했다. 따라서 우물이 마르거나 오염되면 마을 전체가 물을 얻을 수가 없기에 우물을 관리하기 위한 자체적인 규율이나 관리 방안을 만들어 엄격하게 따르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는 지하수 개발 기술이 발달하여 과거의 우물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 대신 수 십미터에서 수 백미터에 이르는 깊이까지 굴착, 심정펌프시설을 갖춰 말 그대로 지하수는 지표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숨겨진 수자원이자 보물이 됐다.

 

지하수, 오염됐다며 버림받고 있어

 

최근에 수자원으로서의 지하수는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지하수 중에 많이 나와서 일부 마을에서는 암 발생의 주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또 몇년 전에는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해 가축 사체를 땅에 매몰하고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흘러 들어갈 수 있으니, 더 이상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상수도는 주로 댐이나, 저수지에 저류되어 있는 지표수를 취수원으로 정수처리후 가정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환경부에서 발간하는 상수도 통계를 보면, 상수도 보급율은 1960년대 중반 약 22.0%에서 2007년 92.1%로 증가했다.

 

또 2007년 기준 광역상수도는 전체 상수도 시설용량 중 47%(취수시설 기준)를 차지하고 있고, 전국 165개 시·군 중 112개 시·군에 공급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되다 보니, 광역상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은 소외지역으로 전락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하수는 우리 생활 깊숙이 함께하고 있다. 지하수라는 사실을 크게 인식하지 않고 매일 마시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생수라고 불리는 먹는 샘물은 대부분 지하수다. 또한 각종 음료수와 주류의 원료가 되고 있는 것 역시 지하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수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마다 나오는 대안은 상수도를 통한 물 공급이다.

 

△ 국내 지하수 개발 가능량은 연간 128억톤이며 연 이용량은 38억톤으로 지하수 개발 여지는 충분하다. (사진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수자원으로서의 지하수의 잠재성

 

지하수는 과연 우리나라에서 미운오리새끼일까?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277mm(1978~2007년)이고, 연간 수자원 총량은 1297억톤으로 이 중 42%에 해당하는 544억톤은 자연적인 증발로 인해 손실돼 이용 가능한 수자원은 753억톤이다.

 

이는 수자원 총량의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7년 기준으로 연간 333억톤(연간 수자원 총량의 26%)를 이용하고 있다(수자원장기종합계획, 2011).

 

2010년 기준으로 지하수 총 이용량은 연간 38.1억톤으로 수자원 총량의 3%, 용수 총 이용량의 11%을 차지한다. 지하수 개발 가능량은 128.9억톤/년으로서 2010년 기준 이용량을 적용하면 개발가능량 대비 이용량 비율은 전국 평균 29.5%다(지하수관리기본계획, 2012).

 

이러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역적으로 개발가능하냐에 대한 문제를 제외하고, 총량에 있어서 지하수를 개발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 봄 우리나라는 100년에 한번 올 만한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저수지의 물이 말라버렸고, 농사를 지을 물이 없어 농민들은 전전긍긍해야 했다.

 

특히, 충청도, 전라도 일대는 농업의 존폐여부를 결정해야 할 만큼 피해가 심각했으며, 가뭄이 좀 더 지속되었다면, 재앙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할 것 없이 모두 가뭄극복을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하수 개발 외에는 마땅한 다른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기에 각 지자체는 400여공 이상의 지하수 관정개발을 통해 물을 공급했다.

 

그 때는 지하수를 버린 자식으로 취급하던 상황이 완전히 역전돼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하면 지하수를 개발할 수 있을까를 염려했다.

 

가뭄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UN에 따르면, 지난 세기에 인구는 2배로 증가한 반면, 물 사용은 6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UNESCO도 “물도 기후변화나 환경 문제처럼 세계적인 협력과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물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2009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수자원 부도(Water Bankruptcy)의 가능성을 경고하며 물 파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도 물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1세기말 지구의 평균기온은 최대 4℃만큼 상승하고, 이에 따라 대규모 홍수와 극심한 가뭄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야흐로, 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생존과 미래가 좌우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위기의 시기에 우리나라 용수 이용량의 11%를 차지하는 지하수는 많은 잠재적 활용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하수는 그간 우리의 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60~70년대에는 농촌의 식량 자급기반 구축에 기여했고, 광역상수도 기반이 취약했던 70~80년대에는 농·공·생활용수 전반에 걸쳐 국가 발전의 주요 원동력이 됐다.

 

오늘날에도 지하수는 산업 전 분야에 널리 이용되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며, 미래에는 그 역할과 중요성이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다.

 

 

지하수 기후변화 시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한편, 지하수는 수자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지열에너지의 열원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유가의 급등과 수급의 불안정,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의 한계 등으로 인해 이를 대체하는 에너지 자원의 개발과 확보가 매우 시급한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하 100m~150m 깊이의 지열을 이용하여 건축물의 냉난방 및 온수공급에 적용하는 지열에너지 기술은 태양열, 태양광, 풍력, 해양에너지 등의 재생에너지에 비해서도 적용성이 뛰어나다.

 

정부도 지하수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지난 93년 지하수법을 제정한 이후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 또한, 흩어져 있던 지하수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국가지하수정보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정보화 기반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지하수 관리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방치공, 지하수 유출 및 오염, 개방형 지열시스템의 낮은 이용률 등 우리가 보다 관심을 가지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가뭄 발생시 물 공급을 위한 무조건적인 관정개발은 결국 지하수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을 때 지하수를 개발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 영구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지하수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저변 확대 및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 학계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대안의 하나로 대수층 저장 회수나 지하댐을 이용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지하수 함양이나 지하 댐을 이용한 대용량의 지하수원 개발은 넓은 지역에서 활용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표 댐 건설이 곤란하거나 상수도 개발이 어려운 도서, 해안, 산간지역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이다.

 

이러한 대용량 지하수원 개발을 위해서는 지하수가 저장되어 있는 대수층에 대한 수리적 특성 평가 기술과 최적의 인공함양 기술, 클로깅 방지 및 인공함양 관리, 운영 기술 등 핵심요소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지하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혁(수질기준의 다양성 보장)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하수를 확보해 미래 기후변화는 물론 물 부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하규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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