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폐의류, 기후위기의 또 다른 얼굴 2/5 :매립, 소각, 방치된 폐의류는 왜 기후재앙이 되는가

글:최경영((사)한국저영향개발협회 회장/ 서울대학교 겸임교수)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4-28 11: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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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린 옷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날 뿐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경로는 조용하지만 치명적이다. 폐의류는 매립되거나, 소각되거나, 혹은 노천에 방치되면서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동시에 가속시키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폭탄’이 된다. 폐의류는 더 이상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그것은 잘못 관리될 경우 기후재앙의 촉매가 되는 물질이다.

 

먼저 매립의 문제를 보자. 면, 레이온 등 유기섬유는 매립지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분해되며 메탄을 발생시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8~34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단기간에 지구 평균기온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주범이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옷 한 벌이 시간이 흐르면서 메탄을 배출하고, 그것이 모여 거대한 온실가스 압력으로 작용한다. 매립지는 조용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기후폭탄이 서서히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합성섬유가 포함된 의류는 또 다른 장기적 위협을 만든다. 폴리에스터와 나일론은 거의 분해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토양에 축적되거나 빗물에 씻겨 하천과 바다로 흘러든다. 해양 생물은 이를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고, 결국 그 미세입자는 인간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조각이 생태계와 인체 건강을 잠식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소각 또한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합성섬유는 석유 기반 고분자 물질이기 때문에, 소각되는 순간 그 안에 포함된 탄소가 전량 이산화탄소로 전환되어 대기로 방출된다. 이는 즉각적인 온실가스 증가로 이어지며 탄소중립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폐의류는 염료와 화학처리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소각 과정에서 추가적인 대기오염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
 

더 심각한 것은 노천 방치다. 선진국에서 수출된 폐의류가 개발도상국 해안과 도시 외곽에 산처럼 쌓여 있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 의류 더미는 비와 바람에 의해 섬유 조각과 화학물질을 주변 환경으로 확산시킨다. 토양은 오염되고, 하천은 막히며, 해안은 플라스틱 섬유로 뒤덮인다. 이는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기후와 생태계, 지역사회의 삶을 동시에 위협하는 환경재앙이다.
 

결국 폐의류는 매립되면 메탄을, 소각되면 이산화탄소를, 방치되면 미세플라스틱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 문제는 명확하다. 재활용되지 못한 폐의류는 형태만 다를 뿐 모두 기후폭탄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폐의류를 단순한 폐기물 관리의 영역이 아니라, 기후정책의 핵심 과제로 다루어야 한다. 그것이 이 거대한 기후폭탄의 타이머를 멈추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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