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차세대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의 전과정을 살펴보면 타 당성이 부족하고 비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수소경제 정책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오랜 시간 신재생 에너지와 물-에너지 Nexus 연구를 해온 정석희 교수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 정석희 전남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대한환경공학회지 부편집위원장 |
젊은 지구론을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류 과학의 기반 위에 세워진 과학기술은 주류 과학의 범주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대 주류 과학계는 지구 나이는 45억 년이고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것을 30억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오랜 시간 동안 지구의 생물체가 지구의 급격한 변화로 지중에서 화석화 되었다고 믿고 있다.
이렇게 화석화된 탄화수소(hydrocarbon)로 주로 이뤄진 물질을 화석연료(fossil fuel)라고 부른다. 화석연료는 화석화된 지구에 존재하던 생물체로서 현대사회의 주요 에너지원이다. 비중 순으로 열거하면 천연가스, 석유, 석탄, 셰일 오일 등이 있다.
동일하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바이오 매스는 재생에너지로 분류되지만, 화석연료의 사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지중에 저장된 탄소가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기화되어 현재의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기후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자는 공감대가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2016년 기준 인류는 석유로 환산하면 연간 138억 톤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며, 이중 화석연료는 놀랍게도 81%나 된다(IEA 통계치).
신재생에너지란?
재생에너지란 지속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지구상에서 재생되는, 혹은 끊임없이 공급되는 에너지를 뜻한다. 태양, 바 람,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으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태양의 핵융합과 지구 내부의 핵분열 그리고 행성 간의 인력으로부터 생성되는데, 거의 대부분 태양에 기인한다. 재생에너지가 생성되는 태양과 지구의 핵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 원자로’인 셈이다.
이 ‘천연 원자로’와 인류가 사는 주거공간 사이에는 거대한 물리적 장벽이 존재하기에, 인류는 이들로부터 해를 입지 않으면서도 미약하지만 지속적인 에너지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현대의 인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하여 신재생에너지라는 개념을 만들어 이 신재생에너지에 속하는 에너지의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란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합성어이다. 재생에너지는 앞서 설명한 ‘천연 원자로’나 행성 간의 인력으로부터 현재 생성되고 있는 에너지이며, 신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변형한 형태이다. 수소에너지는 신에너지에 속한다.
친환경적 수소 생산의 필요성
지난 호에서는 수소경제의 실상(‘No Makeup 수소경제’ 참조)을 살펴보았다. 수소경제의 궁극적 목적은 친환경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소 생산방식은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90% 이상의 상업적 수소가 화석연료의 개질을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수소 생산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수소가스인데, 수소경제 시대에는 훌륭한 수소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부생수소 또한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며 부생수소 생산을 위해 공장을 따로 증설을 할 수도 없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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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전해 공정의 모식도(출처: US DOE) |
가장 대중적인 수소 생산기술은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물 전기분해; water electrolysis) 기술이다. 물 분자가 산화전극(anode)에서 전기분해(electrolysis)되어 산소와 양이온(proton)과 전자가 생성되며, 환원전극(cathode)에서 양이온이 환원되는 반응을 통해 수소 가스가 생산되는 방식이다.
수전해를 포함한 현재의 대부분의 수소 생산 기술은 이처럼 전기를 투입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기의 대부분은 화석 연료에서 생산되고 있고,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60%의 에너지 효율의 연료전지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여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어야 한다.
이 변환과정에서 상당량(66%)의 전기에너지가 유실되는 것이 현실이다(70% 수전해 × 90% 저장 × 90% 수송 × 60% 연료전지 = 34%).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수소가 시장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 폐수
폐수의 에너지는 바이오에너지, 즉 재생에너지이다. 75억 명이 사는 지구상에는 엄청난 양의 유기성 폐수가 버려지고 있고, 이 안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내재되어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배출되는 폐수는 신형 원자로 6.5개가 생산하는 에너지(6.5 GW)에 근사한 양의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
이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신형 원자로 0.6개(0.6 GW)가 생산하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폐수를 40%의 에너지 효율로 에너지화하면, 신형 원자로 3.2개(3.2 GW)를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6.5 GW x 40% + 0.6 GW = 3.2 GW). 폐수의 유기탄소물질은 화석연료의 기원이 아닌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생성된 탄소원에서 온 것이므로 탄소중립적이다.
