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원전 더이상 안돼, 범국민적 소송제기

28일, 신고리 5,6호기 전원개발실시계획승인취소소송 기자회견
문슬아 | msa1022@naver.com | 입력 2014-04-28 15: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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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 전원개발실시계획승인취소소송'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 옆에 위치한 엘타워 2층 하모니홀에서

열렸다. 사진 중앙에 김준한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의 상임대표

 

'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 전원개발실시계획승인취소소송'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 옆에 위치한 엘타워 2층 하모니홀에서 열렸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탈핵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원전를 가동하는 여러 나라도 안전성과 투명성 관련 규제를 강화해 원전 사고를 방지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부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승인하는 등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 1월 29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전원개발실시계획승인처분을 했다. 이로써 육상면적 190만1514㎡, 해상면적 66만8952㎡의 원전 부지 수용과 공유수면의 매립 및 점용을 허용했다. 이는 한수원이 원전 부지를 정비하는데 필요한 각종 행정적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원전 부지로 확정하는 효과가 발생해 신규 원전 건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에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공동대표인 김영희 변호사는 여러 탈핵 단체와 함께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3주기를 맞이해 이 건 승인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원고모집에 들어갔다.

 

△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건 실시계획에는 여러 위헌적인 요소가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향후 신고리 5,6호기 원전가 건설돼 배출하게 될 사용 후 핵연료의 처분에 관한 방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원전을 화력이나 수력 등 다른 전원설비와 동일한 수준의 절차만으로 전원개발실시계획을 승인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전문적인 안전심사능력을 갖추지 못한 산업부가 실시계획승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외국의 경우 안전성의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 독립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규제기관이 원전 부지의 적합성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안전 규제기관이 아닌 산업부와 같은 에너지개발 부처가 원전 부지의 취득 및 개발을 미리 승인해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의 전원개발촉진법에는 원전 부지 선정에 대한 공청회 규정이 없고, 설명회의 경우 사업자인 한수원이 그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원고 입장이다. 게다가 그나마 유일하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설명회도 반대주민이나 시민단체의 방해가 있을 경우 생략가능하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두 차례의 설명회가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열리지 않았다. 원전 건설 찬성주민들이 반대주민들을 입장하지 못하도록 막아, 반대 발표자가 들어가지 못하고 설명회 무산됐다.

 

김 변호사는 "후쿠시마 사고를 목격하고서도 사실상 신규 원전 건설을 승인하는 처분에 대한 심각성이 크기에, 즉각적으로 소송을 준비했다"며 "이 소송이 한국에서 원전 건설 취소를 요구하는 최초의 소송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원고 모집은 지난 21일까지 이뤄졌으며 전국적으로 1315명의 국민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보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이 사회를 맡았고,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 권필상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대표, 김준한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최경숙 차일드세이브 대표, 조승수 울산시장 후보,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대표 발언했다.

 

국내 핵발전 정책, 규제완화와 맞물려 또 한 번 세월호 겪나

 

현재 우리나라는 영광, 울질, 월성, 고리 등에 23개의 원전가 있다. 앞으로 11개의 원전가 더 지어지기로 확정된 상태이며, 올해 말에 삼척과 영덕에 원전를 얼마나 더 건설하게 될지 결정된다. 이러한 정부의 추진이 계속 진행된다면 2030년대 우리나라의 원전은 40여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가 가장 많이 지어진 곳은 미국으로 104개의 원전가 있다. 하지만 국가 면적과 원전의 개수를 비교해 봤을 때, 국내 원전의 밀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국내에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규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면적에 비해 원전의 밀집도가 높아 사고 시 국가 전역이 피해영향권에 들어간다 해도 무방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발생된 방사능 오염수는 태평양까지 흘러간 상태다. 일본산 농수산물은 물론 국내 녹차에서도 세슘이 검출되는 등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먹거리 안전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정부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이는 원전에 대한 규제완화정책에서 드러난다.

 

얼마 전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의 경우도 그 전모를 파헤쳐볼수록 규제 완화의 문제를 빗겨갈 수 없다. MB정권 당시 추진된 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노후된 선박의 연한이 연장되고, 최근 해양분야의 마피아 조직(해피아)으로 불리는 해운협회의 해운안전관리 실태가 이익단체의 비리 등 여러 가지 부실관리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원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원전인 고리1호기는 수명이 끝나고도 10년간 연장 가동 중에 있다. 노후된 원전는 그동안 잦은 고장 문제를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고리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한 바 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해에 원전에 사용될 부품을 중고품을 새 것인 냥 납품하다가 적발되거나, 성능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사례 등 원전 관련된 비리로 기소된 한수원 직원만해도 100명이 넘는다.