기존의 폐수처리를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비가 되지만, 이 폐수를 에너지화 한다면 에너지생산과 폐수처리 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결국, 폐수의 에너지는 어떤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것이다. 하지만 폐수를 에너지화 할 때 유기물의 산화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므로 재생에너지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일부 연구자들을 마주친 적이 있다. 이러한 지식의 부재는 거짓을 진실로 오도하여 비합리적인 연구를 부추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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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C의 모식도 (출처: 정석희 교수) |
환경공학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폐수의 에너지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었다. 그 중 수소 기반 사회를 위하여 혐기성 발효조를 통한 수소 생산 연구도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오고 있다. 부유식 미생물 군집에서 메탄 생성균의 억제를 통한 수소 생산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에 급격히 부상하 는 수소 생산 기술은 바로 미생물 전기화학적인 수소 생산 방법이다. 전통적인 혐기성 발효 공정은 반응조 내의 미생물 군집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만 이뤄졌다. 하지만 바이오 수소를 생산하는 미생물 전기분해 셀(MEC, microbial electrolysis cell)에서는 전기화학적인 미생물 군집과 전극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소가 생산된다(그림1). 생물이 무생물과 만나고, 환경과 에너지 기술이 만나는 융합기술인 셈이다.
MEC는 유기성 폐수에 존재하는 유기물을 전기분해(electrolysis)한다. ‘Anode’에서는 전자를 체외로 방출하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산화하여 전자를 전극 표면으로 배출한다. ‘Cathode’에서는 양이온과 전자가 반응하여 수소가 생산되는데, 이때 외부의 추가적인 전력을 공급이 필요하다.
생산된 수소를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여 MEC에 전력을 공급한다면, 수전해와 달리 화석연료의 의존성을 탈피할 수 있다. 완벽한 재생에너지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순수한 수소 생산을 위하여 두 전극실 사이에 막(membrane)이 사용되는 이실형 시스템이 있고, 처리율과 수소 생산율 향상을 위해 막을 사용하지 않는 일실형 시스템도 있다.
수전해에서는 anode에서 물 분자가 전기분해되고, cathode에서는 수소가스가 발생한다. 수전해에서는 에너지 함량이 거의 없는 물 분자가 전자를 주는 물질이기 때문에, MEC 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에너지의 투입이 필요하다.
투입되는 전기 대비 생산된 수소의 에너지 효율은 수전해가 최고 70%인 반면 MEC는 400%를 넘어선다. 수소 생산을 위해 가해지는 최소 전압도 수전해는 1.23 V인 반면 MEC는 0.114 V이다. 버려지는 유기성 물질과 전기를 발생하는 전극의 미생물막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미생물막은 전기를 발생하면서 생장하여 소모되는 없어지지도 않는 영구적인 촉매라는 것이다. 반면, 수전해의 전극은 교체가 필수이다. 최근 수전해에도 유기화학물질을 투입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폐유기물을 처리와 동시에 수소 생산을 MEC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적 투자가 시급한 미래 기술 MEC
필자는 학부 시절 앞으로 학자로서 무엇을 연구해야 재미도 있고 세상에 유익이 될까 많은 고민을 했다. 기후 변화 위기의 시대에 폐수처리시설을 에너지화하는 연구를 하기로 마음 먹고 상위 학위 과정을 시작했다. 한국을 떠날 2004년 그 당시 내가 주로 들은 이야기는 에너지 조금 나오므로 상용화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필자가 미국에서 학위과정을 수행한 7년의 시간 동안 미생물 전기화학의 연구 수준은 급격히 발전하였다. 전 세계의 점점 더 많은 연구자들이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 속도는 환경공학의 어떤 분야보다 눈부심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산업화 태동기에 수인성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던 서구 사회는 하수도 시스템을 만들고 폐수를 모아 처리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에는 설익은 기술이라도 없는 것보다 나은 시절이었다. 이렇게 도심 지역부터 설치된 폐수처리장은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을 통해 기술이 점차 완성되어 갔다.
미생물 전기화학 셀이 폐수처리장을 혁신하게 될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가. 이미 포화된 폐수처리장을 대체하기 위해 설익은 기술이 적용되어 사고라도 난다면 사회는 요동칠 것이다. 많은 테스트를 거쳐 기술이 완성되어야 하고, 그 때까지 투자와 인내와 노력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종합해 보면, 미생물 전기화학 셀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궁극의 재생에너지원인 버려지는 바이오 매스를 사용 한다. 2) 에너지원인 폐수는 늘 발생하므로 생산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 3) 폐수를 정화하며 에너지를 생산한다. 4) 투입된 전기 대비 수소 생산 시 수전해보다 에너지 효율이 5배 이상 높다.
이처럼 친환경 수소 생산을 위하여 미생물 전기 분해 셀이 연구되어야만 하는 너무도 자명하고 확실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러한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미래 산업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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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C의 개략도(출처: Zina Deretsky, National Science Foundation) |
[글 ∥ 정석희 전남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대한환경공학회지 부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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