 

또한 원전가동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외부 감시체계나 시스템이 부재해 내부고발이 있지 않는 한 그 실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나라 전체 운명이 달라질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원전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고, 도리어 위조와 은폐로 사고를 더 키우고 있는 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의 상임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이 건 승인처분이 고리지역의 9, 10번째 원전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로 여겨진다"며,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되면 고리지역의 원전 밀집도가 더 커져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지로 핵 발전에 대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계속 안일한 태도를 유지하고, 시민들이 법률문제와 함께 나서지 않게 된다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위험요소들로 인해 또 한 번의 큰 상처를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영남권 원전 문제와 관련해 밀양 송전탑문제가 지금도 신음하고 있다"며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반민주성과 위험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핵발전에 숨겨진 비용

 

원전은 뜨거운 물을 많이 만들어서 그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 때 나오는 온배수를 바다로 내보내다보니 원전 주변지역의 해수 온도가 상당히 높다. 이는 주변 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어족자원 고갈과도 연결되는 등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원고 대표 자격으로 참여한 조승수 울산시장 후보는 "국내 원전 앞바다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정부는 장기적인 모니터링도 제대로 하지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전진흥론자들이 주장하는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사례와, 그 이후 해당 국가의 탈핵 정책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이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고, 탈핵으로 전환하고 있는 흐름 자체가 핵발전이 더 이상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을 역설한다"고 말했다.

 

원전의 총체적 비용은 사실상 아직 제대로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이 탈핵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과 운영 단계는 거쳤으나, 원전 폐쇄와 핵폐기물 처리 등 마지막 단계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핵폐기물의 경우 중저준위 폐기물은 3~400년 동안의 격리시간이 필요하지만,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는 처리하는데 무려 10만년이라는 기하급수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건설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의 비용을 산정하면 그 금액은 기하급수적일 것이다. 이는, 원전이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

 

지난 15일 분더바 농성장에서 열린 '탈핵과 밀양' 거리 강연회에서 이유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지난해 원전 경제성 분석에 함께 참여했을 당시 한수원이나 정부에서 정보공개에 비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최근 미국이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경제성을 계산 한 자료를 보면 그 금액이 매우 높았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근거 불분명한 공식으로 석탄, 핵, 태양광, 풍력의 경제성을 계산해놓고 핵발전이 제일 경제적이라면서 근거자료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7년에 고리 1호기가 국내 역사상 가장 먼저 폐쇄가 된다. 지난해 수명을 다하고 현재 연장가능성을 두고 논의 중인 월성 1호기도의 폐쇄문제도 불과 몇 년 후의 일이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폐쇄되는 시기가 오면, 그동안 숨겨왔던 원전의 비용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계획 부재, 국민안전보장 헌법 위배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문제는 비단 경제적문제만은 아니다. 그보단 오히려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국민 안전이 훨씬 더 중대한 사안이다. 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 전원개발실시계획승인처분의 경우 사용후핵연료의 최종처분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최소 10만년 간 안전하게 관리돼야 하므로 미래 세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원전 건설에 앞서 해당 원전가 배출하게 될 사용후 핵연료가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원전 부지 승인의 조건이 돼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명시돼있다. 원전 가동은 미래세대에 방사는 위험을 10만년 이상 관리해야 할 사용후핵연료를 물려주게 된다. 때문에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하는 이 세대가 안전한 처분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미국에서는 NRC의 핵폐기물 신뢰성 원칙에 다라 최종처분저장시설 마련 전에는 신규 원전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영희 변호사는 "국내 역시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맹독성 물질을 최대한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 내지 방안이 존재함을 전제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필상 탈핵울산시민공동해동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전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건을 언급하며, 원전정책 역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낸다며, 계속 진행된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을 초래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소송자체가 정부의 잘못된 원전정책을 바꾸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한편,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찰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등 참여 단체들은 기자회견 이후 이번 소송 건에 관한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그동안 시민단체 주도의 탈핵운동이나, 어민관련 피해소송 등은 있었지만, 전 국민이 원고의 자격이 돼 제기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후쿠시마 사고 당시 21개였던 국내 원전이 사고 후에 2기 늘었고, 5개 원전이 건설 중이며 또 새로운 착공단계에 있는 원전이 줄지어있다"며 "그동안 시민들의 힘으로 원전 건설을 막지 못했는데, 이번 소송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정면으로 대항하는 시작점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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